50대 건강 - 통풍으로 병원에 간 A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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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

50대 남성 직장인 A 씨에게 치킨과 맥주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일상의 낙이다. 퇴근 후 동료와 술 한잔 할 때도, 거실 소파에 앉아 야구를 볼 때도 그의 곁엔 언제나 ‘치맥’이 있었다. 푸지게 먹은 저녁도 모자라 밤 10시가 넘어 또다시 치맥을 즐긴 A 씨는 그날 밤 오른쪽 엄지발가락에 느껴지는 격렬한 통증에 잠을 깼다. 발가락은 이미 빨갛게 부어 있었고 살갗에 살짝 손이 닿기만 해도 몸서리쳐질 정도로 아팠다. 다음 날 한쪽 발을 절뚝이며 병원을 찾은 A 씨는 급성통풍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바람에 스치기만 해도 아프다’는 뜻의 통풍은 혈액 내에 증가한 요산이 관절 주위에 축적돼 염증을 일으키는 병이다. 주로 무릎, 발목, 발가락 등 하체 관절 쪽에 증세가 나타나는 편. 통증을 느끼려면 대개 5~10년 정도 요산이 쌓여야 하므로 중장년층에서 발병률이 높다. 요산이 함유된 음식을 많이 먹거나, 스트레스 등 요산이 쌓일 만한 환경에 노출됐거나, 신장 기능의 저하로 요산 배출이 어려울 때 잘 걸리는 병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호르몬이 요산의 배출을 늘리는 데 반해, 남성호르몬은 오히려 신장에서 요산의 재흡수를 촉진하기 때문에 환자의 90% 이상이 남성이라는 특징이 있다

 

.약 30만명 : 지난해 통풍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29만 2천1백여명으로 이는 2009년부터 매년 약 10% 씩 늘어난 수치다. 전체 환자 중 남성이 90% 이상을 차지했고 연령별로는 40~50대가 가장 많았다.

통풍의 초기 증상은 대부분 엄지발가락에서 일어난다.

 

STEP 1. 초진

문진표를 통해 통증 부위, 발병 시기, 과거 병력과 복용중인 약을 체크한 의사는 불편을 호소하는 관절 부위에 부기, 압통, 발진, 열감 등의 염증 반응이 있는지 확인한 뒤 증상에 따라 후속 검사를 실시한다.

 

STEP 2. 엑스레이 촬영

관절 부위의 통증은 통풍외에도 골절이나 염좌, 퇴행성 관절염등 다양한 원인을 의심할 수 있는 데다 통풍이 확실할지라도 요산으로 인해 뼈가 녹거나 변형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정확한 관절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엑스레이 촬영을 한다.

 

STEP 3. 혈액검사

혈액 내 요산 수치를 측정하기 위한 검사로 통풍 여부를 확인하고 요로결석이나 신장기능 이상 등 합병증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요로결석에는 혈뇨가 동반될 수 있으므로 소변검사를 같이 시행한다.

 

STEP 4. 관절 초음파 및 관절액 관찰

증상 및 혈액 검사로 통풍을 추정하고 진단할 수도 있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관절 초음파를 이용해 뼈 또는 힘줄 위에 쌓여 있는 요산을 확인한 뒤, 주사기로 관절액을 뽑아 MSU(monosodiumurate) 크리스털 편광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것이다. 요산을 확대하면 바늘처럼 날카로운 결정체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관절 주위를 자극해 염증과 통증을 일으킨다.

 

STEP 5. 급성 통풍 치료

갑자기 증세가 나타난 급성통풍은 대개 7~10일 정도면 괜찮아진다. 그러나 이는‘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일뿐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 반드시 병원에 가야 한다. 급성 통풍은 염증을 가라앉히는 일이 급선무이기 때문에 소염진통제와 항염증제를 복용하는데 보통 3일 정도면 증세가 호전된다. 통증이나 염증이 심할 경우 직접 해당 부위에 소염진통제 주사나 스테로이드 주사를 놓기도 한다. 집에서는 얼음찜질로 부기와 열기를 가라앉히는 것이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STEP 6. 유지 치료

급성 통풍을 겪었다면 사후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요산을 정상 수치 이하로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치료의 핵심으로 요산 결절이 있거나 만성 신부전을 앓는 통풍환자의 경우 요산 강하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한다. 요산 강하제는 크게 요산의 생성을 억제하는 약(알로퓨리놀, 자이로릭, 페브릭 등)과 요산이 소변으로 배출되도록 돕는 약(유리논)으로 나뉘며 이는 혈액검사와 소변검사 결과에 따라 적절하게 선택할 수 있다. 만일 꾸준히 통풍을 관리하지 않으면 관절이 변형되거나 콩팥에 돌이 생기는 신석증, 신장 기능 저하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배영덕 원장

배영덕 원장은?

류마내과의원 강동점 원장이자 한림대학교 강동성심병원 외래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류머티즘 질환, 관절염 등이 주요 진찰 과목이다.

 

요산이란?

우리가 먹는 고기나 생선에는 퓨린이라는 아미노산 물질이 들어 있는데 이것이 몸속에 흡수되고 난 뒤 생기는 찌꺼기가 바로 요산이다. 건강한 사람은 소변을 통해 불필요한 요산이 대부분 배출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요산이 쌓여 통풍을 일으키게 된다.

 

혹시 나도 통풍 고위험군?

 

  • 음주를 좋아한다

    술은 요산을 과도하게 만드는 데다 배출마저 방해하는‘통풍의 최대 적’이다. 특히 맥주의 주원료인 보리에는 요산의 전구물질인 퓨린이 다량 함유돼 위험하다.

  • 고기, 생선을 좋아한다.

    통풍은 과거에‘부자의 병’이라고 불렀을 만큼 육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기나 생선에 퓨린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인데 특히 내장, 육즙, 거위, 정어리, 청어, 꽁치, 고등어, 메주, 효모, 새우, 베이컨 등에는 그 성분이 더욱 높아 피하는 것이 좋다.

  • 비만이다

    고혈압, 비만, 고지혈증, 대사증후군 등 만성질환은 혈액 내 요산 수치를 올리는 주범이다.

  • 가족 중 통풍을 앓았던 사람이 있다

    통풍은 가족력도 중요하다. 체질적으로 요산을 배출시키는 능력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 따라서 집안에 통풍 환자가 있다면 미리 관리하는 편이 좋다.

  •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과도한 피로를 느끼면 체내 노폐물이 쌓이면서 요산 수치도 함께 높아진다.

  • 통풍에 좋은 음식은?

    달걀, 우유 등 퓨린 함량이 적은 식재료로 단백질을 섭취하는게 좋으며, 팥, 율무, 옥수수 수염 등 이뇨 작용에 도움을 주는 작물을 차처럼 끓여 마시면 도움이 된다. 이 밖에 쌀·보리·밀·메밀, 감자, 고구마, 김·미역, 콩, 두부, 과일과 고추, 파프리카, 브로콜리 등이 있다. 물은 하루 2~3리터씩 충분히 마셔줄 것.

 

 

과거 유럽에서 통풍은 술과 육류를 즐겨 먹는 왕이나 귀족들이 걸리는 병으로 인식되어 ‘왕의 병(the disease of kings)’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알렉산더 대왕, 헨리 8세 등의 왕과 칸트, 레오나르도 다빈치, 뉴턴 등의 지식인이 통풍으로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숙종도 통풍 발작이 일어나 어의들이 당직을 서야 했다는 기록이 있다. 잦은 음주와 스트레스, 운동 부족을 겪고 있는 남자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병이라고 해서 최근에는 ‘샐러리맨의 병’으로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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