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청원을 들어주세요

기사 요약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를 모토로 1년 4개월가량 운영해온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 이를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여기는 쪽이 있는가 하면, 말 놀이터로 전락했다며 폐지를 요구하는 쪽도 있다. 이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은?

기사 내용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8월,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청와대 홈페이지를 국민 소통 플랫폼으로 개편하는 동시에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이하 국민청원 게시판)을 신설하도록 했다. 누구나 쉽게 청원하는 내용을 올리되, 한 달 내로 20만 명 이상이 추천(동의)하면 각 부처 장관, 수석비서관, 특별보좌관 등이 직접 답변을 내놓겠다는 취지였다. 2011년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개설한 '위 더 피플(We the People)'을 벤치마킹해 만든 이 시스템은 순식간에 국민들의 '신문고'로 자리 잡았다. 2018년 12월 중순까지 청원이 36만 건 넘게 올라왔는데, 이를 하루 단위로 환산하면 하루 평균 700건 이상이다. 사람들의 청원도 각양각색이다. 의료사고를 당한 가족의 억울함을 풀어 달라는 글, 국회의원 연봉 인상을 반대하는 글, 스포츠 경기에서 치어리더를 없애 달라는 글, 특정 판사의 판결에 대해 특별감사를 요청하는 글 등 개인의 억울함부터 집단의 요구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가득하다. 청원은 총 17개의 카테고리로 나뉘는데 참여도가 가장 높은 영역은 인권/성평등과 정치개혁 카테고리다.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고, 이를 공론화해 사회적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것은 건강한 사회 발전에 큰 도움을 주지만, 한편으로는 '데이트 비용을 보조해 달라' '놀리기 금지법을 만들어 달라'는 식의 무분별한 청원들, 여기에 부정확한 사실이 '팩트'인 양 청원 게시판에 올라오는 것도 사실이다. 동전의 양면처럼 장단점이 존재하는 가운데 사람들의 생각은 어떻게 나뉠까?



국민청원 게시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출처 리얼미터(2018, 성인 501명 대상)

 



왼쪽부터김정희 씨, 남귀옥 씨, 박성우 씨


장 보러 나왔다가 물가가 올라 한숨만 쉬었다는 김정희 씨

부동산 정책 좀 잘 펼쳤으면 좋겠어요. 집값 잡는다고 이런저런 대책을 내놔서 그런지 몰라도 이사 가려고 집을 내놨는데도 감감무소식이에요. 그러고 보니 서울은 집이 없어 난리고, 지방은 오히려 새 아파트가 텅텅 비어 있다는데 이거 진짜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려야 할 문제네요.


행복한 나눔 운영자 남귀옥 씨

국민청원 게시판에 찬성하는 입장이에요. 나라님한테 '백성들이 이렇게 살기가 힘듭니다'라고 하소연이라도 할 수 있잖아요. 악용하는 사람도 있다지만, 좋은 의도로 글을 쓰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요? 청원 게시판에 글을 쓸 기회가 생긴다면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좀 더 굽어살펴주십사 부탁하고 싶어요. 제가‘행복한 나눔’에서 10년 넘게 일하고 있는데, 기증받은 물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그 수익금을 소외된 이웃에게 나눠주는 일을 하고 있죠. 일의 특성상 독거노인, 다문화가족 등 형편이 어려운 분을 정말 많이 만나는데 푼돈조차 아쉬워 몸이 아파도 병원에 안 가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들을 대면하고 있으면 남이라도 참 가슴 아프죠.


딸 바보 박성우 씨

손쉽게 내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 분산된 의견을 한곳에 모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장점이지만, 한편으로는 진입 장벽이 낮아서 이런 걸 청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은 이상한 내용도 많이 올라오는 것 같더라고요.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들 가운데서도 범죄 피해, 의료사고 같은 건은 사법부나 의료계 쪽에서 답을 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어차피 유관 부서의 협조를 받아 답변할 텐데 어쩐지 청와대에서 생색만 내는 모양새랄까요? 개인적인 바람을 얘기한다면, 지역마다 출산장려금을 다르게 책정하는데 이걸 좀 균등하게 지급했으면 좋겠어요.

 



왼쪽부터김정현(가명) 씨, 이태일 씨, 김현철(가명) 씨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김정현(가명) 씨

청와대에서 답변이라고 내놓은 게 뭔가 불확실할 때가 많더라고요. 아직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단언할 수 없다는 식인데 청원에 동의한 사람들이 원하는 속 시원한 답변은 아니죠.


대통령의 행보 중 대북정책이 제일 마음에 든다는 이태일 씨

청와대에 청원을 하라? 그렇다면 나는 대통령이 중심을 잘 잡고 나라를 이끌어갔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이해관계가 다들 다르지 않겠어요? 여기 요구를 들어주면 저쪽에서 난리고, 저기 요구를 들어주면 또 이쪽에서 들고일어나는 게 당연하죠. 하지만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최선의 판단을 했으면 밀고 나가는 추진력도 있어야죠. 여기저기 눈치만 보다 뭐 하나 똑 부러진 결론 없이 끝나는 게 나는 제일 싫어요.


50년가량 택시를 몰았다는 김형철(가명) 씨

카풀 반대 여론을 모아야 한다며 국민청원 게시판에 들어가‘추천(동의)’을 누르라는데 난 그게 그렇게 어렵더라고요. 해당 안건을 어디 가서 찾아야 하는지, 로그인 계정을 고르라는데 그건 또 무슨 소린지.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카풀은 절대 반대입니다. 택시 운전면허 없이도 손님을 태울 수 있다면, 의사 면허 없이도 진료할 수 있고, 약사 면허 없이도 조제할 수 있다는 소리 아니에요? 카풀 반대에 찬성한 사람이 20만 명을 넘어서 현재 청와대 답변을 기다리는 중인데 카풀 제도는 꼭 폐지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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