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웃을 집으로 초대해야 할 나이

기사 요약글

부담감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집에 사람을 들이는 일이 꺼려진다. 그런데 빈센트의 집은 문턱이 낮다. 그에게 손님 초대의 기술을 물었다.

기사 내용

빈센트가 살고 있는 한옥은‘아폴로니아’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아폴로니아는 알바니아에 있는 항구도시의 이름으로, 집이 아폴로니아만큼 활기찬 공간이 돼서 아내와 친구들의 아지트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그런 철학 덕분인지 그의 집에 가면 늘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음악처럼 들려온다. 그에게 집 안을 청소하고 음식을 준비하고, 손님이 돌아간 후에는 다시 정리로 이어지는 집안일이 번거롭지 않냐고 물으니 돌아온 대답.

“사람이 반찬이라 준비할 게 별로 없어.”

 

 

마당을 쓸었다면 준비가 끝난 거야

손님이 집에 온다고 생각하면 해야 할 일이 머릿속에 쭉 떠오릅니다. 대개는 청소가 가장 먼저 생각나지요. 쓸고 닦고 치울 생각에 머리가 아찔해지고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해야 할 일이 많은 손님 초대는 당연히 즐겁지 않습니다. 저는 마당을 가볍게 쓰는 것 정도로 준비를 마쳐요. 그래도 되냐고요? 준비가 쉬워야 저도 파티가 즐거워요. 집이 반짝반짝 윤이 나고 깨끗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격식 없이 섞일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다는 선에서 준비를 마치면 한결 마음이 가볍고 파티를 즐길 수 있어요.

 

대화는 칼로리 없는 음식이야

사람들이 집으로 오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먹기 위해 오는 걸까요? 저는 좋은 대화가 가장 훌륭한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화에 집중하고 관계가 깊어지면 음식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관계에서 포만감을 느끼면 ‘많이 먹은 것 같지 않은데 배부르네’ 이렇게 생각하게 돼요. 음식보다 정서적으로 만족을 주는 데 집중해보세요. 대화에 적극 참여하고 다양한 사람을 그 안에 동참시키면 사람들의 기억에는 음식이나 집 안의 정돈 상태보다 더 많은 것이 남게 됩니다.

 

같이 정리하는 것도 파티

파티를 충분히 즐긴 사람들은 본인들의 자리가 부담되지 않도록 정리 정돈을 도와주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파티가 마무리될 때쯤이면 손님들도 같이 정리할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자기 앞의 접시를 싱크대에 가져다 놓는 일, 테이블을 제자리로 옮기는 일처럼 소소한 정리를 함께하면 파티의 여운이 더 길어져요. 손님들이 모두 돌아간 뒤에 제가 특별히 정리할 게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고, 또다시 집에서 사람들과 파티를 즐길 수 있는 힘이 되지요.

 

 

눈으로 즐길 수 있는 건 다 꺼내놓자

사람들이 집에 온다고 하면 평소와 다르게 멋지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눈으로 즐길 수 있는 건 다 꺼내놓습니다. 평소 잘 쓰지 않는 컬러풀한 그릇과 잔을 꺼내 식탁 분위기를 바꿔보는 거지요. 꽃을 몇 송이 꽂아놓기도 합니다. 앨범 속에 잠자고 있는 사진들을 꺼내 곳곳에 올려두는 것도 파티 인테리어 비법입니다.

 

이제는 베풀 시간

빈센트는 나이가 들수록 집에 활기가 차야 한다고 말한다. 집에 활기를 채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이웃을 초대하는 것이다. 이웃을 집으로 초대하는 것은 음식뿐 아니라 정과 사랑을 나누며 베푸는 일이라는 게 그의 설명. 그래서 잘 모르는 이웃이나 마음이 가지 않는 사람도 초대하며 관계를 넓혀가길 권한다. “만나던 사람만 만나면 항상 똑같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을 초대하는 데 있어서 스스로 방어벽을 세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 나이쯤 되면 관계의 어려움, 거기서 오는 약간의 어색함 같은 건 감당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새로운 정을 나누고 베푸는 것은 결국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일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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