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에서 만난 가을

기사 요약글

해파랑길은 지금 누려야 할 낭만이다.

기사 내용

동해안의 푸른 정경과 고즈넉한 시골 마을, 가을의 내음까지 담고 있는 해파랑길.

해파랑길은 새로 만든 길은 아니지만 새롭게 태어난 길이다. 부산 갈맷길, 울산 솔마루길, 경주 주상절리길, 포항 감사나눔길, 영덕 블루로드, 울진 관동팔경길, 삼척 수로부인길, 동해 해물금길, 강릉 바우길 등 원래 있던 동해안의 길을 하나로 이어 해파랑길이 되었다.‘해파랑’의 의미도 정겹다.‘해’는 떠오르는 태양 또는‘바다 해(海)’를 연상시킨다.‘파’는 파도를,‘랑’은 누구누구와 함께할 때의‘랑’을 연상시키는 작명이다. 그러니까 동해의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길동무 삼아 좋은 이들과 함께 걷는다는 의미다. 해파랑길은 한반도의 동해와 남해를 가르는 분기점인 부산 오륙도에서 시작된다. 해안선을 따라 가끔 내륙길로 돌면서 강원도 고성까지 굽이쳐 올라간다. 해안선과 어촌 마을을 지나지만 종종 내륙으로 우회하며 우리 국토의 산과 들 그리고 시골의 속살을 샅샅이 밟을 수 있다. 북한이 눈앞에 또렷이 펼쳐지는 통일전망대가 해파랑길의 종점으로, 부산, 울산, 경주, 포항, 영덕, 울진, 삼척-동해, 강릉, 양양-속초, 고성 등 총 10개 구간 50개 코스로 총거리는 770km이다. 길 위에 뿌려진<삼국유사><관동별곡> 등 역사와 문화, 인문학적 이야기들은 해파랑길이 여행객에게 안겨주는 선물이다. 유명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도 곳곳에 있어 흥미롭다. 50개 코스 중 가을 여행으로 가볍게 떠나면 좋은 최적의 코스를 추천한다.

 

해파랑길이 처음이라면
1~2course(34km 1박 2일)

부산 오륙도해맞이공원 앞에서 기장군 대변항까지의 코스로 해파랑길을 처음 여행하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이틀 정도 걸어보고 마음에 든다면 3~4코스로 이어 걸으면서 결국에는 종주까지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작점인 이기대 절벽길에서 바라보는 부산 도심 전경은 정말 홍콩에 온 것처럼 장관이다.‘해운대의 3포’로 불리는 미포, 청사포, 구덕포를 지나며 문탠로드, 달맞이길, 십오굽이길에서 만나는 푹신한 해안 숲길의 감촉도 재미를 더해준다. 우리나라 3대 관음 성지의 하나인 해동용궁사, 일출 사진 출사 장소로 유명한 오랑대도 연이어 만날 수 있다. 시간을 아끼려는 여행객들은 부산까지 KTX 열차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준비 없이 가볍게 떠나고 싶다면
34~35course(32km 1박 2일)

청량리에서 무궁화 열차를 타고 묵호항에 갔다가 다음 날 정동진역에서 다시 무궁화 열차로 돌아오는 코스다. 왕복 10시간짜리 기차 여행의 운치가 남다르다.
소박한 묵호역을 지나 묵호등대에 오르는 논골담길에는 서민의 애환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어달항에서 망상해수욕장까지의 해안길도 고즈넉하다. 오일장인 옥계시장을 만나고 나면 다시 해안으로 접어든다. 금진항과 심곡항 간 해안도로는‘헌화로’라는 이름으로도 유명하며 국내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도 정평이 나 있다. 드라마<모래시계>의 정동진 해변을 거닐다가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정동진역도 만날 수 있다.

 

역사문화길을 걷고 싶다면
20~22course(47km 2박 3일)

영덕이 자랑하는 블루로드 A, B, C코스와 함께하는 길이다. 10개 구간을 통틀어 최고의 구간이라고 할 수 있다. 블루로드 A코스이자 해파랑길 20코스는 강구항에서 뒷산 언덕에 올라 등산로를 따라가는 산길이다. 해발 235m의 고불봉까지 오른 후 풍력발전단지를 거쳐 해맞이공원으로 내려오는, 일명‘바다를 꿈꾸는 산길’이다. 블루로드 B코스는 영덕의 아름다운 해안과 바닷가 마을을 가장 잘 압축해놓은 코스라고 할 수 있다. 차유마을을 지나고 블루로드 현수교를 건너 대나무가 울창한 죽도산에 오른 후 축산항으로 내려온다. 이 구간을 최고의 트레킹코스로 꼽는 사람들도 많다. 블루로드 C코스인 해파랑길 22코스는 대소산봉수대를 넘어 고려 말 충신 목은 이색 선생의 산책로와 괴시리 전통마을을 지나 고래불해수욕장까지, 영덕군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길이다. 교통편이 다른 코스에 비해 좀 불편할 수도 있다. 강구항 삼사해상공원에 차를 세워두는 게 편하다.

 

PLUS. 코리아 둘레길
우리나라에도 초장거리 트레일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름하여‘코리아 둘레길’이다. 대한민국 외곽을 따라 동해안, 남해안, 서해안과 DMZ 접경지역을 하나의 길로 잇는, 세계 3대 장거리 트레일을 가진 북미 대륙을 능가하는 4500km가 될 예정이다. 그중 동해안 쪽의 해파랑길은 이미 개장되었고, 남해안은‘남파랑길’이라는 명칭까지 확정됐다. 현재는 서해안길을 조성 중이고 내년에는 DMZ 접경지인 평화누리길을 완성할 계획이다.

 

  • 여행하기 좋은 시기
    한여름이나 한겨울만 피하면 언제든 좋다. 5~6월과 9~10월이 가장 적기다.
  • 숙박
    해파랑길에는 숙박 시설이 미비하다. 점점 생겨나고 있지만 하룻밤 3~4만원 정도의 시골 민박이나 모텔에 투숙해야 한다.
  • 산티아고 순례길을 꿈꾼다면
    해파랑길은 산티아고 순례길과 많이 닮았다. 총거리를 비롯해 두 길 모두 3~20km마다 마을이 있고 일반 도로를 걷기도 하고 숲길도 마주한다. 이 때문에 산티아고 순례길 완주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해파랑길은 전지훈련 코스로 아주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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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 여행가 이영철
퇴직 후 5년 동안 자신이 선정한‘세계 10대 트레일’을 모두 종주했다.<안나푸르나에서 산티아고까지><동해안 해파랑길><영국을 걷다><투르 드 몽블랑> 4권의 행서를 출간했다. 그의 여행 기록은 블로그 누들스 라이브러리(blog.naver.com/noodles819)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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