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의 神'의 비밀 맛집

기사 요약글

아침을 먹으면서 점심을 고민하고 점심을 먹으면서 저녁을 고민한다는 ‘식탐 왕’ 김유진이 찾아낸 숨은 맛집.

기사 내용

 

전통주와 제철 요리가 빚어낸 맛집
백곰막걸리&양조장


 

“압구정동에서 재즈 바도 아니고 와인 전문점도 아니고 전통주라니.”
전문가들은 물론 고객들도 한마디씩 했다. 하지만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그의 ‘무모한 도전’에 박수를 보냈다. 이곳은 우리 술을 다루고 있지만, 분위기는 트렌디하다. 지하 0.5층(일반 1층보다 약간 낮다)에서는 수제 맥주를 마실 수 있고, 지상 1.5층과 2.5층(일반 1층, 2층보다 약간 높다)에서는 200여 종의 우리 술을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전문 지식으로 무장한 서버들이 고객들을 밀착마크한다. 2017년 대한민국 전통주 소믈리에 선발전 본선에 오른 15명 중 3명이 이곳 백곰에서 일하고 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백곰은 전통주와 제철 요리의 마리아주를 귀히 여긴다. 그래서 사장은 시간만 나면 수산시장으로 달려가고, 여유만 생기면 전국을 누빈다. 그래서 술도 술이지만 안주가 빼어나다.
넷이 가면 백곰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다. 시작은 해남에서 올라온 해창(海倉) 막걸리와 간재미찜.‘바다의 창고’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 맛이 넉넉하다. 간재미 한 마리가 통째로 오르는데 속살을 갈라 길게 찢어 입에 넣으면 막걸리의 잔향을 덮어준다. 나도 모르게 반복되는 젓가락질을 막아 낼 재간이 없다. 다음에 맛볼 술과 요리는 청주 풍정사계 춘(春)과 달고기구이. 춘, 하, 추, 동 네 가지 버전 중 춘과 동이 2016년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 약주·청주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최고의 궁합을 자랑하는 달고기는 학명(제우스 파베르)에 그리스신화 최고의 신 제우스 이름이 들어갈 정도로 그 맛이 우아하고 위엄 있다. 마지막으로 서울시 무형문화재 8호인 어머니 이동복에게서 아들 김택상에게로 대물림한 삼해소주. 40도가 넘는 독한 소주지만 드세지 않고 부드럽다. 추천 안주는 흑모시조개탕. 호텔 패키지에 자주 등장하는 흑모시조개로 탕을 끓여 내는 데 그 맛이 삼삼하고 기가 막히다. 철에 따라 전국의 식재료가 다 모이는 백곰에는 오늘도 멋을 아는 주객들로 흥청거린다.

 

 


 

간재미찜은 선도가 떨어지면 지린 맛이 올라오지만 생물 간재미는 고소한 단내를 뿜어낸다. 이 집의 생물 간재미는 태안군 안흥에서 가져온다
 


 

info

  • 추천메뉴 해창막걸리(9,000원)와 간재미찜(2만4,000원)
  • 영업시간월~목요일 오후 5시 30분~
    오전 12시(금~토요일은 오전 1시 30분)
  • 주소서울 강남구 압구정로48길 39
  • 문의02-540-7644

 

 

 

맛도 가격도 착한
차이몬스터


 

맛 칼럼니스트들은 웬만해선 다른 칼럼니스트가 개척한 곳을 추천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차이몬스터에는 맛 칼럼니스트들과 언론인,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자주 드나든다. 2016년 아시아 명장 요리대회 은상을 차지한 오너 셰프의 요리 솜씨에 반하고 착한 가격에 중독돼 밤이면 밤마다 부나방처럼 몰려든다. 일본 애니메이션<원피스>의 광팬인 조강 대표 덕분에 레스토랑은 마치 피규어 박물관을 방불케 한다. 중식의 전채 요리는 장육이 정답이다. 다섯 가지 향이 백주를 부른다. 이 집은 거북스러운 육향을 완벽하게 제거하기 위해 최고급 사태만을 사용한다. 준비 과정이 볼 만하다. 24시간 핏물을 빼고 비법 소스로 2시간 동안 졸인다. 차이몬스터가 고마운 건 연태고량주가 아닌 북경을 마실 수 있다는 점이다. 주인장의 눈썰미가 보통이 아니다. 자칫 백주는 안주의 향을 가려버릴 수 있는데 이 집에서 맛보는 북경은 향이며 목 넘김이 순해 요리를 밀어내고 앞서는 일이 없다. 양장피는 차가운 채소와 뜨거운 볶음이 만나 하이브리드를 만들어 낸다. 차이몬스터의 양장피는 먹는 순서가 따로 있다. 일단 정중앙에 놓인 고기볶음부터 한 젓가락 먹는다. 불향으로 코팅된 채소와 고기의 질감이 남다르다. 가장자리에 둘러선 채소들은 단물이 줄줄 흐른다. 탐색전을 마쳤다면 이제 소스를 붓고 섞어보자. 한껏 욕심을 내 젓가락에 힘을 주고 크게 한입 욱여넣으면‘헉’ 하는 소리와 함께 코끝이 찡해온다. 양장피는 이 맛에 먹는다. 겨울밤과 잘 어울리는 맛이다. 무엇보다 기분이 좋은 건 거의 모든 요리가 1만원대라는 사실.
 


 

오향장육은 접시에서 풀어지면 말짱 도루묵이다. 초밥처럼 젓가락으로 집었을 때는 탄력을 유지하고 입안에서 쫄깃거리다 향을 다 뿜어내고 난 뒤 풀어져야 정석이다.
이 집의 장육이 그렇다.
 


 

info

  • 추천메뉴 오향장육(1만8,000원), 양장피(1만5,000원)
  • 영업시간오후 5시~오전 2시
  • 주소서울 은평구 불광천길 334
  • 문의02-305-7843

 

 

 

김유진
김유진제작소 대표, 국내 최초의 외식업 매니저, 맛집 조련사, 푸드 칼럼니스트다. 25년간 음식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해왔고, 15년간 외식업체 컨설팅으로 성공시킨 레스토랑만 300곳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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