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타임 사장으로 창업하기

기사 요약글

내 머릿속에‘창업’이라는 키워드만 넣어두면 세상에는 벤치마킹할 창업 아이템이 넘친다.

기사 내용

 

Item 파트타임 경영에서 기회 찾기

미국에서 은퇴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인생 2막의 계획 중 하나는 반부재형 사장(semi-absentee owner)이 되는 것이다. 반부재형 사장은 풀타임으로 사업에 뛰어들지 않고 사업 경영을 위해 일주일에 10~15시간 정도만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직장인이라면 하던 일을 그만두지 않아도 되고 사업가라면 다른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복수의 사업체를 운영할 수도 있다. 또 은퇴자라면 일과 휴식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파트타임 경영을 하면서 나머지 시간은 사업과 무관한 일이나 취미에 시간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Why 반부재형 사장이 귀에 익숙하지 않은 이유

keyword 1 주변에서 정보를 얻어라

반부재형 사장은 누가 들어도 솔깃하다. 파트타임으로 적당히 일하고 자신이 원하는 다른 분야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면 누가 그것을 마다하겠는가? 그런데도 반부재형 사장이 귀에 익숙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정보 부족이다. 창업 시장에서는‘좋은 매물은 부동산중개업소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장사가 잘되는 목 좋은 점포는 매물로 나올 새도 없이 주변 사람들이 양도양수 한다는 의미이다. 반부재형 사장이 되는 길도 마찬가지이다. 파트타임 경영만으로도 알찬 소득을 올릴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린 정보가 아니다. 그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줄을 서기 때문이다. 둘째는 반부재형 사업은 특정한 사람에게만 기회가 주어진다. 가령 반부재형 사장으로 주유소를 운영하는 사장들은 주로 관련 회사에 근무했던 사람들이다. 퇴직하면서 소사장 제도를 이용해 사업체를 들고 나온 사례다. 의류 대리점이나 패션 아웃렛, 전자제품 대리점 등도 비슷한 사례가 많다. 이런 사업들은 외부인들보다 관련 업계 종사자들에게 먼저 기회를 준다. 셋째는 투자자금의 부족이다. 반부재형 사업에 적합한 일부 사업은 적지 않은 투자비가 필요하다. 일부 유명 브랜드 패스트푸드점이나 판매 업종 분야의 브랜드 가맹점이나 대리점이 대표적인 예이다. 4억~5억원대가 넘는 투자비를 조달할 수 있는 창업자가 많지 않은 것이다. 넷째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사업은 창업자가 풀타임으로 매진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 하지만 반부재형 사장으로 인생 2막을 즐기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성공 사례

아르바이트 대신 직원을 채용한 편의점 창업 정유회사의‘소사장제’를 이용한 주유소 창업

CASE 어디서 성공 사례를 찾을까

대기업 임원 출신인 김 씨가 운영하는 매장은 헬스& 뷰티숍이다. 한때 화장품 제조사들이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가맹점을 급속히 확장했지만, 지금은 대세가 헬스& 뷰티숍이다. 김 씨가 투자한 자금은 6억5천만원 정도. 그는 계약 전부터 사업 운영은 직접 하면 안 된다는 말을 브랜드 관계자에게서 들었다. 주 고객층이 젊은 여성들이기 때문에 그가 매장을 방문하는 것이 오히려 방해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장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 그 대신 매장 운영은 가맹 본사에서 선발해 엄격하게 훈련시킨 점장이 책임진다.
주유소 두 곳을 운영 중인 이 씨는 정유회사를 다니다 창업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소사장제 기회를 이용한 것. 주유소 창업에는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데 소사장제로 주유소를 받았기 때문에 투자에 대한 부담이 없었다. 그 역시 주유소 운영에 최소한만 관여하면서 나머지 시간에는 사회단체에서 활동한다.
반퇴를 한 이 씨는 편의점 두 곳을 운영하고 있다. 24시간 편의점은 직원들의 이동이 잦은 편이라 인력 문제로 신경이 많이 쓰이고 매장에서 일해야 할 때도 있다. 그렇다고 그가 전업으로 매달려야 하는 정도는 아니다. 편의점은 직원에게 맡기고 그는 창업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창업 컨설턴트로서 2막 인생을 설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구와 함께 브랜드 커피숍을 운영하는 정 씨도 반부재형 사장이다. 친구와 동업을 하게 된 것은 투자비 부족 때문이다. 주변에 경쟁 커피숍이 있지만 반부재형 사업장은 브랜드의 힘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투자비가 더 들더라도 유명한 브랜드를 택한 것이 성공 비결 중 하나이다. 운영은 20대 후반의 점장이 책임지고 있다.
금융회사에 근무하던 장 씨는 중대형 비즈니스 음식점의 주주이다. 한 개 오픈 시 7억원대 가까운 투자비가 들어가는 업종 특성상 혼자 투자하지 않고 여러 명이 함께 투자했다. 운영은 가맹 본사가 맡고 투자자들이 지분 등기 형태로 매장을 소유하고 있다. 그는 동창 모임이나 직장 모임 등 지인들의 모임을 자신이 투자한 매장에서 자주 갖는다. 투자자일 뿐 아니라 매장 영업사원에 고객까지 1인 3역을 하는 셈이다. 이렇게 8명의 투자자가 직접 홍보해서 매장으로 데리고 오는 단체 고객만 해도 적은 수가 아니다.

HOW TO 어떤 업종에 적용해볼까

keyword 2 공간 비즈니스에서 힌트를 얻자

반부재형 사업은 경영자가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업종에 적합하다. 대표적인 사업이 공간 비즈니스이다. 공유 오피스나 원룸텔, 게스트하우스, 프리미엄 독서실 등 공간 비즈니스는 경영자의 열정보다 시설 수준이 성공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중대형 카페도 커피숍이라기보다는 공간 비즈니스에 가깝다. 이 때문에 규모나 입지, 인테리어 수준, 브랜드 파워가 중요하다. 이 밖에 패션, 가구, 화장품 등도 브랜드와 시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투자비가 많이 들지만, 점장만 잘 채용하면 파트타임 경영으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업종이다.
미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반부재형 창업 아이템은 프랜차이즈 사업이다. 프랜차이즈 사업은‘표준화’‘단순화’‘전문화’를 표방하므로 가맹 본부에서 교육 훈련을 잘 이수한 점장을 채용하면 투자자가 풀타임으로 사업에 매진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베이커리가 제빵사 파견 시스템 덕분에 반부재형 사장이 가능한 분야이다. 투자비가 많이 들지만 고객층이 젊은 업종들도 좋은 모델이다. 거액의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계층은 보통 중장년들이기 때문. 그러나 젊은 층이 고객인 사업은 비슷한 또래의 종업원들이 응대하는 것이 기본이다. 20~30대 여성들이 주 고객인 헬스& 뷰티숍이나 카페, 패스트푸드 업종이 대표적이다. 판매에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 역시 반부재형 사업이 더 적합하다. 아웃렛이든 정식 대리점이든 여성이 주 고객인 패션 점포들은‘숍마(스터)’로 불리는 전문 판매원이 매장을 운영하고 중년 남성들이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 늘어나는 스크린 야구장이나 디지털 당구장, 코인 노래방 같은 업종도 직원을 두고 파트타임 경영으로 운영하기 좋은 업종이다. 반면 가구점이나 전자제품 대리점은 운영자의 열의와 성과가 비례하므로 풀타임으로 경영하는 게 좋다. 또한 고객과의 친밀도와 스킨십이 중요한 주택가나 오피스 상권에서는 종업원에게만 사업을 맡겨두면 실패하기 쉽다.

TRY 어떻게 해야 성공할까

keyword 3 사업 운영 책임자에게 인센티브를 줘라

반부재형 사장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초기 조건을 잘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사업 시스템이 튼튼하고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또한 상권 입지가 사업 성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우수한 상권과 입지 조건은 사업자의 역량이나 노력을 대신해주는 것. 이렇게 초기 조건이 결정되면 다음으로 중요한 게 사업 운영을 맡을 책임자를 선정하는 것이다. 책임자는 반드시 해당 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보유한 경력자여야 한다. 파트타임 경영자를 대신하므로 실질적인 오너 위치에 있다. 과거에 근무한 업체가 어떤 곳인지, 장기근속을 했는지, 어떤 성과를 냈는지 조사해서 적합한 인재를 선정해야 한다. 또한 반부재형 경영에서는 급여를 높게 주고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주인 의식을 갖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르는 분야를 친구 따라 강남 가듯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다. 반부재형이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사업 운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게 아니라 경영자로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고 매출과 손익 관리에 관여해야 한다. 즉 관련 사업 내용을 잘 알아야 하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선택할 때도 반드시 직원과 함께 교육을 받아야 한다.

맥도날드는 10개월 동안 엄격한 교육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매장에 상주하지 않을 투자자를 엄격하게 교육하는 이유는 투자자가 사업 운영 내용을 속속들이 잘 알아야 관리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은퇴를 앞둔 사람들이 창업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인생 2막까지 모든 시간을 사업에 매달리는 빡빡한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아서다. 치열한 입시 경쟁을 뚫어야 했고 취업 후에는 조직에서 승진하고 살아남기 위해서 무거운 스트레스를 견뎌야 했다. 하지만 10년이 될지 30년이 될지 모르는 인생 2막을 휴식과 놀이만으로 지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일과 휴식의 균형이 잡힌 인생 2막을 원하는 사람들이 고려해볼 만한 방법이 반부재형 사장인 셈이다.

이경희

한국 창업 컨설팅업계의 대모. 한국의 소상공인, 중소기업 창업 경영에 정통한 전문가로서 그동안 만난 창업자와 기업가가 10만여 명이 넘는다. 저서로는<이경희 소장의 2020 창업 트렌드> 등이 있다.

※ 이 컨텐츠는‘시니어 문화 활성화’를 위해 라이나전성기재단이 발행한<헤이데이> 기사 중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라이나생명은 라이나전성기재단의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을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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