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취미 - 목공 하편

기사 요약글

남들보다 빠른 은퇴를 경험했던 그는 책장을 주문하러 동네 DIY 공방을 찾아갔다가 사장님의 권고로 우연히 목공 세계에 눈을 떴다.

기사 내용

젊은 은퇴자, 목공에 빠지다
나무수작 서석현 대표


판교에 있는 우드 스튜디오 ‘나무수작’은 나무 고유의 무늬와 형태를 그대로 살린, 웰메이드 작품을 만들기로 유명한 곳이다. 작고 간결한 소품에서부터 공간을 압도하는 커다란 테이블까지 어느 것 하나 예사로운 것이 없다. 빽빽이 들어찬 작품들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켜켜이 쌓여 있는 나무 판과 손때 묻은 각종 공구들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 나온다. 바로 이곳 대표인 서석현 씨(52세)가 하루 종일 구슬땀을 흘리며 나무를 다듬는 작업실이다. 그의 명함에‘목수’라는 글자가 새겨진 지 벌써 10년째, 이제 전문가가 다 됐지만 처음부터 이런 모습을 상상했던 건 아니었다.

“스물다섯 살 때부터 대기업 회사원 생활을 했어요. 나름의 성과도, 보람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 내 인생의 주도성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건 문제다 싶어서 서른일곱 살에 무작정 회사를 나왔어요.”

남들보다 빠른 은퇴를 경험했던 그는 책장을 주문하러 동네 DIY 공방을 찾아갔다가 사장님의 권고로 우연히 목공 세계에 눈을 떴다. 책상에 앉아 서류 보는 일만 했던 그가 직접 몸을 움직여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만들어 냈으니 그 성취감과 희열은 대단할 수밖에. 직접 재료를 다듬고 구상한 것들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그가 갈망했던‘삶의 주도성’이 회복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차츰 목공의 매력에 빠져든 서 대표는 집성판이 아닌 진짜 원목을 다뤄보겠다는 욕심으로 목공 명장 제갈제호 선생 밑에서 3년을 공부했다.

결과적으로 2010년 현재 자리에 공방 겸 전시장인‘나무수작’을 오픈하긴 했지만, 애초 계획은 ‘업’이 아닌 ‘순수한 취미 생활’이었다고. 개인 작업 공간을 마련하려다 보니 웬만한 창업 수준으로 큰 비용이 들어 아예 상업성을 겸비한 우드 스튜디오를 차리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후 본격적인 작품 활동에 들어간 그는 2013년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참가해 그간 쌓아온 내공을 드러내면서 점차 고객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주문 제작인 만큼 무엇보다 고객의 의견이 중요한데, 어떤 용도로 쓸지, 어디에 배치할지, 원하는 크기와 모양은 무엇인지 등을 묻고 답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보람 있고 즐겁다는 그다. 그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교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실제 그에게 테이블을 주문한 손님 중에는 퇴근길에 오가며 자신의 가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본 사람도 있었다. 옛날 자신이 그랬듯 목공을 배워보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 역시 그의 삶에 활력을 주는 존재들이다.‘나무 만지는 삶’을 택함으로써 포기한 것도, 반대로 얻은 것도 많다는 서 대표는 끝으로 이런 말을 남겼다.

“어떤 취미를 갖든 차차 발전해가는 과정이 있으니 조급해하지 말고 그 점을 즐기세요. 그러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길이 열리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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