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노하우 - 김영만 소통법 편

기사 요약글

세대를 뛰어넘어 '소통'하는 김영만의 소통법

기사 내용

세대를 뛰어넘는 소통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겁니까?

# 올챙이 적 시절을 떠올려라


<마리텔>은 시청자와 실시간으로 채팅하는 방식인데 제가 방송을 하는 동안 채팅창에 계속 ‘ㅠㅠ’라는 우는 표시가 올라오더라고요. 그때 느꼈죠. 아 이놈들이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구나. 요즘 취업, 결혼, 내 집 마련 다 포기하고 사는 세대가 바로 20~30대인데 이 친구들이 어릴 적에 다 제 방송을 보고 자랐잖아요. 눈물 나게 힘들었는데 갑자기 삼촌, 이모부 같은 사람이 나와서 잘 컸다, 잘한다, 고맙다 하니까 다들 훅 터진 거야.

내 젊은 시절도 딱 그렇게 힘들었어요. 고등학교 땐 아버지가 사업하다 망해서 힘들었고, 디자인 광고 회사 다닐 때는 자연 도태되는 게 무서워서 무작정 회사를 그만뒀죠. 처자식까지 달고 3년간 방황했으니 오죽했겠어요. 종이접기로 가닥을 잡은 뒤에도 ‘남자가 무슨 색종이냐’ ‘애들 코 묻은 돈이나 바란다’ 등 주변 시선이 차가웠어요. 그런 걸 떠올리면 지금 우리 청년들이 얼마나 암울할지 잘 알죠. 참 안쓰럽고 기특하고 대견해요. 그래서 고깃집이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학생들 보면 말이라도 한마디 걸고 단돈 만원이라도 쥐어주고 싶고 그런 마음이죠.

 

# 자꾸 칭찬을 해라


종이접기 강의를 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잘한다’는 말을 자주해요. 심지어 종이를 찢고 구기는 어린아이에게도 그렇게 하죠. 그런데 신기한 건 어떤 상황이든 누구든 ‘잘한다’는 말을 들으면 더 잘하려고 노력한다는 거예요. 듣고 보면 그게 뭐 어려운 일인가 싶지만 의외로 사람들이 ‘잘한다’는 칭찬에 참 인색하거든요. 그건 우리 안에 뿌리 깊숙이 박힌 유교 사상과 무관하지 않죠.

예컨대 내가 양반인데 노비가 일을 시원시원하게 잘한다고 ‘너 참 잘한다. 최고다’란 칭찬을 했을까요? 아랫것(?)들을 인정하면 내 체면이 깎이는 기분인데 절대로 안 하죠. 그런 인식이 지금까지 영향을 준 것 같아요. 한편으로 저는 이 ‘잘했다’는 칭찬이 역설적이게도 가장 잘못했을 때, 그래서 상대가 좌절할 만한 상황일 때 더욱 필요한 말이라고 생각해요. 안 그래도 힘든데 탓하고 혼내기까지 하면 너무 야박하고 팍팍하잖아. 오죽하면 고양이도 도망갈 구석은 만들어놓고 쥐를 몬다는데 ‘잘했어’라는 말로 숨 쉴 틈을 주면 좋지 않을까요?

 

 

# 지적을 하려면 가르침도 줘라


대학교 학생들이 과제를 제출하면 당연히 잘하고 못한 게 보여요. 하지만 일방적으로 점수를 매기기 전에 일단 학생을 불러다 놓고 어떤 생각에서 이 작품을 만들었는지 한 번 설명해보라고 하죠. 가만히 듣고 있다가 ‘이건 이렇게 했어야 하지 않을까’ ‘저건 저렇게 하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등 나름대로 조언을 얹어요. 절대 틀렸다는 표현은 하지 않죠. 그게 가르치는 거거든요. A 학점, B 학점보다 중요한 건 결국‘학생이 뭘 배우고 깨달았느냐’예요.

 

 

# 자식과 친해지려고 노력해라


우리 나이쯤 되면 일부러라도 젊은 애들과 공감대를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해요. 안 그러면 점점 꼰대 취급을 받으며 고립되거든요. 그러지 않으려면 당장 자식이 보는 드라마나 영화도 따라 보고 쇼핑도 같이하면서 코드를 맞춰보는 거예요. 혈연관계를 떠나서 자식을 ‘젊은이’로 보고 노력을 하라는 거죠. 어른이니까 대접받겠다, 특별 대우해 달라? 오히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당신도 할 수 있다는 식의 동등한 대우가 더 큰 존중과 대접이라고 생각해요.

 

# 모르는 건 자꾸 물어라


동창회에 가보면 다들 근엄한 표정으로 앉아서 스테이크를 기다리고 있어요. 그 자리에서 제가 몇 번 웨이터를 불러서 나이프, 포크 쓰는 법을 물어본 적이 있거든요. 상식적으로 바깥에 있는 나이프, 포크부터 쓴다는 건 저도 알지만 확실하게 물어보면 더 좋잖아요. 혹시 체면치레하느라 티는 안 냈지만 제대로 된 사용법을 모르는 동창도 있을 수 있고요. 실제로 제가 그렇게 물어보면 다들 쳐다보고 따라 하거든요(웃음). 나이가 들면 누구한테 뭘 묻는 것 자체를 꺼려할 수 있는데 모르는 건 창피한 게 아니에요. 자꾸 물어도 돼요. 그럼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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