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건강 - 설탕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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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생 레시피를 따라 해도 될까?


된장찌개를 맛있게 끓이는 비법? 설탕 한 큰술. 배달 치킨 양념장 비법도? 설탕 듬뿍. 닭볶음탕의 비법 역시 아낌없는 설탕 투하. 오죽하면 슈가보이로 불릴까. 하지만 백종원의 레시피를 직접 따라 해본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의 설탕 사랑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설탕을 넉넉히 넣으면 정말 맛있긴 하니까.

백종원이 “맛있쥬?” “괜찮쥬?” 하며 음식 만드는 모습을 보면 진짜 그 정도는 먹어도 상관없을 것 같다. 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어디까지나 백종원은 강한 양념으로 성공한 외식 사업가다.

그 역시 자신의 책 <돈 버는 식당, 비법은 있다>에서 음식점 음식과 집밥의 가장 큰 차이점은 ‘양념의 과감한 가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람들은 맵거나 짜거나 단 것은 괜찮지만 싱거우면 맛이 없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설탕이 그렇게 나쁜가?


설탕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설탕은 탄수화물이기 때문에 설탕이 몸에 나쁘다고 하는 것은 밥이 나쁘다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게다가 단맛은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맛으로 기분을 좋게 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먹는 즉시 바로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비상 식품으로도 요긴하다. 문제는 소화 흡수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혈당을 급격히 올린다는 것이다. 혈당이 높아지면 췌장에서 혈당조절을 위해 인슐린을 과도하게 분비하고 그 결과 혈당이 갑자기 떨어진다. 그러면 우리 몸은 또다시 급격히 떨어진 혈당을 올리기 위해 설탕을 찾게 된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과다 섭취한 설탕은 간에서 지방으로 전환되어 비만이나 심장 질환, 뇌졸중 발생 위험성을 높인다. 하지만 이것은 본질적으로 ‘양’의 문제다. 다른 모든 식재료와 마찬가지로 설탕도 과잉 섭취했을 때만 건강에 해가 된다.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을 하면 해결할 수 있는 비만이나 당뇨를 단순히 ‘설탕’ 때문이라고 공격하면 설탕이야말로 억울하다.

 

우리는 설탕을 ‘적당히’ 먹고 있을까?


백종원 레시피를 따라 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충분’을 넘어서 ‘과도한’ 양의 설탕을 먹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권장 설탕 섭취량을 섭취 열량의 10% 수준으로 권고했다. 그런데 올해 4월부터는 5% 수준으로 설탕 섭취를 줄이라는 새로운 권고안을 내놓았다. 한국인에 맞춰 계산해보면 남자는 하루 30g, 여자는 25g 정도다. 현실은 어떨까? 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우리는 하루에 65.3g의 설탕을 먹고 있었다. 각설탕 1개의 무게가 3g이므로, 매일 각설탕 22개를 먹고 있는 셈이다. 120g을 먹는 미국인에 비하면 절반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권장량의 2~3배다. 여기서 말하는 설탕은 시럽, 포도당, 과당, 액상 과당 등이 포함된 것으로 커피믹스, 음료수, 주스, 빵, 초콜릿, 과자, 케이크, 아이스크림을 통해 섭취하는 모든 양이다. 그러니 설탕 과다 섭취의 주범은 집밥이 아니라 가공식품이나 외식이다. 집밥에 설탕을 한 숟갈 더 넣느냐 마느냐보다는 밖에서 무얼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밖에서 이미 충분히 설탕을 먹고 있으니까 집에서라도 좀 덜 먹어야 하지 않겠냐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인 권장 설탕 섭취량

남자:30g(각설탕 10개)| 여자:25g(각설탕 8.3개)

 

Check!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연구팀은 탄산음료 등 설탕이 들어간 음료를 하루에 한 잔만 덜 마셔도 당뇨 발생 위험을 27% 낮출 수 있다고 발표했다.

 

설탕 줄이려면 음료수를 줄여라


하루에 한 끼도 제대로 집밥을 먹지 않는 현실에서 요리에 설탕 한 숟가락 더 넣는다고 설탕 섭취량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음료’를 설탕 과다 섭취의 주범으로 꼽는다.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역시 마찬가지다.

‘당분 섭취 식품 1위’는 커피였다. 특히 별생각 없이 하루에도 몇 잔씩 타서 마시는 커피믹스를 주의하라고 경고한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에서 국내 12개 커피믹스 제품을 분석한 결과, 커피믹스 1개에 들어 있는 설탕의 함유량이 4.9~7g이었다. 하루 2번만 마셔도 남자는 하루 당류 섭취량(30g)의 1/3, 여자(25g)는 1/2을 섭취하는 셈이다.

오렌지주스도 마찬가지다. 오렌지주스 15개를 분석한 결과, 200ml 한 잔에 들어간 당류는 13.27~23.51g으로 나타났다.

 

밍밍하게 먹어야 건강하다


병원에 가면 ‘달게 먹지 말라’는 말보다는‘짜게 먹지 말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래서인지 소금보다는 설탕이 덜 해로울 거 같기도 하다. 그러나 달게 먹는 사람은 짜게도 먹는다. 설탕 섭취량이 많은 사람은 소금 섭취량도 높을 확률이 농후하다. 단맛 때문에 짠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더더욱 달게 먹는 것이 위험한 것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여러 가지 맛 중 유독 단맛만 중독 증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뇌는 포도당만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데, 특히 설탕은 즉각적으로 뇌를 자극해서 마치 마약처럼 쾌락과 금단증상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건강을 위해 설탕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건 잘 알지만 쉽지 않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라. 똑같은 음식을 먹고도 어떤 사람은 달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싱겁다고 한다. 단맛이나 짠맛은 주관적인 감각이다. 그래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설탕이나 소금을 줄이면 처음에는 싱겁고, 심심하게 느끼겠지만 금세 익숙해진다. 맛과 향이 살아 있는 신선한 식재료와 후추, 마늘, 겨자 등의 향신료, 식초나 레몬 등의 신맛을 이용하면 맛이 풍성해져 덜 달아도 맛있게 느껴진다. 세상에서 가장 쉽게 바꿀 수 있는 게 입맛이다. 그러니 일단 커피부터 블랙으로 바꾸자. 블랙이 힘들다면 설탕 대신 우유를 넣어서 먹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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