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가족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기사 요약글

사람마다 병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것처럼, 각각의 환자마다 가족들이 대해야 할 태도 역시 다르다. 나의 가족이 아플 때 어떤 자세를 가져야 좋을까?

기사 내용

 

 

 

 

아픈 가족이 있다는 건 종일 근무하는 직업과 같다. 물론 우리 가족도 여전히 일상적인 하루하루의 행복을 즐긴다. 하지만 그 외형 아래 결함들이 있다. 분노. 우리 생활의 근본을 위협하는 동맹 관계. 어느 순간 우리들의 모든 것이 엎어질 수도 있다. _영화 <마이 시스터즈 키퍼>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는다 해도, 자신이 아프다고 가족에게 짐이 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사람이 아프면 치료 이상의 심리적 안정감을 원하기 마련이지만, 환자의 이런 마음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특히 우리나라 가족 문화는 원하는 바를 표현하기보다 알아서 일을 처리하는 경향이 있고,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감정을 교환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아픈 사람은 아픈 사람대로 짜증이 나고, 가족들은 가족들대로 지쳐간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 속에 숨겨진 환자의 진짜 불만과 요구를 간파해야 한다. 아픈 사람이 어떤 행동을 보일 때 '왜 그런지' 제대로 이해한다면, 그때부터 진짜 간병이 시작된다. 환자가 보이는 일곱 가지의 대표적 반응에 따라 간병인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정리해봤다.

 

 

 

 

의존적이고 요구 사항이 많은 유형

 

 

자신의 현재 상태가 ‘긴급 상황’이라고 주위 사람들에게 강조한다. 의사를 전적으로 믿으며 의사가 확실하게 도와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 믿음이 충족되지 않으면 화를 내고 실망한다. 그 실망감이 다른 부분으로 확대되기 쉽다. 음식이나 약 등을 과하게 복용하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불안한 마음에 오남용을 하게 된다.

 

가족들은 이렇게 

우선 귀찮다는 생각을 버리자. 이들은 관심을 받지 못하면 거부당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정기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최대한 환자를 지지해주어야 한다. 병에 좋은 정보나 팁 같은 것을 간단하게 메모로 작성해서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는 것도 좋다. 메모할 때는 약간 큼직하게 항목별로 짧은 문장을 쓰되, 쉬운 단어로 표현하고 외국어나 전문 의학 용어는 피하도록 주의한다.

 

 

규율적이고 통제적인 유형

 

 

이들은 자기 병에 대해 최대한 많이 알고자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현재 상태를 더 불안해하고, 병에 대해 공부함으로써 불안감을 해소하려 한다. 요즘은 TV와 인터넷의 발달로 의학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고, 환자들은 그 정보를 매우 신뢰한다. 그만큼 자신이 아는 정보를 맹신하는 경향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변화나 불편함이 발생하면 극도로 완고해진다.

 

가족들은 이렇게 

불확실한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질문한다. 환자가 알아낸 의료법에 대해‘그냥 병원에서 주는 약 먹고 치료 잘 받아라’ 이런 류의 무시는 금물. 가족들의 이런 반응에 환자는 더욱 불안해지고 관계가 악화된다. 그러니 의사를 통해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면서 신뢰를 높여야 한다. 객관적인 데이터로 접근하는 편이 좋다.

 

 

 

 

과장을 좋아하고 정서적으로 민감한 유형

 

 

따뜻하고 인간적이다. 아무리 병이 심각해도 농담을 즐기고 장난치기를 좋아한다. 외적인 칭찬과 주목을 받고 싶어 한다. 병원에 입원을 해도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 병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하지만, 건강이 악화되면 그동안 쌓아둔 마일리지 적립받듯 불안감이 급증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자신의 건강함을 과장해서 말하기도 한다.

 

가족들은 이렇게 

이들은 감성적인 편이라 논리나 분석적인 면이 약하다. 병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해주고 이해시키기보다 적절히 감성에 호소하면서 환자를 대하는 것이 좋다. 환자의 모습에 대해 칭찬해주거나‘ 병이 낫고 나서 여행을 같이 가자’는 식으로 치료 후의 좋은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다.

 

 

질병에 타성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유형

 

 

외부적인 상황 때문에 자신이 어려움에 처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의 아픔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로 인해 자주 문제가 발생하는데, 가족들이 눈치를 챘을 때는 이미 일이 커진 경우가 많다. 마치 아픔을 원하고 벌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주변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아픈 상태를 유지하고자 할 우려가 있다. 그렇게 스스로를 괴롭히지만, 마음속으로는 남들을 원망하고 있다.

 

가족들은 이렇게 

아픈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 한다. 질문이나 사건에 대한 대처는 그다음이다. 즉, 환자를 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상대방을 인정하는 태도다. 질병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환자가 아픈 현재 상태에 주목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의 자기 파괴적 행위는 멈추지 않는다.

 

 

 

 

경계심이 많고 화를 잘 내는 유형

 

 

의사를 의심하거나 경계한다. 의사뿐 아니라 가족 등 주위 사람들에게서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면 바로 그것이 경계심을 잃지 말아야 할, 아무도 믿어서는 안 되는 증거라고 굳게 믿는다. 이들에게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가르는 경향이 있어서, 가족이라도 나쁜 사람의 범주에 들어가면 환자와 대화 자체가 힘들어진다.

 

가족들은 이렇게 

가족들은 환자의 잦은 한탄과 분노에 어쩔 줄 모르고 심지어 울화통을 터트릴 수 있다. 이런 행동은 환자의 절망감을 부채질할 뿐이다. 환자에겐 가족이 의사 편이 아니라 내 편이라는 확신이 필요하다. 그러니 다른 병원도 다 똑같으며 지금의 의사가 최선이라고 말하지 마라. 좀 더 좋은 병원이 어디 있는지 같이 알아보자고 말을 해라. 비록 말뿐일지라도 위안이 될 거다.

 

 

자신이 중요하고 영향력이 큰 인물이라 여기는 유형

 

 

집안의 가장이나 사회적으로 상당한 지위를 가진 경우, 환자는 자신의 체면을 생각한다. 그래서 점잖고 당당한 태도를 유지한다. 이들은 최고의 의사와 최고의 병원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고 싶어 한다. 그래서 젊은 의료진을 무시할 수도 있다. 이는 유능한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고 싶기 때문. 최선의 치료를 위해 의사와 언쟁을 하거나 치료에 좀 더 간섭하기도 한다.

 

가족들은 이렇게 

이들은 자기애가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느끼면 치료 상황과 관계없이 비참함을 느낄 수 있다. 특별 대우가 어려운 건 아니다. 그냥 환자를 4대 독자 장손이라고 생각해라. 그렇다고 이들이 어리광을 피우는 건 아니다. 오히려 병을 대할 때는 사무적이고 전문적이다. 병의 진행 상태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말해야 환자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어떤 상황에도 휩쓸리지 않고 초연한 유형

 

 

병이 자신과 상관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다른 사람들의 걱정과 염려보다 자신만의 관심사에 집중한다. 그래서 이런 환자들은 의사의 금연 권고에 ‘난 그냥 죽는 날까지 담배 피우며 살겠소’라는 식으로 반응하기도 한다. 사실은 인정하는 것이 두려운 거다. 그래서 질병 자체를 거부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가족들은 이렇게 

좋은 결정은 두려움을 극복하고 짐을 내려놓을 때 탄생한다. 병을 외면하고 도망치는 자세는 결국 시간이 흐른 뒤 가족과 환자 모두가 후회하게 된다. 병을 마주하도록 용기를 줘야 한다. 환자가 거부하더라도 말이다.

 

 

 

 

간병의 기본 5원칙

 

 

1. 나 때문에 내 가족이 병에 걸린 게 아니다

가족의 병이 위중할수록 예전에 잘못했던 여러 가지 일들이 떠오르며 자신의 잘못 때문에 병에 걸린 게 아닐까라는 죄책감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나의 잘못이 병을 만들지는 않는다.

 

2. 중요한 질문은 담당 의료진에게 하라

현재 상태가 혼란스럽고 질병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을 것이다. 그에 대해 가장 정확한 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담당 의료진이다. 병의 상태와 치료 방침, 전망 등에 대한 질문에 말이다.

 

3. 가족 가운데 선장을 정하라

병과 싸우는 과정은 크고 작은 결정들의 연속이다. 그때마다 수많은 정보와 훈수 속에서 냉철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리며 방향을 잡아주는 선장이 필요하다.

 

4. 환자의 선택권을 존중하라

환자들은 인간적인 품위와 통제 능력의 상실에 대한 염려가 크다. 이는 환자의 자존감이 높을수록 더욱 심하다. 그러니 환자가 지금 이렇겠지, 이렇게 생각하겠지 추측하지 말고 환자에게 물어보자.

 

5. 민간요법에 빠지지 마라

간병 기간이 길어지면 민간요법에 혹해지기 쉽다. 그러다 약효가 좋다는 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민간요법에 의지하면 오히려 환자의 건강을 해치기 쉽다.

 

 

기획 최동석 사진 셔터스톡 참고 <임상최면저널>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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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리
아픈 가족이 있다면 그것은 환자만의 아픔이 아니라 온 가족의 문제이지요!! 아픔이 사라졌으면...
2019.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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