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명사 - 장형숙 할머님 편

기사 요약글

50대 명사 - 장형숙 할머님 편

기사 내용


장형숙 씨는 좋은 기사를 확대 복사해 그 뒷면을 편지지로 활용한다. 편지도 읽고 기사도 볼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신문을 읽다 좋은 글과 사람을 발견하면 꼭 주소를 수소문해 편지를 쓰고, 보고 싶은 전시회가 열리는 날에는 대전에서 서울까지 홀로 나들이를 떠난다. 전국 방방곡곡 지인들의 병문안이나 교회 입당식을 찾아다니는 것도 큰 즐거움. 심심해하지 말고 스스로 재미를 찾을 것. 그것이 89세 장형숙 여사의 인생관이다.

 

 

언제부터 신문을 읽고 편지를 보냈는지 묻자

한 10년은 넘은 것 같아요. 신문을 보면 좋은 글도 많고,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도 많잖아요. 나이 든 사람이 세상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하다 그런 귀한 정보를 주는 사람들에게 감사 편지를 써보기로 했죠. 대개 신문사 편집부로 연락하면 주소를 알려주는데 지금껏 천여 명에게 편지를 보내지 않았나 싶어요. 기자에게는 좋은 기사 써줘서 감사하다,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분에게는 존경스럽다고 쓰는 식인데 할머니가 편지를 보낸 게 신기했던지 얼른 해답(답장)이 오더라고요. 그렇게 맺은 인연으로 계속 편지를 주고받는 경우도 있고요. 제 사연이 알려지면서 되려 먼저 편지를 보내는 경우도 있는데 며칠 전에는 서산에 있는 익명의 한 여선생이 돈 5만원이랑 우표 100장을 다 보내왔어요.

 

원래 편지 쓰기를 즐겼냐는 질문에

학창 시절부터 편지 쓰는 게 습관이 됐어요. 내 고향이 해남인데 전라남도 추천으로 경성여자사범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식구들에게 편지로 안부를 묻곤 했죠.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남학생과 편지로 마음을 나누던 시절도 있었네요(웃음). 그래서인지 지금도 편지 쓰는 시간이 무척 즐거워요. 한 글자 한 글자 적어가는 동안 상대방을 골똘히 떠올리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가거든요. 미국에서 공부하는 손주나 한때 같은 학교에서 공부했던 일본인 친구들에게도 편지를 하는데 친구가 세상을 떠난 뒤 홀로 남은 남편과도 편지를 주고받고 있어요. 며칠 전 온 해답에는 요즘 일본 사회 돌아가는 얘기도 적혀 있더라고요. 새벽 3시쯤 깨면 영 잠이 안 오는데 그때마다 조용히 편지를 쓰며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벽에 빼곡히 붙은 글들이 뭔지 묻자

책이나 신문을 보다 잊고 싶지 않은 것들이 나오면 따로 적어 벽에 붙여두곤 했어요. 3~4년 전 적어놓은 성경 구절도 있고, 모기지론(장기주택자금대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같은 어려운 용어 설명도 있죠. 미국, 중국 지도도 있는데 중국에 관련된 책을 읽거나 미국으로 유학 간 우리 손주가 어디쯤 사는지 궁금해서 붙여놓은 것들이에요. 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꼬박꼬박 가계부를 써왔듯이 나는 기록을 참 좋아하는데, 심지어 지인들이 세상을 떠난 날짜까지 다 써놨어요. 냉동실을 열면 봉지마다 내용물이 뭔지 다 써 붙여놨죠. 떨어지는 기억력을 보완하려면 이 수밖에 없어요.

 

학구적인 것 같다는 얘기에

나는 노인정 가서 화투나 치며 시간을 보내는 게 참 못마땅하더라고요. 찾아보면 사는 게 맨 즐거움 투성이거든요. 특히 신문을 보면 내 관심사에 대한 최신 정보를 놓치지 않을 수 있어요. 요즘도 나는 좋은 전시회나 특강이 열리면 혼자 지팡이 짚고 서울까지 올라가 구경하고 옵니다. 영화<국제시장>이 열풍이라는 기사를 보고 개봉 4일 만에 보고 온 적도 있죠. 좋아하는 작가가 새 책을 내면 바람도 쐴 겸 버스 타고 시내 단골 서점에 다녀오는 거예요. 요양원에 있는 지인들 문병도 다녀오고, 교회 입당식마다 찾아다니며 전국으로 나름 ‘이유 있는 나들이’를 하러 다니는 재미는 또 어떻고요. 평범한 일상이지만 스스로 재미를 찾아 즐기다 보면 삶이 지루할 일도, 나이 많이 먹었다고 우울해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요?

 

 

그녀는 신문 외에도 책을 무척 즐겨 읽는다. 법정 스님, 한비야, 공지영 등의 작가를 특히 좋아한다고. 수필, 역사, 여행 등 읽는 책의 종류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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