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으로 가는 산책 대구 그리고 청도 산책

기사 요약글

대한민국에서 제일 덥기로 유명한 대구를 이 계절, 겨울에 떠올린 건 아무래도 요즘의 분위기 때문이다.

기사 내용

<국제시장>은 개봉과 함께 온 국민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영화에 대한 관심은 지난 시절에 대한 향수로 이어졌다.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는 그 분위기에 불을 지폈다. 청춘의 장면 장면마다 애틋한 배경음악이 되어주었던 노래를 다시 부르고, 그 시절 흠모했던 가수들의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괜스레 코끝이 찡해지는 경험을 함께했다. 그뿐인가. 이제 곧 그 이름도 정겨운 또 한 편의 영화 <쎄시봉>이 개봉을 앞두고 있으니 활활 불이 지펴진 추억 찾기 열풍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추억을 밟는 감성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대구가 제격이다. 대한민국 섬유산업의 메카 정도로 알고 있는 대구는 근대화 100년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역사의 고장이다. 대구까지 갔다면 청도를 놓쳐선 안 된다. 오랫동안 대구 시민들의 주말 나들이 장소로 각광받아온 청도는 ‘영남의 알프스’로 불릴 정도로 맑고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청정의 땅이다. 그 아름다운 풍경에 반한 사람들이 일찌감치 둥지를 틀고 곳곳에 문화를 심고 이야기를 쓰고 있는 건 당연한 일. 이쯤 되면 떠나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첫째 날 : 추억으로 가는 길,대구 산책

대구는 한국전쟁 때 피란 온 예술가들이 온몸으로 품었던 땅이다.
시인 구상과 마해송, 유치환 등은 백조다방에 모여 예술을 이야기했고 이중섭은 백록다방 한 켠에서 은박지 종이에 그림을 그렸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도시 곳곳에 스며 있는 옛 낭만주의자들의 흔적은 여행자들의 감성을 일깨우기에 충분하다.
현대건축물과는 차원이 다른 감상을 안겨주는 근대건축물부터 지금은 가고 없는 가객 김광석의 노래까지, 살아 숨 쉬는 기억과 만나는 대구 골목 걷기.

 

 

2시간짜리 골목투어

아무리 열심히 준비한 여행 코스라도 현지인 친구가 안내하는 뒷골목 걷기에 비할 수는 없다. 대구의 진짜배기 속살과 마주하고 싶다면 대구시 중구청에서 운영하는 ‘골목투어’를 이용해볼 만하다. 다양한 테마로(경상감영달성길, 근대문화골목, 패션한방길, 삼덕봉산문화길, 남산100년향수길) 나눈 다섯 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그중에서도 근대건축물과 민족운동가의 고택을 두루 돌며 대구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확인하는 2코스는 골목투어의 백미다.

중구의 골목길은 약전골목, 진골목, 뽕나무골목 등 그 이름도 구수한 수백 개의 골목이 실핏줄처럼 얽혀 있다. 2코스는 그중에서도 대구 유지들이 모여 살았다는 ‘진골목’과 ‘대구의 몽마르트르’로 불리는 ‘청라언덕(동산이라고도 한다)’을 잇고 있는데 어느 쪽에서 시작해도 좋다.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양옥인‘정소아과의원’이 랜드마크처럼 지키고 있는 진골목은 김원일의 소설 <마당 깊은 집>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곳이다. 100미터 남짓 되는 골목을 지나 좀 더 걷다 보면 영남 지방 최초의 고딕 양식 건물인 계산성당과 마주한다. 1902년에 세워져 경상도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으로 꼽히는 계산성당은 당시 서울과 평양에 이어 세 번째로 세워진 서양식 건물이었다. 김대건 신부와 김수환 추기경이 사제서품을 받은 곳도, 화가 이인성의 작품 배경이 되었던 곳도 바로 여기다. 성당 옆으로 난 뽕나무골목을 따라 걸으면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민족 시인 이상화와 국채보상운동의 창시자인 서상돈 선생의 고택을 만날 수 있다. 이어서 대구 시민들이 ‘가장 걷고싶은 길’로 꼽는다는 만세운동길 90개의 계단을 따라 오르면 1890년대 후반 기독교와 서양의학이 최초로 전파됐던 동산에 닿는다. 푸른 담쟁이가 많아 청라언덕이라고 불렀던 이곳에는 미국 선교사들의 주택 세 채가 그림처럼 안겨 있다. 오래된 기억을 찬찬히 더듬듯 친절하게 짠 1.64km의 투어로드를 따라 2시간 정도를 걷는 것만으로도 대구의 진짜 얼굴과 마주한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홈페이지gu.jung.daegu.kr/alley
문의053-661-2194(중구청 문화관광과)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곳, 김광석 거리

지금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거리를 꼽으라면 단연 ‘김광석 거리’를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김광석은 방천시장 ‘번개전파상’ 집 아들로, 대구에서 나고 자랐다. 김광석 거리는 시장 골목을 원 없이 누비며 음악에 대한 열정을 키웠을 그의 삶과 음악을 테마로 조성된 벽화거리다. 열한 팀의 작가들이 모여 골목 구석구석에 그린 벽화들은 이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추억과 감성을 툭툭 건드린다. 나이가 들수록, 달큰하게 취할수록 가슴 깊이 파고들어 마침내 인생의 노래가 되어버리는 그의 음악들처럼 이 거리도 걸을수록 진가를 발휘한다. 찬찬히 걷다 보면 추억의 문방구와 노천의 막걸리 가게 등 멈추고 싶은 풍경과 자주 마주친다. 길 끝에는 부산의 국제시장과 마찬가지로 한국전쟁을 기점으로 만들어져 성장한 방천시장이 자리 잡고 있다.

 

 

꼭 들러야 할 음악감상실 2곳

누가 대구를 문화 불모지라고 했던가. 미군 부대의 영향으로 일찌감치 모던보이 모던걸들이 인스턴트커피를 홀짝이며 팝송을 부르던 곳이 바로 대구다. 1946년 대한민국 최초의 고전 음악감상실 ‘녹향’이 문을 열었던 곳도 대구였다. 해방 이후 마땅히 음악 활동을 할 수 없었던 예술가들과 애호가들이 회원들의 집을 돌면서 축음기판으로 함께 음악을 듣던 것이 시초였다. 세월과 함께 어려움을 겪기도 했던 이 오래된 음악감상실은 10여 차례 장소를 이전하면서도 명맥을 이어왔고, 지금은 대구향촌박물관 지하에 자리하고 있다.
그뿐이랴. 서울에 ‘쎄시봉’이 있었다면 대구에는 ‘행복의 섬’이 있었다! 1980년대에 대구에서 젊음을 불태웠던 청춘이라면 동성로의 터줏대감처럼 자리 잡고 있던 행복의 섬에 빚지지 않은 이가 없었다. LP의 실종과 함께 한동안 문을 닫기도 했지만 그 시절 활동했던 추억의 DJ가 다시 문을 열었다. 사연과 함께 그 시절 그때처럼 추억의 팝을 신청해보는 것도 좋을 듯.

 

 

 

헤이투어 국내여행 3탄<쎄시봉, 추억 속의 멜로디> 일정 입니다. Day1(대구) 오전 8시30분 교대역 출발 - 12:00 대구 김광석길 - 14:00 추억의 LP음악감상실 - 16:00 근대 문화골목투어 - 17:00 대구한약도매시장 - Day2(청도) - 9:30 성수월마을 투어 - 10:00 찻집에서 추억 나누기 - 11:00 코미디 철가방 극장 공연 관람 - 13:30 서울로 출발 - 오후 5시 교대역 도착

 

 

 

둘째 날 : 낭만에관하여,청도 걷기

대구 골목 산책을 만끽했다면 남은 하루는 청도에 투자해도 좋다.
청도는 ‘영남의 알프스’라는 별명답게 풍경 곳곳에 숨겨진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추억과 낭만을 쉼 없이 불러온다.

세상에 하나뿐인 와인, 청도 와인터널

청도의 특산물을 꼽으라면 단연코 반시감이다. 둥글고 납작한 접시를 닮아 ‘반시’라 불리는 청도감은 씨가 없는 데다 높은 당도와 수분이 풍부해 유명하다. 게다가 이 반시로 만든 독특한 와인을 맛볼 수 있다니 절대로 지나쳐선 안 될 곳이 바로 청도 와인터널이다. 1km가 넘는 운치 있는 터널 안에 무려 15만 병이 넘는 와인이 있으며 이 로맨틱한 곳에서 청도의 특산물인 반시감으로 만든 독특한 와인을 맛볼 수 있다. 열차가 다니던 철길을 걸어 터널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유럽의 고성 내부를 연상시키는 근사한 분위기에 탄성이 터져나온다.
주소경상북도 청도군 화양읍 송금길 85
영업시간평일과 공휴일 09:30~20:00, 주말 09:30~21:00

 

 

소원이 익는 동네, 성수월 마을

청도에서 제일 먼저 들러볼 곳은 ‘성스러운 기운을 받아서 하는 일이 모두 술술 풀린다’는 의미를 담은 성수월마을이다. 청도 서쪽 끝에 위치한 이곳은 ‘성곡댐’이 만들어지면서 물에 잠기게 된 여섯 개의 마을을 통합한 집단 이주촌이다. 마을 입구에 자리 잡은 ‘그린 투어 센터’에서 자전거를 대여해 찬찬히 페달을 밟다 보면 댐의 저수지 한가운데 홀로 솟아 있는 나무 한 그루를 보고 멈추게 되는데, 그 사연이 뭉클하다. 잃어버린 고향을 잊지 못하는 주민들이 그 옛날 마을을 지켜주던 당산나무를 옮겨 심은 것. 몸의 일부와도 같은 추억들을 댐 안에 남기고 온 주민들이 그러하듯 여행자들도 당산나무를 보며 저마다의 소원을 빌어보기도 한다.

 

 

코미디 시키신 분! 코미디 철가방 극장

이제 열세 살 소년 소녀가 된 듯, 한바탕 웃을 차례다. 성곡댐 앞에 자리 잡은 ‘코미디 철가방 극장’은 개그맨 전유성이 만든 코미디 전용 극장이다. 3층 높이의 건물은 이름 그대로 철가방 모양을 하고 있고, 반쯤 열린 틈새로 자장면과 단무지와 고춧가루, 식초통과 소주병도 보인다. 그야말로 ‘세계에서 제일 큰 철가방’ 안에서 선보이는 공연이 신선한다. 극 중 무대의 벽이 열리면서 뒤로 보이는 아름다운 자연이 그대로 배경이 되는 것. 주말이라면 적어도 한 달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공연을 본 사람들이 1년치 웃음을 다 웃고 간다고 평할 정도로 배꼽잡는 공연이다.
주소경상북도 청도군 풍각면 성곡리 581 문의 054-373-1950
공연시간 화요일~금요일 오후 2시 1회공연, 주말과 공휴일은 오전 11시, 오후 2시, 오후 5시 공연, 월요일은 공연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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