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 무인점포 창업 특집>
4. 무인 카페 6개월 차, 김병수 씨
*김병수 씨의 창업 노트
무인 카페 6개월 차, 김병수 씨
“임대료가 관건이더라”
40년간 일한 직장에서 받은 퇴직금에 대출금을 보태 고향에 4층짜리 상가를 매입했다. ‘월세’에 기대는 평화로운 노후를 맞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사는 게 어디 계획대로 되던가. 코로나19라는 생경한 전염병 때문에 예상치도 못한 ‘공실’ 사태가 발생하고 만 것.
직접 공실을 채워 월세라도 벌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온종일 시간을 쏟지 않아도 되는 일, 환갑의 나이에 맞는 노동력이 드는 일을 고민하던 중 온라인 창업 카페에서 솔깃한 추천을 받았다. 임대료 부담이 없다면 도전해볼 만한 무인 카페였다.
무인 카페, 일반 카페 창업과 조건이 다르다?
카페라면 모름지기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기에 일단 우리 상가가 무인 카페에 알맞은 조건인지 알아봐야 했다. 가장 쉬운 건 무인 카페 프랜차이즈를 통해 상담을 받는 것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무인 카페의 입지는 일반 카페의 입지 조건과는 완벽히 반대라는 것이다. 무인 카페의 커피는 1500원 수준으로 매우 저렴해 유명 커피숍을 찾는 손님과는 애초에 타깃이 달랐다.
황금 상권의 일반 커피숍과 일단 경쟁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임대료, 권리금 등이 비싼 점포를 얻었다가는 수익률이 낮아 망하기 딱 좋다고. 그 때문에 유명 커피숍이나 베이커리, 아이스크림 가게 등이 들어오지 않을 만한 곳이 오히려 무인 카페 최적의 입지라는 설명이었다. 그런데 알아볼수록 무인 커피 프랜차이즈는 부담이 됐다.
단순하게 계산을 해봐도 커피 기계부터 각종 제반 시설, 공과금, 거기에 가맹비까지 내려면 하루에 최소 100잔 이상은 팔아야 어느 정도 이익이 남을 텐데 100명이나 되는 손님이 가게에 올지 일단 미지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떤 브랜드이건 프랜차이즈를 하려면 기계 값이다, 로열티다 이래저래 자본금이 최소 5000만원은 필요했다. 내가 융통할 수 있는 금액은 3000만원에 불과했는데 말이다.
3000만원으로 준비한 개인 창업
온라인 창업 카페, 유튜브 등을 통해 앞서 개인 창업으로 무인 카페를 연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현실은 한 달 순수익으로 100만원 이상은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나마 나는 월세가 없으니 150만원 정도 가져가면 성공적인 셈인데, 요즘 같은 시국에는 100만원도 감지덕지라고. 이런 낮은 수익으로 다들 어떻게 먹고 사는가 했더니 대부분 본업이 있거나 나 같은 건물주, 아니면 무인점포를 여러 개 운영하는 사람이었다.
기존에 받던 월세 정도만 번다는 마음가짐으로 창업 준비에 들어갔다. 창업 자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커피머신 구입비였다. 새 기계는 1500~1600만원 정도였는데 자본금의 절반이라 부담이 커 사용한 지 1년 된 중고 기계를 900만원에 구입했다. 그리고 스낵류를 판매하는 자판기 400만원, 테이블 등 집기류 300만원, 인테리어 1200만원, CCTV와 와이파이 설치 등 50만원, 커피원두 및 부자재 70만원 이렇게 총 2930(2920)만원으로 자본금을 꽉 채웠다.
인테리어에서 비용을 좀 더 아낄 수 있었지만 가게가 깔끔하고 좋아 보일수록 손님의 눈길을 붙잡는다는 선경험자의 조언이 마음에 남아 그러지 않았다. 청소만 잘하면 된다는 사람이 있었지만 이른바 진상 손님을 줄일 수 있는 팁 중에 하나는 ‘함부로 하기 어려운 좋은 인테리어’에 있다는 말에 공감했다.
코로나19 시대의 창업, 첫 수익은?
몇 달간 비어 있던 상가 1층에 간판이 달리고 불이 들어오자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우리 무인 카페의 아메리카노는 1500원, 라떼는 2000원, 그 외 음료는 2300원으로 책정되어 있는데, 제법 등급이 높은 원두를 썼더니 가격 대비 맛이 좋다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몇 일에 한 번씩 리필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원두가 금방 떨어지기 일쑤였고 비품을 채우거나 청소를 해야 해 가게에 매여 있다는 생각은 피할 수 없었다.
그래도 혼자 관리하기에 적당한 규모와 노동이라 그리 피로하지는 않았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정말 손님이 적었다. 하루 평균 30명 정도 온달까. 오픈 첫 달 매출이 135만원이었다. 매출 원가는 보통 20~25%로 잡는데, 원가가 33만 7500원이니 매출에 비해 수익률은 나쁘지 않은 편. 하지만 여기에 각종 공과금 20만원과 세스코를 비롯한 관리비 6만원, 기계의 감가상각비 등을 제했더니 매출의 절반 수준인 60만원이 손에 쥐어졌다. 공실이었던 상가에서 월세 수준의 금액이 나왔으니 ‘나름 괜찮은 장사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같은 퇴직자에게 용돈벌이로는 그만이었다.
카공족의 출현! 위기를 돌파하라
창업 두 달이 되자 새로운 고민이 시작됐다. 이른바 ‘카공족’이 나타난 것. 커피 한 잔 사서 4~5시간씩 앉아 공부하는 손님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또 외부 음식을 가져와 먹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골치였다. 영업에 해를 끼치는 건 아니지만 회전율에 방해가 됐다. 한 달을 고심하고 고민한 결과, 이 또한 생각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무인 카페에 오는 손님을 크게 아침, 점심, 저녁, 새벽으로 나눠 살펴보니 오전과 점심에는 직장인이, 오후 시간에는 카공족이 매장을 지켰다. 그리고 자정이 넘으면 대리 기사님과 배달 기사님이 주요 고객이 되는데, 이 작은 가게에서 다채로운 손님들이 오고 간다는 사실이 경이롭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외부 음식을 먹는 건 단호하게 제지했다. 냄새, 벌레 등 위생적으로 손님을 떨어뜨리는 최악의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회전율을 위해 화장실은 오픈하지 않기로 했다.
어느덧 무인 카페를 오픈한 지 6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수익은 처음보다 더 좋아졌을까? 아쉽게도 제자리에 머무르거나 더 떨어진 상태다. 코로나19로 인해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카공족 손님을 받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버틸 수 있는 이유는 한 가지, 임대료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무인 카페를 하면 할수록 임대료가 무인 카페 성패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입지, 넓은 공간,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는 동네의 작은 무인카페에서는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기획 장혜정 글 김나연 사진 박충렬(스튜디오 텐)
[이런 기사 어때요]
>>나만 못 받은 부모님 상속, 내 지분 돌려 받으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