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 무인점포 창업 특집>
3. 아이스크림 가게 1년 차, 조용상 씨
*조용상 씨의 창업 노트
아이스크림 가게 1년 차, 조용상 씨
여름엔 쏠쏠, 겨울엔 쌀쌀해요
시니어 알바 차원에서 동네 편의점 캐셔를 봤던 내가 아이스크림 가게 창업에 끌린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우연히 옆 동네 산책을 나갔다 최근 생겼다던 ‘그곳’에 들어가게 됐는데, 과자며 아이스크림이 빼곡히 들어찬 모습이라든가 곳곳에 달린 CCTV가 과거 알바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특히 자리를 지키지 않고도 무인으로 가게가 돌아간다는 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본인, 사모님, 심지어 그 집 아들까지 3교대로 가게를 지키느라 편의점 차린 후로부터 온 가족이 제대로 된 여행 한 번 못 가봤다는 전 사장님의 푸념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다 같은 프랜차이즈가 아니다! 특장점을 파악할 것.
프랜차이즈 몇 군데에 문의 전화를 걸어봤더니 대부분 비슷한 조건을 제시했다. 임대료 제외, 약 2000~3000만원 정도면 간판, 인테리어, 키오스크 계산기, CCTV, 냉장고, 초기 물품 등을 일사천리로 마련해준다는 것. 가맹비, 로열티, 교육비가 없는 이른바 3무 창업을 내세우는 곳이 있는가 하면, SNS에 홍보까지 책임져준다고 약속하는 곳도 있었다.
가맹점 가운데 연 매출 2억원을 찍는 곳이 있다는 둥, 월세, 전기세, 각종 공과금을 빼고도 무조건 300~400만원이 남는다는 둥 제시하는 예상 수입도 가지가지. 직접 발품을 팔며 다녀보니 역시나 자세한 정보가 들려왔고, 아이스크림과 함께 왜 ‘한국 과자’가 아닌 ‘세계 과자’를 팔아야 하는지 의문도 해결할 수 있었다.
소비자가가 명확한 국산 과자에 비해 세계 과자는 원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낮아 ‘마진’을 많이 남길 수 있다는 이유였다. 예를 들어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300원에 팔리는 과자를 한국에서 1500원에 판다 한들 이걸 비싸다 싸다 판단하기 애매하다는 얘기.
또 하나의 궁금증은 어째서 슈퍼에서 1200원에 사 먹던 아이스크림을 400원에 판매할 수 있냐는 점이었다. 설명은 이랬다. 해태, 롯데, 빙그레 같은 대기업에서 만든 아이스크림은 총판, 대리점, 슈퍼를 거치며 가격이 훅훅 뛰는데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는 유통단계를 획기적으로 줄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것이었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프랜차이즈 사이에서 고민했지만, 나는 로열티, 월 납입금, 계약 만료 시 재갱신 비용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모 업체로 마음을 굳혔다. 점포별로 실제 매출을 쫙 뽑아 보여주니 어느 정도 믿음이 갔다.
본사의 가르침이 중요하다?
본사 직원들과 상의해 점포를 알아보러 다녔다. 버스, 지하철 등 유동 인구가 많은 곳, 주거 세대가 1000세대 이상 형성된 곳, 초등학교 중학교 등 학생 손님의 동선 안에 있는 곳이 최적의 입지로 꼽혔지만 어떤 곳은 너무 월세가 비쌌고, 어떤 곳은 보증금이 너무 높았다. 결국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90만원의 조건으로 지하철역과는 거리가 있는 골목이지만, 다세대주택과 아이들의 학교가 지척인 곳에 13평(43m2)짜리 가게를 얻었다.
일반적으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는 10~15평 ((33~49.5m2)가량이 필요하다. 프랜차이즈에 들어간 돈은 간판, 인테리어, 키오스크 계산기, CCTV, 냉장고, 초기 물품 등을 모두 합해 총 2400만원 정도. 물론 본사에서 가져가는 돈이 만만치 않겠으나 비교적 소액으로 ‘내 가게’가 뚝딱 차려진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특히 무인 가게 영업에 필수로 꼽히는 키오스크 계산기 사용법이나 휴대폰으로 가게 불을 켜고 끄는 제어 시스템 등을 배우기가 만만치 않았는데 본사 사람들이 나와 하나하나 가르쳐주니 안심이 됐다.
계절에 따라 수입이 달라진다?
1년간 가게를 운영해보니 수입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역시나 ‘계절’이었다. 이 업종의 성수기를 통상 4~9월로 치는데 날씨가 더우면 확실히 아이스크림이 잘 팔린다. 이것저것 제외하고 한 달 순수익이 300만원이 넘어가는 달도 있었던 반면 요즘 같은 동절기엔 확실히 매출이 확 떨어져 월 150~180만원 정도를 가져간다.
400원에 아이스크림을 팔면 보통 100원이 남는데 그게 무슨 돈이 될까 싶지만 여름엔 한 번에 수십 개씩 사 가는 사람들이 꽤 많다. 하나에 1000원 정도 남는 ‘퍼먹는 아이스크림’이 좀 잘 팔리면 좋겠지만 냉동고 차지를 많이 하기 때문에 많이 들여놓을 수도 없을뿐더러 사람들의 심리가 묘해서 800원 이상이 넘어가면 잘 집어 들지 않는다.
요즘 아이스크림 가게와 편의점 사이의 잡음이 적지 않은데 캔음료나 컵라면, 간단한 생필품, 애견 간식까지 기존의 편의점에서 판매하던 품목을 취급하는 곳이 생겨나면서 벌어진 일이다. 입지가 겹치다 보니 둘이 붙어 있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은데, 편의점에서 담배나 술을 산 손님이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과자를 사 한숨이 늘었다는 편의점 점주들의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나 역시 ‘품목 다양화’를 고려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다 알고 지내는 마당에 괜한 잡음을 만들까 싶어 일단은 보류 중이다.
‘무인’,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무인점포의 최대 장점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건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청소나 상품 진열 때문에 하루에 한두 번씩은 꼭 매장에 들르는데 그때마다 1~2시간 정도 든다. 스마트폰으로 지켜보다가 무인 계산대 사용법이 미숙한 아이나 어르신들이 보이면 음성으로 개입할 수 밖에 없고, 손님이 많이 몰려 계산대가 혼잡할 때면 인근에 있다 얼른 가게로 뛰어가는 일도 있다. 이렇게 언제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몰라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을 새가 없다.
그래도 24시간 돌아가는 가게에서 사람이 상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무척 큰 장점이다.
가장 우려했던 ‘절도’도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가끔 봉투에 아이스크림 여러 개를 담으면서 한두개 더 집어넣는 사람은 봤지만, CCTV 때문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부분 착해서인지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다. 아이스크림 1개의 단가가 4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 별것 아니고, 알바생을 쓰면 1시간당 1만원은 인건비로 나갈 텐데 이 정도쯤이야 그저 태산의 ‘티끌’ 같달까.
이런 이유로 혹시 누가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창업을 고민한다면 나는 추천하고 싶다. 2000만원대 투자금으로 이 정도 수익을 꾸준히 올린다면 괜찮은 노릇 아닌가. 큰 수익 말고 월100~200만원 정도만 가져가겠다는 심산이면 현재로서는 나쁠 게 없다는 생각이다. 마진은 작지만 인건비 ‘제로’에서 오는 이점이 만만치 않고 무엇보다 시간 활용이 자유로워 투잡이나 부업으로 적합한 것 같다.
기획 장혜정 사진 박충렬(스튜디오 텐),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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