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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녀는 어떻게 시골 외양간을 갤러리로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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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양간, 갤러리가 되다

 

 

여행, 책 기반의 전시회와 문화 프로그램이 열리는 갤러리 소집은 이름 그대로 소의 집, 우사(牛舍)로 이용됐던 곳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것이 아니라 생기 잃은 곳을 갤러리로 고친 독특한 사람들은 부녀지간이다. 카메라 감독이었던 아버지 고종환 대표와 글을 쓰고 지역 활동을 하는 딸 고기은 대표가 의기투합해 ‘소집지기’라는 이름으로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갤러리 소집은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의 동해안 유휴 공간 기반 청년창업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꾸려진 곳이다. 공간을 찾는 과정부터가 쉽지 않았다. 무작정 강릉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예전에 우사로 사용됐던 창고를 발견했다.

 

 

공사를 하려고 보니 건물 안에는 전기나 수도 등 기본 시설이 전혀 없었다. 살릴 수 있는 것은 오직 우사였을 때부터 건물을 받치고 있던 일곱 개의 나무 기둥뿐이었다. 외부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개조 공사를 진행한 끝에 2019년 4월 갤러리 소집을 오픈했다. 현재까지 총 16번의 전시가 열렸고, 글쓰기 등 클래스와 소규모 콘서트가 진행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아버지 고종환 대표가 방문객들의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인화해 액자로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을 개설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다.

 

 

 

 

 

카메라맨 아버지와 작가 딸의 협업 프로젝트

 

 

딸 고기은 대표는 대학 졸업 후 MBC ‘생방송 오늘 아침’, KBS ‘아침마당’ 등 시사교양 프로그램 작가와 쿠팡의 여행 콘텐츠 에디터로 6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다 고향인 강릉으로 돌아왔다. 당시 프리랜서로 취재를 다니다가 아버지와 협업을 하게 됐다. 20년 이상 카메라를 들다 퇴직한 고종환 대표는 사진을 취미로 삼고 있었다. 동행 취재를 해보니 분업이 잘 되고 마음도 잘 맞았다. 부녀가 함께 강원도의 자연 호수 18곳을 취재하며 ‘뷰레이크 타임’이라는 책도 펴냈다.

 

 

부녀가 강릉에 그들만의 공간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은 책방을 예상했고 고종환 대표는 카페를 원했다. 하지만 고기은 대표는 갤러리를 떠올렸다. 지역에 대형 미술관이나 전시관만 있는 점이 아쉽다는 지역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고종환 대표가 사진전에 초청을 받아 세 차례 전시했던 경험을 바탕 삼아 갤러리를 열기로 했다. 생각해본 적 없는 도전이었지만, 고종환 대표는 딸의 강한 모험심을 믿었다.

 

 

“큐레이터 경험이 없지만, 오히려 경험이 없는 덕에 부담 없이 전시를 열고 싶은 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작가님들이 소집을 첫 개인전 장소로 선호하시는데, 제 입장에서도 첫 걸음을 함께 하는 것이 보람 있습니다.”

 

 

 

 

입소문으로 이어진 재방문

 

 

부녀가 의기투합해 만든 공간이지만 의견 충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고종환 대표는 많은 방문객이 찾아오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반면, 고기은 대표는 하루에 한 명만 오더라도 좋다는 입장이다.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내내 함께 있는 것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기도 했다. 그래서 방문객이 많은 주말에는 고종환 대표가, 평일에는 고기은 대표가 나눠서 근무하는 것으로 합의를 했다.

 

 

오픈 초 소집의 방문자는 여행객이 대부분이었지만 어느 순간 지역 주민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주민들의 방문이 크게 늘기 시작했다. 신기해서 오는 사람이 반, 재방문하는 사람이 반이다. 세대가 다른 두 대표가 운영하는 곳인 만큼 젊은 방문객 못지않게 어르신들의 방문율도 높다.

 

 

“지역 갤러리이기 때문에 접근성은 조금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만큼 특색 있는 경험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존재하죠. 그 경험이 좋았던 분들은 재방문을 해주시고요. 더 많은 분들이 오실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역 이야기를 쌓아가는 오늘

 

 

고기은 대표는 최근 20명의 강릉 시민이 참여한 책 ‘나는 강릉에 삽니다’를 출간했다. 저마다 강릉에 사는 이유를 담은 책이다. 소집에서는 올해 말까지 이 책의 발간을 기념하는 전시회가 진행 중이다. 일년 내내 코로나19로 지쳐 있던 주민들이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책을 받아들자 무언가를 이뤄낸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고기은 대표는 이렇듯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또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부녀의 목표는 거창하지 않다. 생기를 잃고 쓸모없어진 공간에 숨을 불어넣었던 것처럼, 소집이 새로운 시작을 앞둔 이들이 첫 걸음을 뗄 수 있는 공간으로 남기를 소망하고 있다.

 

 

“이 동네가 유서가 깊은 곳임에도 아카이브가 잘 되어 있지 않아 아쉬움이 큽니다. 지역 이야기를 계속해서 쌓아가고,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 활동하며 강릉이 문화도시로 거듭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아버지가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앞둔 세대이신데 새로 도전하는 것을 아직은 어려워하십니다. 제가 발걸음을 맞춰 드릴 수 있는 것이 있다면 함께 하고, 저 또한 아버지께 많은 것들을 배우고 싶습니다.”

 

 

 

지역 갤러리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려면?
많은 분들이 갤러리를 준비하며 답사를 하는데, 인테리어나 소품 등 외형적으로 예쁜 것만 벤치마킹을 한다면 잠깐 이슈가 될 수는 있겠지만, 지속적인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지역 갤러리는 지역 이야기를 가지고 활동하는 지역 예술가와 소통해야 하는 곳입니다. 지역 예술가에 대한 존중감을 가지고,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원활한 가족 경영을 위한 노하우
가족이기 때문에 이야기하기도 편하고 싸워도 금방 화해할 수 있지만, 일하는 동안에는 가족 간이어도 서로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습니다. 저희는 멘토님께 들은 ‘꼭 같이 근무해야 할 필요는 없다. 각자의 근무일을 정해라’라는 조언을 따르고 있습니다. 서로 외부 일정을 조절해 근무일을 나눠 일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획 임소연 김지연 사진 이근수(스튜디오 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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