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은 장에서부터? 예민 보스들을 위한 소화력 처방전

기사 요약글

소화는 정신 건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는 일상의 긴장과 불안을 줄이고 자신과 타인의 감정에 관심을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예민함을 다스리는 법을 들어봤다.

기사 내용

 

*전문가의 소화력 시리즈*

1편. 삼성서울병원 전홍진 교수, 예민해 소화가 안 되는 사람들을 위한 소화비결

2편. 일산차병원 박윤수 교수, 속 편한 삶을 위해 갖춰야 할 생활의 기본기

3편. 비에비스 나무병원 민영일 원장소화기 명의가 알려주는 속 튼튼 건강법

4편. 아이엔여기 한의원 김수경 원장, '국민약골' 이윤석 건강 체질로 바꾼 한의사 아내의 식습관 관리

5편. 완전소화연구소 류은경 소장, 완전한 소화로 가는 지름길, 생체리듬 식사법

 

 

전홍진 교수는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보건복지부 위탁 중앙심리부검센터 센터장과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최근 출간하신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을 보면 뇌와 장이 연결돼 있다는 설명이 있어요.

 

 

소화는 정신 건강과 매우 밀접한 관계입니다. 그중에서도 우울증과 관련이 높아요. 요즘 전문가들이 주로 연구하는 내용 중 하나가 뇌장축(brain-gut axis)입니다. 뇌와 장이 연결되어 있다는 거죠. 그래서 우울증에 걸리면 기분만 우울한 게 아니라 소화도 안 되는 거예요.

우울증 하면 세로토닌을 이야기하는데, 장에도 세로토닌이 많고 서로 영향을 줘요. 많은 환자가 긴장하고 불안하면 소화가 안 되고 설사나 변비가 생긴다고 말해요. 저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가 프로바이오틱스를 이용한 임상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환자에게 특수한 유산균을 처방해 장 증상이 호전되는지 관찰 중인데, 실제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여요.

 

 

신경을 많이 써서 입맛이 없다는 말도 자주 하잖아요. 

 

 

인두 이물감이라는 게 있어요. 실제로는 인두에 이상이 없는데, 먹을 때마다 뭔가 걸린다고 느끼는 거죠. 심지어 물을 마셔도 목에 걸리는 느낌을 받죠. 긴장하고 불안해서 그래요.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몸에 힘이 들어가 근육통이 되고 불면으로 이어지죠.

참고로 우울증 환자들을 살펴보면 동서양의 차이가 나타나요. 서양인은 자기 감정에 대해 잘 알아차리고 표현하지만 동양인은 감정을 잘 인식하지 못해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요. 감정을 숨기고 쌓아두니 예민해져서 몸이 아프게 되는 거죠.

통상 어른들이 힘들면 ‘온몸이 아프다’고 하는데, 가장 흔히 아픈 곳이 머리예요. 긴장성 두통이죠. 이렇게 신체 증상이 나타나면서 2차적인 우울감이 찾아와요. 몸이 아픈 원인을 찾기 위해 여러 과를 돌며 검사받는 동안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요. 그런데 검사 결과는 이상 없음이죠. 증상의 원인이 스트레스라는 것을 인식할 때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려요.

 

 

예민해서 살이 빠지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살이 찌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는데, 이 물질이 만성으로 올라가면 신체 대사가 불균형해집니다. 코르티솔은 혈당을 높여 식욕을 부추기고 복부에 지방을 쌓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복부비만을 유발하죠. 배는 나오는데 팔다리는 가늘어지고, 그러다 보면 근력이 떨어져 운동을 기피하면서 장의 움직임도 저하시켜요.

 

 

 

 

일상에서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긴장하면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갑니다. 호흡을 급하게 하니 몸의 피가 심부로 쏠려서 심장이 두근대죠. 그럴 때는 복식호흡을 주기적으로 해보세요. 평소 몸의 긴장을 풀고 호흡을 조절하면 몸이 편안해집니다. 또 조깅이나 줄넘기, 에어로빅처럼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대표적인 소화기계 질환 중 하나가 ‘과민성대장증후군’이죠. 많은 사람들이 이 증상으로 고통받고 있어요. 

 

 

과도하게 긴장하거나 심리적으로 불안할 때 생기는 증상입니다. 저희는 소화기내과와 협진하거나 상담을 같이 하는데, 수험생처럼 환경적인 영향을 받는 환자도 있지만 상당수는 예민한 분들이에요. 심리적인 문제가 원인이라면 행동치료가 좋습니다. 작은 것부터 성공시키는 거예요. 우리가 긴장을 줄이려면 작은 성공이 많이 필요하니까요.

예를 들어 사람들 앞에서 발표만 하면 화장실로 뛰어가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분들은 처음에 친한 사람이나 한두 명 앞에서 먼저 발표를 해서 자신감을 키워야 해요. 그리고 준비 과정부터 시간 배분을 잘해야 하죠. 긴장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자료를 완벽하게 준비하려다 마감 시간에 쫓기고, 결국 허둥지둥해서 마무리가 좋지 않아요. 이 경우 일의 시작과 끝을 타임라인으로 정해서 맞춰가는 노력이 필요해요. 그것이 힘들다면 약물치료를 병행해 효과를 볼 수도 있습니다.

 

 

시험이나 면접처럼 중요한 일을 앞두고 밥을 못 먹는 사람이 많습니다. 

 

 

며칠 정도 시간을 두고, 자신이 자주 먹는 검증된 음식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긴장한 상태에서 찬 음식이나 우유 등을 먹으면 장이 잘 움직이지 않고 소화도 안 되죠. 식사를 하고 나서 복부를 따뜻하게 만들어주면 소화에 도움이 됩니다.

 

 

중장년층 가운데는 몸이 아프면서 예민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병의 경중에 따라 다르지만 예민성 때문에 같은 병도 굉장히 크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너무 과도하게 걱정하고 불안해하면서 불면과 호흡곤란 증세를 겪는 분도 있죠. 물론 병이 찾아왔을 때 그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과정이 누구에게나 쉽지 않아요. 호르몬 계통의 변화가 있거나 갑상선이나 난소같이 호르몬 관련 질병인 경우에는 영향이 큽니다. 이럴 때는 주치의에게 치료를 잘 받으면서 정신 건강 상담을 병행하면 좋죠.

 

 

 

 

교수님은 평소 어떻게 건강관리를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 성격입니다. 매사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죠. 또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합니다. 원래 테니스를 자주 치는데,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걷기운동으로 대체했어요. 주말에 아내와 함께 3만 보씩 걷습니다. 먹을 때도 즐거움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음식이 가장 맛있을 때 먹고, 주말이면 가족들과 맛집 탐방도 합니다. 제가 한식을 좋아해서 한식당을 자주 다니다 보니 아이들도 입맛이 저와 비슷해져서 청국장을 좋아해요(웃음).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생길 만큼 많은 사람이 우울증을 겪고, 공포를 안고 사는 것 같아요. 이런 심리적 불안이 소화에도 영향을 주지 않나요?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해주실 조언이 있다면요?

 

 

우리 모두가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죠. 지금까지 이런 일이 없었으니까요. 불안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태가 계속되면 결국 분노로 가요. 작은 일에도 화가 나고, 나와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확산돼요. 이 시간이 분노 에너지로 점철되면 사회문제로 이어지겠죠. 지금 당장은 어렵고 힘들지만, 역사를 살펴보면 상황은 결국 다음으로 넘어가게 돼 있어요.

나중에 돌이켜보면 이렇게 가족과 함께할 수 있었던 이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질 거예요. 그러니 함께 모여 소통하고 서로를 알게 되는 계기로 만들기 바랍니다. 집에서 스마트폰만 보지 말고 가족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세요. 자신을 통찰하고 상대를 이해하게 될 거예요. 자연스레 공감이 생기면 화를 참을 수 있어요. 언젠가 지나갈 이 시간을 좋은 경험으로 만드시기 바랍니다.

 

 

기획 문수진 사진 표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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