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소화력 시리즈*
1편. 삼성서울병원 전홍진 교수, 예민해 소화가 안 되는 사람들을 위한 소화 비결
2편. 일산차병원 박윤수 교수, 속 편한 삶을 위해 갖춰야 할 생활의 기본기
3편. 비에비스 나무병원 민영일 원장, 소화기 명의가 알려주는 속 튼튼 건강법
4편. 아이엔여기 한의원 김수경 원장, '국민약골' 이윤석 건강 체질로 바꾼 한의사 아내의 식습관 관리
5편. 완전소화연구소 류은경 소장, 완전 소화로 가는 지름길 - 생체리듬 식사법
잘 먹고, 잘 배출하고 있다면 소화를 잘하고 있는 건가요?
잘 먹고, 잘 배출하더라도 트림이나 방귀가 자주 나오거나 속이 더부룩하면 소화를 잘하고 있다고 말하긴 어려워요. 그런 일련의 증상들이 일상생활의 효율을 굉장히 떨어뜨리거든요.
소화가 잘 되는 분은 식사 전후로 불편함이 전혀 없어요. 문제는 음식을 먹고 나서 속이 더부룩하고 가스가 차고 방귀가 계속 나오는데도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네” 하고 쉽게 넘어가는 사람이 많다는 거예요.
소화가 안 되고 있다는 걸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다는 거군요.
전혀 인지하지 못하거나 소화가 안 되는 걸 알아도 쉽게 지나쳐요. 그저 몸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뿐, 소화가 안 되는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현재 자신이 소화가 잘되고 있는지, 아닌지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소화가 잘 됐다는 증거는 배설로 확인할 수 있어요. 옛날에는 왕의 변을 주치의가 냄새도 맡고 맛도 보면서 건강 상태를 체크했어요. 이처럼 변은 건강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척도예요.
음식을 제대로 소화하면 영양이 몸에 다 흡수되어 찌꺼기만 나오는데, 그런 상태의 변은 물보다 가벼워서 물에 둥둥 떠요. 이걸 ‘부변’이라고 하는데, 부변은 소화가 잘 됐다는 증거예요.
부변을 보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나 될까요?
거의 매일 부변을 보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아요. 저도 부변에 성공하기 위해 식생활을 만들어가고 있죠. 사실 현대인은 소화를 신경 쓰지 않는 식생활에 적응돼 있어서 슬기로운 소화 생활을 하는 사람이 드뭅니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소화를 신경 써야 한다는 뜻인가요?
사람의 몸에 있는 소화효소는 모든 음식을 소화하지 못해요. 사람이 소화할 수 있는 음식이 있고 소화할 수 없는 음식이 있죠. 이를테면 우유나 고기는 사람의 소화효소로 쉽게 소화시킬 수 없어요. 일상에서 흔히 먹는 가공식품이나 기름에 튀긴 음식도 마찬가지고요.
그럼 소화력을 높이려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나요?
과일, 채소, 통곡물, 구황작물 등 ‘자연 식물’이 대표적이에요. 가공되지 않은 음식을 먹으면 영양소가 잘 흡수되고, 소화 기관을 크게 자극하지 않아 소화도 잘됩니다.
현대인은 가공되거나 가열된 음식을 주로 먹는데, 그만큼 과일이나 채소를 덜먹기 때문에 소화불량인 사람들이 많죠. 제가 하는 일 중 하나가 소화가 안 되는 분들을 코칭 하는 것인데, 이때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이 아침에 과일만 500g(포도 두 송이 정도)씩 먹기예요.
아침에 먹는 과일이 좋은 건 알았지만, 과일만 먹으라니 좀 생소하네요.
사람의 몸에는 주기가 있어요. 크게 배출 주기, 흡수 주기, 동화 주기로 나뉘는데, 각 주기에 맞춰 음식을 먹는 것이 올바른 소화 습관의 핵심입니다. 아침에 과일을 먹어야 하는 이유는 새벽 4시부터 낮 12시까지가 ‘배출 주기’이기 때문이에요.
배출하는 시간이니 수분 위주의 배출을 돕는 식사가 좋아요. 과일은 수분 90%로 이루어져 있으니 아침 식사에 안성맞춤이죠. 간혹 당도를 걱정하는 분들이 있는데, 과일은 수분을 제외하면 당이 전부이기 때문에 단맛이 강하게 느껴질 뿐이에요. 포도 두 송이 또는 사과 두 개를 먹어도 당분이 50g밖에 안 됩니다. 밥 한 공기를 먹었을 때의 당도(60g)보다 적어요.
낮 12시까지 과일을 먹어야 한다면, 그 이후에는요?
낮 12시부터 저녁 8시까지는 ‘흡수 주기’예요. 내 몸의 소화를 돕는 소화기관이 가장 활발해지는 시간이죠. 그렇다고 아무 음식이나 먹으면 소화기관에 무리가 가겠죠. 소화에 도움이 되는 음식 위주로 먹는 게 좋아요. 자연식 위주의 한식이나 해산물과 채소를 곁들여 먹는 볶음 요리를 추천합니다.
저녁 8시 이후부터는 ‘동화 주기’라고 해서 낮에 소화한 영양소로 몸에 필요한 호르몬, 에너지 등을 만들어요. 몸을 복구하는 단계라 할 수 있는데, 이때는 음식을 안 먹는 게 좋습니다.
야식은 몸이 복구되는 과정을 방해하겠네요?
그렇죠. 밤에 음식을 먹으면 몸을 복구하는 대신 소화하는 데 에너지를 쏟게 되니까요. 이렇게 야식은 단순히 살이 찌기 때문이 아니라 몸에 복구할 시간을 안 주기 때문에 나쁜 거예요.
위장도 사람처럼 밤에는 쉬어야 다음날 일할 수 있는데, 계속 음식을 집어넣으면 밤새 일해야 하니 다음날 지친 상태가 되겠죠. 이런 악순환에 빠지지 않으려면 몸의 주기에 맞게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선생님의 소화력은 어떤가요?
저도 안 좋은 음식을 먹으면 당연히 속이 불편해요. 다만 평상시 소화에 좋지 않은 음식을 전혀 안 먹어서 불편함이 없을 뿐이에요. 결국 소화력이 좋다는 건 모든 음식을 잘 소화시킨다는 게 아니라 올바른 식생활 덕분에 평소 소화에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원활한 소화를 위해 선생님이 반드시 지키는 것이 있다면요?
아침에는 절대 다른 음식을 먹지 않고 과일만 먹어요. 제가 5년간 지켜온 철칙이죠. 그리고 일반식을 먹을 때는 국이나 찌개를 같이 먹지 않아요. 그러면 밥을 몇 번 안 씹고 후루룩 삼켜버리게 되거든요. 입에서 충분히 잘게 으깨지 않으면 췌장이 고생하고, 원래 하는 일이 많은 췌장에 과부하가 걸리면 당연히 소화에 무리가 오죠. 정말 먹고 싶을 땐 국을 먼저 먹은 다음 밥을 꼭꼭 씹어 먹어요.
그리고 웬만하면 정제된 탄수화물인 밀가루로 만든 빵이나 면 요리는 안 먹으려고 해요. 제가 가장 끊기 힘들었던 게 빵이에요. 버터 향을 너무 좋아해서 빵 중독이었거든요.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요즘 자주 먹는 음식이 ‘해산물 채소 기버터 볶음’이에요. 기버터는 버터를 끓여 우유에 남아 있는 단백질과 수분을 제거한 기름인데, 산화되지 않은 형태로 몸에 흡수돼서 소화가 잘 돼요. 또 버터 향까지 나기 때문에 빵에서 느낄 수 있는 고소한 맛까지 충족시켜줍니다.
기획 우성민 사진 표기식
[이런 기사 어때요?]
>> [전성기TV] 아프면 무조건 병원에 가서 약부터 받아온다면?
>> 매운 음식 먹은 뒤엔 우유를? 소화상식, 오해와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