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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잘하는’ 섹스에 집착했다. 예전에는 이 ‘잘하는’ 섹스의 중요도를 오랜 피스톤 운동과 거기에 걸맞는 온갖 요란한 섹스 포지션의 총출동에 뒀다. 근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외의 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음 섹스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걸, 최근에야 인지했다. 친구의 ‘화장실 자주가기’를 목격하면서 말이다.
화장실을 또 간다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친구 Z랑 오랜만에 만났는데, 또 화장실을 찾는다. 아까 카페에서 차를 마시다 말고 화장실에 다녀와 놓고도 말이다. Z는 “요즘 대중교통 이용 전에 화장실을 다녀오지 않으면 불안해.” 라는 게 아닌가. 이전에 마신 음료의 양이나 이런 것과는 별개란다. Z의 생활습관이 바뀐 건 없단다. 일도 열심히 하고, 딱히 아픈 곳도 없고, 남편과 잠자리도 꼬박꼬박 하는데... 여기서 ‘아’ 하는 깨달음이 왔다.
친구는 얼마 전 방광염과 관련해 건강 상담 영상을 찍었단다. 여성의 방광염과 섹스의 관계성에 관한 것이었는데, 성관계 후 15분 이내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소변 보기다. 관계 시 요도로 침투한 균을 씻어내는 효과가 있어 요도 감염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인데, 관계 후 모든 여성이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잠자리 후 소변의 효과
인제대 부산백병원 비뇨의학과 민권식 교수는 “섹스 후 약 48시간 이내 급성 방광염이 자주 오는 여성에게 관계 후 소변을 보라고 권한다. 방광염, 광범하게는 요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성관계 후 가능한 빨리 외성기 세척을 하고 배뇨를 하도록 권한다”고 말했다.
핵심은 대장균 때문이라고. 그 이유는 방광염과 요로 감염의 가장 흔한 원인균이 대장균인데, 대장균에는 요도점막에 잘 부착하는 섬모 같은 게 있고 이것이 요도 점막에 붙어 방광으로 이동해 급성 방광염을 일으킨다. 평소에는 이 대장균이 질 내에 락토바실러스라는 유산균과 함께 있어 다수의 유산균에 치여 힘을 쓰지 못한다.
그러다 생리 때나 성관계로 질 내부에서 질 혹은 요도 입구로 이동하면 앞서의 형태로 방광으로 이동해 방광염이 생긴다. 특히 여성의 경우 요도가 짧아 세균의 이동이 쉽고 감염에도 취약하다고. 그래서 외성기 세척은 대장균이 있을지도 모를 질 분비물을 요도구에서 가볍게 씻어내기 위함이고, 섹스 후 소변을 보는 것은 요도 점막으로 침범한 대장균을 소변으로 씻어내고자 하는 목적이다.
폐경 여성은 더 조심
요도 감염의 발생 가능성은 개인차가 크지만, 폐경 여성은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폐경 여성은 질 내 위축이 와서 얇고, 상처가 잘 나지만 그 자체로 방광염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여성호르몬 부족이 주원인이다. 민 교수는 “여성호르몬 부족으로 질 내 산도가 높아져 유산균이 많아질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되지 않고, 그 결과 대장균이 서식하기가 쉬워져 요도구에 더 많은 대장균이 오염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폐경기 여성의 요도 감염은 파트너가 깨끗하게 관리한 사람이어도 생길 수 있다. 그러니 성관계 시 상대방이 콘돔을 쓰든, 포경 수술을 했든 요도 감염 위험은 줄어들지 않는다. 따라서 사랑을 나눈 후에는 15분을 넘기지 말고, 화장실로 직행, 방광을 비우는 게 안전하다. 만약 성병이 걱정이라면 어차피 샤워나 뒷물로 씻어낼 수 없고, 예방이 최선책인데 그땐 콘돔이 가장 효과적이다.
개인적으로 안전한 섹스를 위해 ‘No 콘돔은 나의 섹스 사전에 없는 말’이라는 신조를 굳건히 지키며 살았다. 하지만 너무 피곤한 날은 관계 후 제대로 씻지도 않고 그대로 잠든 적이 많다. 내 몸을 지키기 위해 남성 위생에는 칼 같은 기준을 갖다 대놓고 스스로 질환에 노출될 상황을 만들어온 것. 이제라도 알았으니 됐다. 섹스를 끝까지 잘 하고 싶다면 훌륭한 퍼포먼스만큼 질 세척과 배뇨를 잊지 않기.
기획 임소연 글 윤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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