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과 사파리,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당당히 서 있는 킬리만자로. 이 산은 스와힐리어로 킬리마(Kilima, 산)와 은자로(Njaro, 빛나는)의 합성어로 ‘빛나는 산’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7대륙 최고봉 중 하나로 탄자니아에 속해 있다. 적도 부근에 있지만 만년설과 분화구, 빙하가 공존한다. 분화구는 넓이 1.9km, 빙하 길이는 무려 4167m에 달한다.
킬리만자로 등산 코스는 6개로 가장 오르기 쉬운 코스는 코카콜라루트, 가장 어려운 코스는 전문 산악인들도 힘들어하는 위스키루트다. 처음엔 코카콜라루트를 추천한다. 전 세계에서 온 많은 트레커를 만날 수 있으며, 오로지 이 코스만 산장이 있어 숙박이 가능하기 때문. 다른 코스는 텐트를 치고 숙박한다. 코카콜라루트는 탄자니아 모시에서 시작된다. 모시는 숙박 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마트도 충분해 트레킹에 필요한 장비와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
1day 모시→ 마랑구게이트(1800m) → 만다라 산장
모시에서 마랑구게이트까지는 비교적 가깝다. 바나나농장과 커피나무를 마주 보며 걷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에 매료된다. 바나나농장에서 파는 바나나맥주 한 잔도 좋은 추억이 된다. 마랑구게이트에서 입산 신고를 하는데, 입산료와 산장 이용료는 비싼 편이다. 마랑구게이트에서 출발하면 완만하고 넓은 길을 따라 걷는다. 열대우림지대로 3시간 정도 걸으면 나무 숲속에 있는 만다라 산장에 도착한다. 백두산 정도의 높이로 아프리카 야생화를 구경하기에 좋다.
2day 만다라 산장(2720m)→ 호롬보 산장
이 코스부터 고도가 높아져 고산병이 나타날 수 있으니 두통약을 미리 챙겨두는 것이 좋다. 참고로 고도가 높아지면 몸의 열 관리가 중요하다. 모자를 쓰고 따뜻한 옷을 입어야 고산병을 예방할 수 있다. 정글 사잇길을 2시간 정도 걸으면 어느덧 큰 나무가 사라지고 킬리만자로 봉우리가 눈앞에 펼쳐진다. 이렇게 시야가 탁 트이게 펼쳐진 지대를 무어랜드라 부른다. 5시간 정도 걸으면 오늘의 종착지인 호롬보 산장에 도착한다. 이곳에서는 저녁 노을을 놓치지 말 것.
3day 호롬보 산장(3720m)→키보 산장
호롬보 산장을 출발하면 그늘진 곳이 없다. 고산 사막지대로 식물 구경도 못한다. 특히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는 날엔 트레킹이 쉽지 않는 구간이다. 이런 날씨에 대비해 패딩을 준비해 올라야 한다. 산장이 보이지만 힘들고 마냥 지루해서 멀게만 느껴진다. 입안은 건조해지고 다리는 천근만근. 그래도 참고 키보 산장까지 가야 한다. 이때 트레커들의 짐을 머리에 이고 걸어가는 포터들은 이렇게 말한다. “폴레폴레(천천히 천천히), 아쿠나 마타타(괜찮아).”
4day 키보 산장(4703m)→길만스포인트 → 우후르피크(5895m)
이날 산행은 0시부터 2시 사이에 출발한다. 화산재가 덮인 코스로 천천히 걷다 보면 동이 틀 무렵, 분화구의 첫 번째 봉우리 길만스포인트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더 걸어야 한다. 분화구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해는 높아지고 날씨도 따뜻해진다. 검은 대륙의 최고봉 우후루피크 정상에 오르면 힘들었던 기억은 금세 사라진다. 분화구, 만년설, 구름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킬리만자로가 왜 트레커들의 버킷리스트인지 알 수 있다. 덕분에 하산길은 가벼워진다.
트레킹 TIP
이동
킬리만자로로 가는 방법은 케냐 나망가 국경선에서 탄자니아로 갈 수도 있지만, 에티오피아를 거쳐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 공항으로 가는 국제선을 이용하는 게 최상의 방법이다. 이곳에서 트레킹의 출발점인 모시까지는 버스나 자동차로 이동한다.
추천 시기
적도지만 계절의 영향을 받는다. 우기는 1~4월, 건기는 7~9월로 트레킹하기에는 건기가 좋다.
준비물
고도가 높은 곳에 올라가기 때문에 사계절 복장이 필요하다. 특히 낮에는 40℃, 밤에는 영하 20℃로 온도 차이가 극심하다. 마랑구게이트에서 만다라 산장까지는 반소매에 반바지, 호롬보 산장까지는 긴소매에 긴바지, 키보 산장부터는 패딩 등 겨울옷을 입어야 한다. 또한 기초 의약품과 함께 황열병, 말라리아에 대한 준비도 해야 한다. 말라리아 약은 현지에서 구입하는 것이 효과가 좋다.
기획 이인철 글 허영호 사진 허영호,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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