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건강한 사회] 건강불평등, 대비하고 있습니까?

기사 요약글

건강에도 존재하는 불평등. 건강 형평성으로 어떻게 갈 수 있을까? 함께 만들어가는 건강한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총 5회에 걸쳐 연재한다.

기사 내용

 

 * 연관 시리즈 기사 보기 *

1편 건강불평등, 대비하고 있습니까?
2편 2020 글로벌 건강불평등 리포트
3편 무엇이 우리를 아프게 하는가?
4편 은퇴 후 건강, 어떻게 대비할까?
5편 생활습관 개선의 노력이 필요한 시대

 

 

 

 

 

 

건강에도 불평등이 존재한다. 굉장히 당연한 사실임에도 이걸 모르는 사람이 많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최근에서야 건강불평등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아마도 길거리나 대중교통에서 마주치는 낯선 사람들이 마스크를 썼나 안 썼나 신경쓰기 시작한 시점부터일 것이다. 건강불평등이 뭐냐고?

수면을 예로 들어보자. 잠은 뇌와 신체를 쉬게 하고 단백질 합성, 호르몬 분비, 자율신경계 조절, 면역력 강화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밤에 잠을 못 잔다. 일하느라 잘 시간이 없거나 스트레스로 신경이 곤두선 나머지 잘 수가 없다.

잠을 못 자는 것도 서러운데, 잠이 부족하면 살이 찌고 우울감과 무기력감에 시달리며 암과 뇌졸중에 걸릴 확률도 훌쩍 높아진다. 생산직, 화물차 운전사, 온갖 서비스직, 24시간 돌아가는 교대근무직, 응급실에서 일하는 의료진, 자영업자를 포함한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얘기다.

건강불평등이 시작되는 건 바로 여기서부터다.

 

사람들은 건강을 타고난 체질이나 생활습관에 달린 것이라 여긴다. 그 생각은 반은 옳고 반은 틀렸다. 건강이 모든 이에게 평등하지 못하고 격차가 발생하는 것, 즉 건강불평등은 환경의 격차 때문에 생긴다.

잠을 충분히 잘 수 있는 사람과 생업 때문에 늘 잠이 부족한 사람, 하루에 한 끼는 유기농 채소로 만든 샐러드를 먹는 사람과 대부분의 끼니를 편의점에서 해결하는 사람, 어릴 때부터 건강한 생활습관을 교육받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그 외 수많은 격차는 우리 몸에 흔적을 남긴다.

지금 당신의 몸은 당신이 살아온 흔적으로 만들어졌다. 그 흔적이 모인 결과를 ‘건강’ 혹은 ‘면역력’이라 부를 수도 있겠다. 

팬데믹 시대, 이제 타인의 건강은 나의 안녕을 좌우하는 사건이 됐다.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이 대다수인 사회는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 앞에서 파산하듯 무너진다. 건강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이슈로 대두되는 이유, 새삼 건강불평등 문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각자도생의 시대는 끝났다, 결론은 “함께”

 

 

건강 격차, 건강불평등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것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그만큼 지루하고 뻔하게 들리는 얘기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이렇게 반문할지 모른다. “몸이 아픈 거, 뚱뚱한 거, 과음하는 거까지 전부 사회 탓만 해서 뭐 어쩌자는 거야?

남 탓, 세상 탓 한다고 갑자기 건강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잖아. 돈 없다고 다 병드나? 자기 건강은 자기가 알아서 챙겨야지.”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21세기 개인주의의 키워드라는 ‘각자도생(各自圖生)’, ‘제각기 알아서 잘 사는 것’의 함정은 나라는 개인이 결국은 크고 작은 공동체의 구성원이며, 그 공동체의 안녕이 내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아찔하게 실감된다.

이를테면 백신도 치료법도 없는 변종 바이러스가 무서운 속도로 감염자를 늘려가던 두어 달 전을 떠올려보자. 나 혼자 프리바이오틱스 챙겨 먹고 매일 운동하고 집 안을 구석구석 소독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던가?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재난문자는 왜 구청, 시도 자치단체 단위로 왔을까?

이른바 강대국, 선진국이라는 서구 국가들이 돈과 의학 전문가가 없어서 속수무책으로 늘어나는 확진자를 보고만 있었을까? 이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은 하나로 모인다. 건강불평등이 아니라 건강형평성.

 

 

 

 

사회적 통합은 노년의 건강에 도움 된다

 

 

평균연령 64세의 남녀를 대상으로 수행한 148개의 기존 연구를 종합해 검토한 결과, 7.5년 후 사회적으로 더 활발한 사람의 사망 확률이 50%나 낮았다.

흔히들 미혼이나 사별, 이혼으로 혼자 사는 사람보다 배우자가 있는 사람의 사망률이 낮다고 하는데,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 활동을 하는 노인의 사망률은 성별에 관계없이 그보다 더 낮다.

바꿔 말하면, 노년기에 접어든 개인이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본인과 공동체의 노력이 모두 필요하다는 의미다. 왜냐하면 사회적 고립은 많은 경우 개인이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노인들은 돈이 없어서, 몸이 불편해서, 만날 사람도 갈 곳도 없어서 고립된다. 노인을 고용하는 일자리가 있다면, 지자체나 단체의 도움을 받아 이동할 수 있다면, 사회에서 유용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면 노년기의 사회생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노인 일자리 창출과 사회참여 확대’라는 틀에 박힌 소리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사례가 있다. 미국 볼티모어에서 노년층의 사회적 고립을 막고 건강을 향상시키기 위해 고안한 ‘익스피리언스 코프’ 프로그램이다.

은퇴자들에게 가난한 지역 학교의 아이들을 돕는 역할을 맡긴다는 것이 프로그램의 골자였다. 노인들에게는 누군가를 가르치고 싶은 욕구가 있고, 아이들에게는 보살핌이 필요했다.

프로그램을 실시한 결과 아이들의 평균 성적이 상승했고 지역사회에서 사고를 일으키는 빈도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자원봉사에 참여한 노인들이 지적·신체적으로 더 건강해진 것은 물론이다.

 

 

기획 신윤영 일러스트 조성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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