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할머니가 되려면?

기사 요약글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아이들은 할머니의 이야기속 상상력을 키우고 인성을 다진다.

기사 내용

책 읽어 주는 할머니가 되려면?

손자 손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한 편이 어떤 선물, 어떤 사교육보다 값진 이유다.

“내가 편견 없이 자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외할머니 덕분이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말이다. 오바마는 어린시절부터 조부모의 가르침 속에서 자랐다. 실제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부모와 함께 자란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성적이 훌륭했고, 성인이 된 뒤에도 성취가 높았다고 한다. 비단 미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예로부터 명문가는 물론 대부분의 가정에서 자식 교육은 조부모의 몫이었다. 조부모는 손주에게 무한 사랑으로 정서적 안정을 주는가 하면, 자신의 경험담이나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며 자연스럽게 인성교육을 해왔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옛날이야기, 또는 읽어주는 책 한 권이 어떤 사교육보다도, 어떤 인성교육보다도 값지다.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아이라 할지라도, 할머니의 옛날이야기에는 귀를 기울인다.

<하루 15분 책 읽어주기의 힘>을 쓴 짐 트렐리즈도“책을 많이 읽으면 어휘력이 풍부해지고, 풍부한 어휘력은 더 많은 책을 읽게 하고,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지식도 늘고 학력도 높아지면서 돈을 더 많이 벌고 더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독서에 흥미를 가지려면 먼저 부모, 조부모가 책을 읽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읽어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흥미를 느끼고 정보를 얻고, 상상력을 키우며 자연스럽게 책을 좋아하게 된다. 이는 유아기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독서지도 강사이자<독이 되는 동화책 약이 되는 동화책>의 저자 한복희 씨는 다른 관점에서“아이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기가 되기 전까지 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다”고 주장한다. 그는“아이가 자라면서 자신만의 취향이 생길 때면 좋아하는 책만 읽으려 든다”면서“그 전에 다양한 책을 읽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이야기,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들려줄까?

손자 손녀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옛날이야기를 들려줄 때도 나름의 기술이 필요하다.

1. 교훈을 주려고 하지 말자

왜 아이들은 옛날이야기를 좋아할까? 재미있어서다. 그러나 어른들은 기본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 하는 성향이 있어서 책을 읽어주다가도 훈계로 흘러가기 쉽다. ‘동생하고 싸우지 마라’ ‘엄마 말씀 잘 들어라’‘위험한 곳에는 가지 마라’… 그렇게 되면 원래 이야기 흐름에서 벗어나게 되고, 당연히 재미도 떨어진다. 모든 옛날이야기나 동화에는 나름의 교훈이 담겨 있다. 아이가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었다면,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 이야기속에 담긴 교훈을 깨닫게 될 것이다.

2. ‘눈빛 스킨십’이 중요하다

아이를 안아주는 것만 스킨십은 아니다. 할머니가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과정 자체가 스킨십이다. 이를 ‘목소리 스킨십’이라고 한다. 이때 필요한 스킨십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눈빛 스킨십’이다.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와 눈을 맞추면 아이는 할머니의 관심과 사랑을 느낀다. 만일 손주가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라면, ‘눈빛 스킨십’이 특히 더 중요해진다. 아이들을 어루만지는 느낌으로 고루 바라보면서 관심과 애정을 느끼게 하자.

 

3. 가능하면 외워서, 이야기를 완전히 이해한 다음 읽어준다

먼저 책을 읽어 완전히 이해한 다음 아이들에게 읽어주자. 그렇다면 훨씬 생동감 있게 내용을 전달 할 수 있다. 가능하다면 이야기를 외워서 전해주자. 유치원에서 활동하는 ‘이야기 할머니’들은 모든 이야기를 외운 뒤 아이들에게 들려주는데, 그렇게 하면 아이들이 느끼는 재미는 훨씬 크다고 한다. 또, 외우는 과정에서 기억력이 향상되어 치매 예방의 효과도 있다고 하니, 익숙한 동화를 골라 시도해보자.

4. 손가락 인형은 훌륭한 선생님

혼자 모든 걸 해야 하는 원맨쇼는 어렵다.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 성우도 아닌데 이 목소리 저 목소리 바꿔가며 책을 읽어주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럴 때 상대방을 등장시켜 대화하듯이 이야기를 풀면 오히려 더 쉽다. 손가락에 끼우는 인형이 좋은데, 만약 없다면 손가락에 볼펜으로 눈, 코, 입만 그려 넣어도 금방 손가락 인형이 된다. 손가락 인형이 손주랑 대화하는 형식을 빌려 일상적인 이야기만 나눠도 책을 한 권 읽은 듯한 효과를 줄 수 있다.

5. 의성어와 의태어를 강조해서 읽어주기

아이들이 보는 책은 동물들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의성어나 의태어를 살려 실감나게 읽어주어도 아이들이 좋아한다. 의성어와 의태어 자체가 리듬감이 있기 때문에 조금만 강조해도 국어책처럼 밋밋하고 지루하지 않다.

6. 똑같은 책만 고집하는 아이? 비슷한 종류의 책을 읽어준다

아이 중에는 계속 똑같은 책을 읽어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그 또래 아이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습관으로, 늘 가지고 놀거나 함께하는 인형이나 이불처럼 책 내용도 애착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언젠가 없어지는 성장의 한 과정이니 읽어달라는 대로 읽어줘도 좋다. 그 대신 아이가 그 책을 어떤점 때문에 좋아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만일 책에 나오는 특정 캐릭터를 좋아하는 거라면, 다른 책중 비슷한 캐릭터가 나온 책을 읽어주자. 이는 편안하게 새 책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 전문 강사가 되고 싶다면

시그나사회공헌재단 ‘art&talk 할머니, 할아버지’

50+를 대상으로 어린이에 대한 이해, 대화법등을 교육해 아동전문 시니어 교사로 양성하는 프로그램. 구립어린이집과 연결해 동화와 민담을 들려주는‘art& talk 할머니, 할아버지’로 활동할 기회가 주어진다.

문의02-3781-1209(www.cignafoundation.or.kr)

한국국학진흥원 ‘이야기 할머니’

56~70세 여성을 대상으로 1년에 한 번 모집하며 1년간 70여 시간의 교육과정을 수료해야 한다. 주로 유아의 인성, 이야기 구연 능력과 관련된 이론을 배운다. 수료 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에서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할 수 있다.

문의080-751-0700(www.koreastudy.or.kr/)

 

 

읽어주기 좋은 책

출처<독이 되는 동화책 약이 되는 동화책>

0~3세<네가 태어난 날엔 곰도 춤을 추었지><사랑해 사랑해 사랑해><자장자장 잠자는 집> / 4~6세(유아기)<파랑이와 노랑이><안돼, 데이빗!><심심해서 그랬어><개구쟁이 ㄱㄴㄷ><빨간 장갑> / 7세(취학 전)<지각대장 존><우리 할아버지가 꼭 나만 했을 때><100층짜리 집><구리와 구라의 빵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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