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넘는 어른들] 나의 ‘내면의 선’을 생각해 보셨나요?

기사 요약글

선 긋기는 타인과의 관계에서만 필요한 게 아니다. 그 어떤 인간관계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과의 관계.

기사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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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인간관계별 적정선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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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나의 ‘내면의 선’을 생각해 보셨나요? 

 

 

 

 

선 긋기는 타인과의 관계에서만 필요한 게 아니다. 그 어떤 인간관계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과의 관계.

당신은 당신 자신과 원만히 화해한 사이인가? 혹시 자주 불안해하고, 불안한 나머지 주변 사람들과 자신을 남몰래 비교하고, ‘내가 지금 불안하다’는 사실 때문에 날이 갈수록 우울해지고 있진 않은가? 스스로 늘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있다고 여기지만 실상은 당신이 가족에게서 자립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모두가 저마다의 기준을 목청껏 주장하는 혼돈의 시대, 줏대 없이 휩쓸리지 않고 자신을 단단히 지켜내려면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심리적 마지노선. 그 선을 끝끝내 지켜내라 응원하는 전문가들의 따뜻하고도 냉철한 조언을 여기에 옮겨본다.   

 

 

가족만 생각하면 숨이 막히는 나에게

 

 

“내려놓기 위해서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조력자가 신경 써야 할 진짜 문제는 의존적 가족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애쓰는 것이 아닙니다.

먼저 자기 자신부터 자립하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조력자는 ‘그 사람이 언젠가는 나 없이도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의존적 가족에 대해 얘기할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사람 없이도 제가 살아갈 수 있어야만 해요’라고 자기 자신에 대해 얘기해야 하는 겁니다.”

_ 유디 세메리아, 임상심리사 겸 심리치료사

 

 

열등감 덩어리인 내가 지겨운 나에게

 

 

“심한 열등감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자신의 열등감을 의식해야만 한다. 이는 소속감의 결여를 의식하는 것, ‘아, 내가 진정으로 교감할 수 있는 사람이 없구나!’ 하고 깨닫는 것이다.

이것이 불안을 적극적으로 극복해가는 방법이다. 자기부정을 하지 않으면 주위에 성실한 사람과 삶의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거기에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 

_ 가토 다이조, 교육심리학자

 

 

매사가 불안한 나에게

 

 

“정상의 범위를 아주 좁게 잡는 사람이 많아요. 10점 만점이면 9점 이상이 되어야 정상이고, 8점부터는 실패라고 보는 사람은 매번 얼마나 긴장이 되겠어요? 그런 긴장은 쉽게 불안으로 전환됩니다. 이런 사람들은 단순히 ‘정상의 범위를 넓히기만 해도’ 크게 나아집니다.

‘6점만 넘겨도 괜찮아’ 하고 정상의 폭을 바꿔보세요. 그런 생각의 전환만으로도 훨씬 숨통이 트이고, 과잉 반응을 할 이유가 없어지니 불안한 마음도 많이 줄어듭니다.”

_ 하지현, 정신의학과 전문의 

 

 

 

 

 

선을 지키는 사람만이 선을 제대로 넘을 수 있는 이유

 

 

인간은 입장의 동물이다. 입장(立場), 즉 ‘지금 서 있는 자리’가 나의 시각과 사고방식, 가치판단, 타인과 나 사이에 그어진 선의 기준이 된다. 어제 ‘거기’ 서 있던 내가 오늘 ‘여기’로 몇 발자국 옮겨 서면, 그 발자국이 미처 굳기도 전에 나는 어제까지의 내 입장은 깡그리 잊어버리고 마치 ‘여기’서 태어나 이 입장에서만 평생 살아온 사람처럼 행동할 것이다.

그게 사람이고, 입장이란 것의 속성이다. 그러므로 “입장 바꿔 생각해봐” 같은 말은 들으면 들을수록 ‘우리는 절대 입장을 바꿀 수 없으리라’는 입장만 더욱 확고하게 만들어준다. 나는 여기 서 있고, 당신은 거기 서 있다.

우리의 입장은 영원히 평행선일 것이고, 우리는 영영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다만 의아해할 것이다. 왜 내 입장을 이해 못 해? 이게 그렇게 이해가 안 돼? 소설가 김연수는 <세계의 끝, 여자친구>의 ‘작가의 말’에 이렇게 적었다. “우리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을 오해한다.

네 마음을 내가 알아, 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네가 하는 말의 뜻도 나는 모른다, 라고 말해야만 한다. 내가 희망을 느끼는 건 인간의 이런 한계를 발견할 때다. 우린 노력하지 않는 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세상에 사랑이라는 게 존재한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선 우리 사이의 선을 존중해야 한다. 선을 지키지 않는 이들 앞에서는 두려움 없이 까칠해져야 하고, 선 넘는 이들을 선 밖으로 도로 밀어내려면 때로는 예의 바르게 그어놓은 선을 성큼 넘어야 한다.

선을 이해하고 선 바깥에서 멈출 줄 아는 사람만이 제대로 선을 넘을 수도 있다는 것은 재미있는 역설이자 경건한 진실이다. 역사상 인간이 남긴 모든 숭고한 업적은 대부분 해묵은 선을 넘어서며 이루어졌다.

당신과 나 사이에 건강한 선을 긋고, 선을 지키고 선을 넘고, 마침내 그 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길 바란다. 우리가 서로를 진짜 이해하기 위해서 그리고 좀 더 행복한 내가 되기 위해서.  

 

 

기획 신윤영 일러스트 조성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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