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제대한 지가 언젠데 “요즘 군기가 빠졌어”를 입에 달고 사는 상사도, 회사가 바쁘든 말든 ‘워라밸’ 한답시고 칼퇴하는 부하 직원도 불편한 직장, 선은 대체 어떻게 그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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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인간관계별 적정선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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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초년생과 꼰대 사이
신입 사원들에게 업무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50대 직장인 A씨. 돌이켜 생각해보면 A씨가 사회 초년병이던 시절, 야근 후 선배들과 소주 한 잔 하며 얻어들었던 온갖 조언과 팁이 그의 회사 생활에 피가 되고 살이 되었다.
어느덧 팀장이 된 A씨는 선배들에게 배운 것을 팀원들에게 전수해주는 게 자신의 도리라 여겼다. 특히 90년대생 사원 B는 꼭 아들 같아 더 잘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B에게 업무를 직접 가르치며 우리 부서만의 특성을 알려주려 했더니 “내 업무가 아니라서 싫다”는 칼대답이 돌아왔다.
결국 혼자 남아 야근을 하게 된 A씨. 옛날 같으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 싶어 서운하기도 하고, ‘나는 왜 늦게까지 선배들 일을 도와주며 청춘을 다 보냈을까’ 새삼 후회가 됐다. 성공보다는 워라밸이 더 중요하다는 90년대생들에게 30년 전 나의 신입 사원 시절을 들이대는 건 명백히 선을 넘는 행위다.
‘구제 불능 꼰대’라는 오명을 쓰는 것은 물론 팀장 평가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거나 ‘직장 내 갑질’로 낙인찍혀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받을 위험마저 있다. ‘요즘 젊은 것들’ 눈치를 그렇게까지 봐야 하느냐고? 그보다는 시야가 넓고 관대한 어른으로서 젊은 세대를 이해하는 것이라 여겨야 한다.
돌이켜보면 젊은 시절 나 또한 “요즘 젊은 것들은…” 하며 혀를 끌끌 차는 꼰대들보단 내 마음을 이해해주는 어른이 고팠다.
막무가내 상사를 우아하게 거절하는 법
회사의 법칙. 부서당 막무가내 상사 한 명은 반드시 존재한다.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당일 공지한 회식에 참석해야 하고, 상무님이 집에 늦게 가신다는 이유로 “오늘 전체 직원 야근” 같은 막무가내식 요구에는 부드럽지만 단호한 거절이 필요하다.
50대 관리자가 거절하는 법을 모르는 ‘예스맨’일 경우, 그 결과는 ‘부서원 전체의 고통스러운 회사 생활’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매너 있으면서도 적당히 선을 그을 줄 알고, 필요할 때 할 말은 하는 캐릭터로 주변에 자리매김하게 된다면 업무에서도 함부로 영역을 침범당하거나 내 공을 빼앗기는 일이 사라진다.
당장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거절의 기술 하나를 공유하자면 다음과 같다. 상사가 의도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질문을 할 때는 즉답을 피하고 의문문으로 응대할 것. 이를테면 “김 부장, 지금 바쁜가?”에는 “저보다는 이사님께서 훨씬 바쁘실 것 같습니다. 요즘 어떠십니까?” 같은 질문으로 응수한다.
그러면 상대가 질문에 대답하며 본인의 의도를 말하기 마련인데, 그 의도를 파악한 뒤 상황에 맞게 대처한다면 곤란한 일을 떠맡을 확률이 현저히 줄어든다. “지금 바쁜가?” 같은 질문에 덜컥 “아뇨, 괜찮습니다” 하고 대답해버리면 그 직후 쏟아지는 일거리를 거절할 방법이 없다.
외로우니까 직장인이다
동료는 동료일 뿐 친구가 아니다.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좋으나 심리적인 선 긋기에 실패할 경우 업무적으로 냉철해지지 못할 위험이 있다. 평소 BTS의 열혈 팬이라는 부서원 C의 이야기를 시시콜콜 다 듣고 나면, 큰 프로젝트를 앞두고 갑자기 C가 휴가를 냈을 때 ‘혹시 내일부터 시작이라는 BTS 콘서트 때문이 아닐까’ 의심이 든다.
오늘 아침 다려놓은 셔츠가 없어서 아내와 한바탕 부부싸움을 했고 임시방편으로 재킷 입었을 때 보이는 부분만 대강 다려서 입고 왔다는 얘기도 굳이 팀원들에게 할 필요 없다(누군가는 그 얘기를 듣고 당신을 ‘아내를 무료 세탁소 취급이나 하는 한심한 가부장’으로 여길 수도 있다).
차라리 조금 냉정하다 싶을 정도로 동료들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직장 내 선을 지키는 방법이다.
기획 신윤영 일러스트 조성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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