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感), 기(技), 랑(朗)! 인천 최초 수제맥주 양조장의 성공비결

기사 요약글

때로는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감(feel)’을 따르는 창업이 성공한다. 그야말로 ‘감’ 하나로 고향인 인천으로 돌아와 16개의 수제맥주 펍 사장이 된 박 대표의 이야기.

기사 내용

 

 

2018년 신포동 한 켠에 수제맥주 양조장이 들어섰다. 흐릿한 과거를 기억하는 누군가에게 그 공간은 당시 트렌디한 젊은이들이 모여 놀던 나이트클럽이었고, 그 동네 큰 건물 대부분이 그랬다. 개항장 인근 1950년대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건물들이 구도심이 되면서 하나씩 부서지고 우리 곁에서 사라졌다. 그 중 창고로 가느다란 사용가치를 이어오던 왕년의 ‘팽고팽고’(당시 나이트클럽)가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로 탈바꿈된 데는 박 대표의 ‘감(感), 기(技), 랑(朗)’이 있었다.

 

 

뮤지션에서 양조장 대표가 되기까지

 

“1980~90년대 신포동은 인천의 핫플레이스였죠. 전국에서 춤꾼들이 모여 들던 공간이었어요”
‘칼리가리 브루잉(Caligari Brewing)’ 박지훈 대표는 한때 주류 음악을 찾아 고향인 인천을 떠나 홍대와 제주에서 뮤지션, 직장인으로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느닷없이 박 대표에게 음악이 있고 춤꾼들이 모여들던 고향의 기억이 소환됐다. 무엇에 이끌린 듯 지체 없이 인천으로 돌아와 자신의 ‘감’을 믿고 시작한 것은 바(bar)였다. 대박은 아니었지만 작은 재미를 볼 정도로 운영되었고 덕분에 좋아하는 음악도 마음껏 즐겼다. 그렇게 수년간 칵테일을 제조하면서 그는 직접 만드는 술, 특히 맥주에 매력을 느꼈다. 점차 손으로 만드는 느린 맥주의 맛에 눈을 뜨게 되고, 두 번째 ‘감’을 믿고 맥주 공부에 매진했다. 이후 8년, 인천에서 최초이자 유일하게 수제맥주 양조장을 만들었다.

 

 

인천 신포동에 위치한 양조장 겸 펍

 

 

“맥주는 단순한 술이 아니에요, 문화이고 삶이죠. 넘치는 거품으로 열정을 확인하고 왁자지껄 이야기를 나누며 마시는 동안 사람들은 즐거워하죠. 맥주를 우울하게 마시는 사람은 못 본 것 같아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삶이 익어가듯 느린 시간으로 숙성시킨 즐거움의 깊은 맛을 맥주에 담고 싶었어요.”

현재 박 대표는 양조장과 더불어 수제맥주 펍을 운영 중이다. 그리고 ‘신포우리맥주’와 ‘개항장’ 등 인천 정서를 브랜딩한 수제맥주도 내놓았다. 맥주 맛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양조장 덕분에 브루어리 펍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만 전국 16곳으로 그 중 ‘칼리가리 브루잉 제품만 선보이는 탭룸’도 신포동에 이어 익선동, 이태원까지 3개로 늘어 맥주 맛집으로 통할 만큼 자리 잡았다.

 

 

탭룸 익선동점

 

 

누군가가 보면 무모하다 말할 정도로 감을 믿고 창업에 도전한 박 대표를 보면 ‘자본력과 치밀한 마케팅’이 더해져야만 성공한다는 창업의 공식을 무색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정말 ‘감’만 믿고는 창업할 수 없는 법. 박 대표의 창업에는 감 외에 특별한 준비물이 더 있었다.

사실상 창업은 몇 가지 조건만 갖춰지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창업’보다 중요한 것은 ‘창업 준비’이다. ‘감(感), 기(技), 랑(朗)’ 이것이 박 대표에게 있었던 것이고, 예비창업자에게 필요한 준비물이다.

 

 

칼리가리의 수제맥주

 

 

[감(感)]

 

업종의 트렌드를 읽고 고객을 읽는 힘과 순간을 포착하는 충만한 ‘삘(feel)이 필요하다. 이것이 없으면 눈길 받지 못하는 마케팅, 딱딱한 경영을 하다 말게 된다. 멋드러진 영문 이름으로 출시된 수제맥주가 넘쳐나던 때에 박 대표는 옛것 그대로의 가치를 인정했다. 수제맥주 이름에 ‘신포’ ‘개항장’ 등 인천의 지명을 딴 덕에 인천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간 점이 주요한 매력이다. 감은 장사에 대한 상상력이며 창의성의 뿌리이기도 하다. 교과서에서 배운 이론과 규칙을 고객이 있는 현장에 자유롭게 적용할 수 있는 정신과 용기가 필요하다.

 

[기(技)]

 

창업자가 되려면 타인의 도움 없이 내 분야의 핵심을 다룰 줄 아는 기본기가 있어야 한다. 그것은 두툼한 경험이고 굳은살이다. 박 대표는 8년 간 직접 맥주를 배웠고, 양조장 시설 후 고른 맛을 찾기 위해 1년을 테이스팅 했다. 당시는 속이 타는 속절없는 시간이었지만, 지나고 보니 그 시간 덕분에 칼리가리 브루잉만의 안정된 맥주 맛을 찾았고 전국으로 유통할 수 있었다. 만약 음식점을 하고 싶다면 주방장에 의지하지 않고 직접 칼을 쓰거나 불을 다룰 줄 아는 기술이 필요하고, 직원이 말없이 펑크를 내어도 고객이 만족할 만한 고도의 서비스 기술이 있어야 한다. 그게 기본기다.

 

[랑(朗)]

 

내 업을 통해 내가 먼저 즐거워야 한다. 자신이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로 고객이 만족하기 위해서는 자신부터 즐거워야 한다. 박 대표는 인천을 대표하는 수제 맥주라는 자부심으로 지역 행사나 콘서트 등에 맥주를 협찬하기도 한다. 나아가 뮤지션으로서 자신의 음악을 맥주에 어떻게 연결할까를 고민하고 시도하는 중이다. 이것이 그의 즐거움이다. 그러나 다수의 시니어 창업가가 미소 짓기조차 어려워한다. 본능에 가까운 즐거움을 위해서는 24시간 365일 연습과 노력뿐이다. 매장에 지저분한 것은 감출 수 있을지 모르나 무표정한 얼굴, 냉랭한 분위기는 감춰지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자.

 

 

기획 임소연 이철민 사진 칼리가리 브루잉(www.instagram.com/caligaribrew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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