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건강 - 내 건망증은 웃고 넘어가도 괜찮은걸까?

기사 요약글

기사 내용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에 돌아가던 김 여사. 아들의 전화를 받았다.
“엄마, 지금 어디야?”
“엄마 OO마트 갔다 집에 가는 길. 거의 다 왔는데… 아들은 어디야?”
“마트에 나랑 같이 왔잖아요.”
“어머나! 지금 차 돌릴게.”
라디오에 나오는 사연을 들으며 배꼽 빠지게 깔깔거리고 웃는데, 갑자기 웃음이 쑥 들어간다. 남의 일이 아니다.
며칠 전 박 부장은 회사에서 화장실에 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분명 팬티를 내렸는데 또 팬티를 입고있었다. 생각해보니 아침에 팬티를 갈아입는다는 걸 팬티를 벗지 않고 그 위에 또 입은 것이다.

 

건망증이 심해지면 치매가 될까?

 

이쯤 되면 슬슬 걱정이 된다. ‘이러다 치매가 오는 거 아냐?’ 결론부터 말하면 ‘치매는 오지 않는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건망증과 치매는 별 상관이 없다.’
흔히 건망증을 치매의 전조 증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건 망증과 치매는 다르다는 게 의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젊었을 때의 건망증이 치매로 이어진다는 객관적 연구 결과는 아직까지 없다. 그리고 이렇게 걱정한다는 건 뇌가 정상이라는 반증이다. 정작 치매 증후가 있는 사람은 자신의 그런 상태를 불편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그래서 건망증이 있는 사람은 제 발로 병원을 찾아오고, 치매에 걸린 사람은 식구들 손에 이끌려 병원에 온다.
치매는 뇌세포 손상으로 발생하는 질병이지만 건망증은 뇌의 기능 저하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갑자기 교통량이 늘어나면 꽉 막혀 차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처럼 뇌도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다 보면 과부하가 걸려 저장된 기억이 바로 빠져나오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면 교통 정체가 풀리듯, 건망증도 금방 기억이 되살아난다. 반면 치매는 사실 자체가 뇌 속에서 완전히 사라진 상태라 시간이 지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만약 김 여사가 매였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내가 너랑 마트에 왔다고? 언제?”

 

여전히 중년의 뇌는 똑똑하다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해서 머리가 나빠졌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종합적인 판단력은 나이가 들수록 더 좋아진다는 게 뇌과학자들의 의견이다.<뉴욕타임스> 의학·건강 전문 기자인 바버라 스트로치는 저서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에서 그동안 중년의 뇌가 과소평가됐다고 말한다. 그가 인용한 연구 결과를 보면 ‘어휘 ’ ‘언어 기억’ ‘공간 정향’ ‘귀납적 추리’에서 최고의 수행 능력을 보인 사람들의 나이는 평균 40세에서 65세 사이였으며, 40~69세 조종사를 대상으로 한 다른 실험에서도 나이 든 조종사들이 처음에는 모의 장치를 잘 다루지 못했지만, 시험이 반복되면서  ‘다른 비행기와 충돌 피하기’ 면에서는 젊은 조종사들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고 한다.

이처럼 뛰어난 문제 해결력과 판단력을 보여주는 것은 중년 뇌의 특성에 기인한다. 노화와 함께 뇌세포의 숫자는 줄어들지만 이들 사이의 연결망은 더 탄탄해져서 젊었을 때보다 더욱 종합적으로 인식하고 판단할수 있다는 것이다. 기억력이나 계산 속도가 빠른 20대가 아니라 기억력이나 계산 속도는 좀 떨어져도 통찰력과 직관이 뛰어난 경험 많은 50~60대가 중요한 일을 결정해야 하는 윗자리에 앉아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쩌면 당신만이 자신의 뇌를 과소평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깜빡깜빡 잊기는 해도 우리 중년의 뇌는 아직 쓸 만하다.

 

건망증은 왜 심해질까?

 

52세 직장맘 김영희 씨는 출근하면서 20리터 쓰레기봉투를 버리려고 들고 집을 나섰는데 버스에 들고 탄적이 있다. 이 이야기를 그냥 웃어 넘겨도 될까? 가족이라면 그녀의 치매를 걱정해야 할 게 아니라 각자 등교 준비나 출근 준비는 알아서 하고, 아침상을 차리는 그녀를 도와주는 것이 낫다.

기억해야 할 것은 많고 여기에 과도한 스트레스와 집중력 부족, 노화가 더해지면 건망증이 생길 수 있다.
직장맘이다 보니 아침마다 챙길 것이 얼마나 많겠는가. 챙길 것이 많으니 기억해야 할 것도 많고, 그러다보니 스트레스가 심해져 건망증이 생긴 것이다. 건망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그 요인을 제거하는 게 중요하다. 건망증이 심해졌다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게 또 스트레스가 되어 건망증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치매가 아닐까 걱정하며 병원을 다니고 MRI를 찍는 것보다는 그냥 한 번 웃고 편하게 받아들이는 편이 낫다. 이 밖에도 집중력 저하, 피로감, 은퇴 후 단조로운 생활과 심혈관 질환, 당뇨, 빈혈 등 건망증을 유발하는 원인은 다양하므로, 근래 건망증이 심해졌다면 원인이 무엇인지 자신의 건강과 생활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건망증이 뇌혈관 문제일 수도 있다!

 

길병원 뇌건강센터가 성인 594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느끼는 40세 이상 성인 3명 중 1명은 뇌혈관에 문제가 있었다. 이들은 뇌혈관 일부가 막히거나 좁아진 상태였는데, 전반적으로 기억력이 감퇴한 증상을 보였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고지혈증 환자가 갑자기 기억력 저하를 느낀다면 뇌혈관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내 건망증, 혹시 갱년기 우울증은 아닌가?

 

친구와 통화하다가 잠깐 택배를 받고 나서 통화 중이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설거지를 하거나, 전화를 걸고 어디에 걸었는지 기억이 안 나서 거기가 어디냐고 묻는 일 등은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여성들에게는 흔한 건망증 에피소드다. 오죽하면 ‘주부 건망증’이라는 말이 있을까. 여성이 남성보다 머리가 나빠서 맨날 냄비를 태워먹는 건 아니다. 남성들도 이메일을 보낼 때 걸핏하면 파일 첨부하는 걸 깜빡하고, 답장을 쓴다는 걸 상대에게 메일을 반송한다. 남성들의 건망증이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와 집중력 저하로 생긴 경우가 많다면, 여성들의 건망증은 갱년기 우울증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치매를 걱정해 병원에 내원하는 중년 여성들의 기억력에는 문제 없는 경우가 많다. 그 대신 우울증 검사에서 딱 걸린다. 소위 말하는 갱년기 우울증이다. 폐경 후 호르몬 변화와 함께 자녀의 학업이나 남편의 직장 걱정들이 맞물려 우울증이 오고 이로인해 건망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우울증은 건망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우울증이 있으면 생각과 감정이 일정한 틀 안에서 맴돌아 주변의 일상적인 일들에 집중력이 떨어진다. 여기에 기분이 가라앉으니 의욕이 없고 에너지가 떨어져 기억력에 장애가 생기게 된다. 폐경기 즈음 건망증이 심해졌다면 치매 대신 우울증 검사를 받아보자. 우울증이 나아지면 건망증도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지적인 자극을 가져라!

 

“사용하라 그렇지 않으면 뇌를 잃어버릴 것이다.”
국내 뇌과학 연구의 권위자인 전 서울대학교 의학대학 교수이자 한국뇌연구원 서유헌 원장의 말이다.
머리를 너무 써도 기억해야 할 정보가 많아져 건망증이 생길 수 있지만, 머리를 너무 쓰지 않아도 건망증이 심해질 수 있다. 뇌를 젊게 유지하고 싶다면 두뇌를 자극하는 정신 활동을 평생 지속하는 것이 가장좋다. 늙어가는 뇌에 가장 좋은 자극은 외국어 배우기다. 외국인과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마스터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생소한 글자와 발음을 연관 지어 외우며 공부하는 것 자체가 뇌에 큰 자극이 된다. 평소에 익숙하지 않던 언어를 배우면 잘 쓰지 않은 뇌 영역까지 활성화된다. 이 밖에도 책을 읽은 뒤 내용을 요약해보는 것도 신경과 전문의들이 많이 추천하는 방법이다.

 

 

신계행<건망증은 내 친구>

 

차 한 잔 마시려고 물 끓였는데 주전자 다 태우고 속만 끓였네 저녁상 차려놓고 밥 푸려 한 전기밥솥 스위치를 안 눌러놨네 불편한 일 황당한 일 많이 겪지만 너무 많은 걸 기억해도 다칠 수 있어 근심 걱정 슬픔 미움 다 잊게 해주는 건망증은 내 친구 나의 동반자 복잡하고 바쁜 세상 기억할 건 많은데 생각이 안 난다고 그게 병은 아니요 나이하곤 상관없이 누구나 겪는 일 귀여운 건망증과 함께 살아요

 

내 건망증 정도는 어느 정도일까(아래 내용 참고)

내 건망증 정도는 어느 정도일까, 아래 항목 중 최근 2주 안에 경험한 것을 체크하세요.

  • 전화번호나 사람의 이름을 잊어버린다.
  • 새로운 일을 배우기가 힘이든다.
  •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등을 잊어버린다.
  • 약속을 잊어버린다.
  • 매일 먹던 약 먹는 시간을 잊어버린다.
  • 사용하던 물건을 놓아둔 장소를 모른다.
  • 물건을 갖고 가거나 두고 간다.
  • 일상생활의 변화에 적응하기 힘들다.
  • 가스 불을 끄는 걸 잊어버린다.
  • 하고자 하는 말의 표현이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 물건을 사러가면 한두 가지는 잊어버린다.
  • 며칠 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잊어버린다.
  • 이야기를 하는 도중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잊어버린다.

출처: 한림대 의료원<건망증 자가진단법>

 

4개 이하 : 자연스러운 일반 현상입니다.

5~9개 : 남들보다 건망증이 심하군요

10개 이상 : 건망증이 아주 심합니다. 혹시 모르니 병원에 가보세요.

가게에만 가면 간장을 사 들고 오는 박 여사. 또 간장을 사 들고 온 엄마를 보고 딸이 물었다.
“간장 산 지 얼마나 됐다고 또 간장을 샀어?”
“가게에 갔는데 뭘 사러 갔는지 생각이 안 나잖아.
그럴 땐 그냥 간장이나 한 병 달라고 하거든.”
“근데 왜 간장이야?”
“간장은 오래 둬도 썩지 않잖아.”

 

달게 먹으면 건망증이 더 심해진다?

 

냉장고 문을 열고 그 앞에서‘뭐였더라…’를 되뇐다. 뭘 꺼내려고 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결국 ‘삐~’ 문 닫으라고 냉장고가 소리를 지른다. 이럴 땐 생선이나 채소, 과일, 우유를 꺼내면 된다. 이 식품에는 깜박깜박하는 뇌에 활기를 부여하는 브레인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 사실 “어떤 음식이 뇌 건강에 가장 좋은가?”라고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대한치매학회장을 역임한 신경과 전문의 나덕렬 교수는 한 가지 음식에 워낙 많은 성분이 들어 있어서 그중 어떤 성분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지 알기 힘들다고 말한다. 많은 논문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보면, 참치나 고등어, 꽁치처럼 오메가-3 지방산이 함유된 생선,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서 뇌세포 손상을 막는 채소와 과일, 신경 기능을 조절하는 칼슘이 풍부한 우유 등이 효과가 있다고 추정한다.

아직까지 건망증에 어떤 음식이 좋은지는 몰라도 어떤 음식이 나쁜지는 분명하다. 당분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로스앤젤레스(UCLA) 연구팀은 쥐를 이용한 실험 결과, 과다한 당분 섭취가 건망증을 유발한다고 밝혔다. 혈당을 낮추기 위해 과다 분비된 인슐린이 신경세포를 자극해 건망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당뇨로 인해 건망증이 발생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치매는 일종의 생활 습관병

 

건망증을 이대로 놔두어도 괜찮을까. 혹시 더 나이가 들면 치매가 되는 건 아닐까. 고민이라면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내 치매 치료의 명의로 손꼽히는 건국대학교병원 한설희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치매는 어떤 의미에서는 생활 습관병입니다. 하루아침에 생기는 병이 아니라 뇌 조직 내에 이상 단백질이 축적돼 치매가 발생합니다. 보통 사람은 20세 이후에 하루에 10만 개 정도의 신경세포가 탈락하는데 잘못된 식생활이나 과도한 음주 등 생활 습관이 나쁜 사람들은 20세 이후 하루에 20~30만 개의 신경세포가 탈락할 수 있습니다. 당뇨, 고혈압 환자에게 치매가 많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치매가 나타납니다.”

 

그러니 건망증을 걱정하기에 앞서 비만이나 고혈압, 당뇨를 잘 관리해야 한다. 단순 건망증은 치매가 되지않지만, 이런 생활 습관병은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 치매라고 해서 예방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술과 담배를 줄이고 적절한 운동을 하면 성인병은 물론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치매도 막을 수 있다. 가벼운 걷기나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는 것도 좋지만, 쉽게 할 수 있으면서도 뇌의 가장 넓은 부위를 활성화할 수 있는 것이 손가락 운동이다. 정교한 손놀림에 신경세포가 많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손가락을 구부렸다 폈다 벌렸다 오므렸다 하는 것도 손가락 운동인데 글씨 쓰기, 뜨개질, 바느질, 악기 연주, 종이 접기 등은 모두 뇌를 자극하는 좋은 두뇌 운동이다.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