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의 공감력은 내가 키운다.

기사 요약글

온몸에 피멍이 들도록 후임을 구타해 살해한 선임병.

기사 내용

세월호 관련 뉴스에 ‘죽든 말든 뭔 상관’이란 악플을 다는 중학생. 그러고 보면 타인의 아픔에 둔감한 사람이 참 많다. 전문가들은 그들의 냉혹함이 공감력 부족에서 비롯됐을 확률이 높다고 지적한다. ‘공감’이란 ‘남의 감정, 의견, 주장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끼는 것’이다. 언뜻 ‘사람이라면 다 그렇지 않나’ 되물을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발달하고 습득하지 않으면 지독히 자기중심적인 어른으로 성장해 외톨이나 천상천하 유아독존형 인물이 되기 딱 좋다. 그런 상사를 좋아할 부하가 있을 리 없으니 엄마들이 그토록 바라는 ‘리더’가 될 일도 없다. 미국의 유명 사회운동가 호프만은 공감을 ‘사회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접착제’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공감력은 도대체 어떻게 키우지?

당연히 사람들 속에서 부딪치고 깨지고 안기고, 부비적거려야 커진다. 사람의 표정, 말투, 몸짓 등을 반복적으로 접할수록 그 사람의 기분이나 감정을 파악하는 센서가 좀 더 예민해진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경험해야 하는 것은 바로 사랑이다. 남에게 사랑과 관심, 이해를 받고 있다는 확신이 기저에 깔려 있어야 때론 쓰고 때론 달콤한 자극을 받아들이며 타인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사랑을 경험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가족, 그중에서도 조부모다.

 

 

‘공감’ 교육자는 조부모가 최고

유아교육학 관점에서 보자면 아이와 노인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말이나 행동 속도가 비슷하기 때문인데, 이 점을 교육 현장에 효과적으로 끌어들인 나라가 바로 독일이다. 베를린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양로원 겸 어린이집 키타 암자이지그브르그(Kita Am Zeisigberg)에서는 90대 할머니와 5세 아이가 함께 공놀이를 즐기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마을 인구가 감소해 단독 운영이 어려워지자 양 기관을 통합해 공동 사용하게 되면서 생긴 현상이다. 아이들은 어른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배우고, 어른들은 꽃 같은 아이들에게서 인생의 시름을 잊는다. 이 얼마나 멋진 조화인가?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멋진 조화가 생겨나고 있다. 사단법인 어르신이 행복한 은빛세상과 시그나사회공헌 재단에서 진행하는 ‘art& talk 할머니 할아버지’ 프로그램이 한 예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 의사를 밝힌 50~60대들은 9월부터 12월까지 서울 시내 어린이집에 파견돼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동화나 민담도 들려주고 함께 미술 놀이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유아교육 전문가 박혜숙 교수는 “이 프로그램이 아이들의 공감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그 또래 아이들은 자기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있는데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을 맞대고 이야기하다 보면 중심이 타인으로 바뀔 거예요. 예컨대 할머니는 내가 큰 소리로 우는 걸 싫어해, 할아버지는 내가 밥을 잘 먹으면 기뻐해’ 하는 식으로 말이죠.” 꼭 조부모가 아니어도 아이들은 선생님이나 부모에게서 느낄 수 없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체감한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을 받아본 아이는 훗날에도 그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하물며 ‘남’도 이런 값진 공감력을 심어주는데 ‘피붙이의 파워’야 말해 무엇하리.

 

 

아이를 ‘공감의 달인’으로 키우는 법

  1. 아이 행동이나 말투를 똑같이 따라 한다
    전문용어로 라포르(rapport)를 형성한다고 하는데, 상대와 나의 수준이나 상황을 비슷하게 맞춰 신뢰와 친근감을 높이는 방법이다.

  2. “할아버지 이게 뭐야” 하고 물으면 “사과지 뭐야”라는 대답 대신 “글쎄 우리 강아지는 뭐라고 생각하는데” 하며 질문을 이어간다.
    아이는 정말 궁금해서 물어봤다기보다 얘기를 하고 싶어서 질문을 던진다. 아이의 흥미와 상상력을 되도록 많이 끌어내는 게 좋다.

  3. 눈을 지그시 들여다본다.나에게 집중한다는 느낌이 들면 아이의 자존감이 높아진다.

  4. 응응, 그래서, 그랬는데 그랬구나 하며 아이의 말에 맞장구나 추임새를 넣자.내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있다는 느낌만으로도 아이는 대화에 자신감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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