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자랑하다, 프로에이징

기사 요약글

나이 듦을 받아들이고, 그 나이에 걸맞은 아름다움을 자랑스러워하는‘프로에이징’ 시대가 도래했다.

기사 내용

지난 여름 미국판<얼루어> 편집장 미셸 리는 더는 ‘안티에이징’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단어가 마치 노화를 우리가 싸워서 이겨야 하는 존재처럼 만든다는 이유였다. 이 선언은 미국은 물론 다양한 문화권 여성들에게 지지를 받았다. 영화<스타워즈> 일곱 번째 시리즈‘깨어난 포스’의 유일한 여성 캐릭터인 레아 공주를 연기한 캐리 피셔 또한 자신의 늙은 외모 지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젊음과 아름다움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시간 또는 DNA 등으로 만들어진 행복일 뿐이다.” 이러한 그녀의 반응에 영국 일간지<텔레그래프>는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프로에이징의 분위기라며 환영했고, 번스타인 리서치의 마크 뉴먼 애널리스트는 안티에이징 또는 주름 개선을 주장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태도라며 지적하기도 했다.


이제 나이 들어가는 것을 감추는 시대는 지났다. 실제로 마크 제이콥스 뷰티의 64세 제시카 랭, 나스의 69세 샬롯 램플링, 로레알 파리의 65세 트위기 등 유명 뷰티 브랜드의 모델로 대중 앞에 선 여배우들은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아름다울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영포티의 허상 그리고 프로에이징의 시대



2016년부터 꼽힌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영포티(Young-forty : 나이에 비해 젊게 살고 싶어 하는 40대를 뜻하는 신조어)’다. 이 단어는 1990년대에 X세대라고 불리던, 트렌드에 민감하고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지출하던 이들을 가리키는데, 이들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 젊음의 시기를 최대한 늘리려는 열망이 매우 크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마인드는 X세대이고, 20대의 얼굴과 몸을 흉내 내려고 하는 것. 그러나 미래에도 변치 않을 불멸의 젊음이 뭔가 비현실적이고 부자연스러우며 한물간 것처럼 느껴진다면, 당신도 이미 안티에이징의 새로운 국면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다.

‘프로에이징(Pro-aging)’, 즉 어려 보이려고 애쓰기보다 나이 드는 모습 그대로에서 아름다움을 찾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프로에이징은‘에이징’을 받아들인다는 측면에서는 웰에이징과 일맥상통하지만, 좀 더 정신 건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즉, 현재 나의 모습에 만족하고 행복한 신체와 정신 건강을 추구하며 이를 지속하고자 스스로를 가꿔나가는 것. 주름을 지우는 시술이나 메이크업보다는 적당한 운동, 긍정적인 생각, 몸에 좋은 음식을 즐겁게 섭취하는 등 소소한 생활 습관을 개선하고 실천해나가는 것이 프로에이징의 지름길이다. 그러나 시간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이렇게 늙어가면 그만이지’ 하며 허송세월하는 건 절대 프로에이징의 자세가 아니다.

“수많은 사람이 겉으로 드러나는 노화 증상에만 초점을 맞춰요. 현대의 시술로 즉각 피부 상태를 개선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영양 상태를 최적화하고 호르몬 레벨의 균형을 맞추는 거예요. 눈에 보이지 않는 내적 지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WE클리닉 조애경 원장의 말이다.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간다는 것의 재발견과 생각의 변화는 뷰티업계까지 바꿔놓았다. 주름살을 감추고 억지 리프팅 효과에 연연하던 제품들이 보습 상태를 유지하고 피부의 편안함과 건강함을 극대화하는 제품들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 항상 20대처럼 완벽하고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가꿔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얽매여 스스로를 노예화했다면 과감하게 탈피할 때다.

 

 

1. SOLUTION
호르몬의 밸런스를 유지하라


호르몬은 몸속 여기저기에 정보를 전달하고 자극하는 화학물질이다. 우리의 신체와 뇌가 이 작은 호르몬에 따라 울고 웃는다는 사실을 아는가. 불면증과 우울증은 물론, 허리둘레나 혈당 지수도 모두 호르몬과 밀접하다. 특히 여성은 나이가 들면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감소해 뼈가 약해지고 탈모에 시달리며 피부가 거칠고 푸석해지는 것은 물론, 급기야 성욕마저 수그러든다. 그뿐 아니라 인슐린 호르몬에 예민해져 아침에는 혈당치가 급증하고 날이 갈수록 탄수화물에 집착하게 되니 체중 증가는 물론 당화 현상으로 피부는 더욱 흙빛을 띠고 주름은 더 깊게 자리를 잡는다. 호르몬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노화 속도가 달라진다는 사실이 실감되는 대목이다.

이에 조애경 원장은“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성장호르몬을 비롯해 복합적인 호르몬 보충 요법을 추천합니다. 신체의 기능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외형적인 만족감을 높일 수 있어요”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실천해야 하는 건 올바른 생활 습관으로 호르몬 균형을 오래 유지하는 것. 채소와 과일을 끼니마다 섭취하고 닭가슴살과 생선, 버섯, 콩, 두부 등 양질의 단백질을 챙기는 것은 물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 체내 독소를 배출하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함유된 식품 섭취

칡과 아마씨가 대표적. 특히 아마씨는 콩의 1,370배, 석류의 2,800배에 달하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함유한다. 식물성 성장호르몬인 시코티닌이 함유된 코코넛워터도 좋다.

 

낮에는 광합성, 밤에는 딥 슬립

성장호르몬과 함께 안티에이징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호르몬은 멜라토닌. 뇌의 송과체라는 기관에서 생산되는 멜라토닌은 잠을 자는 동안 분비된다. 멜라토닌 분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햇볕을 쬐는 것이 필수다. 아침 햇볕을 쬐는 순간 체내 시계의 타이머가 세팅되어 약 15시간 후 멜라토닌이 분비되기 때문.

 

대퇴부를 자극해 호르몬 지키기

성장호르몬의 70% 이상은 수면 중 분비되지만 그다음 많이 분비되는 것이 근육을 트레이닝할 때다. 상처 입은 근육이 회복되면서 두꺼운 근섬유로 변하는데 이 과정에서 성장호르몬이 나온다는 사실. 팔굽혀펴기나 윗몸일으키기, 덤벨 운동도 좋지만, 근육의 크기가 큰 대퇴부(엉덩이와 무릎 사이의 허벅지 부분)를 자극하면 짧은 시간 내에 호르몬을 얻을 수 있다.

 

 

2. SOLUTION
건강한 세포의 수명을 연장하라


말하고 싶은 단어가 입술 언저리에 맴도는데 도통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는 것은 기본, 어제 간 레스토랑 이름도 쉬이 떠오르지 않는다. 왜 해가 갈수록 이런 증상은 심해질까? 바로 뇌세포 때문. 나이가 들수록 뇌세포의 활동 속도가 조금씩 느려지고 뉴런 사이의 연결이 느슨해져‘총기’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 외에도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 각종 전자기기에 둘러싸인 뇌의 기능은 30세 이후 매일 10만 개 이상의 신경세포가 죽으며 급속도로 감퇴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40세부터는 뇌의 크기마저 줄어든다는 사실. 2021년에는 치매가 가장 흔한 사망 원인이 될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왔으니 건강한 뇌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 것.



악기 연주하기

요크셔 뇌연구센터의 멜리사 매과이어(Melissa Maguire) 박사는‘음악 연주야말로 좌뇌와 우뇌를 모두 활성화하는, 즉 뇌 전체를 자극하는 유일한 활동’이라고 말했다. 신경세포인 회백질이 늘어나 뉴런의 연결이 촉진된다는 사실.


멍 때리기

두뇌 휴식은 아무런 생각 없이 머리를 비우는 것인데, 요가와 명상이 가장 쉬운 예다. 바닥에 한쪽 뺨을 밀착하고 머리부터 목과 어깨, 다리까지 전신의 힘을 쭉 뺀 상태로 짧게는 5분에서 길게는 15분까지 움직임 없이 휴식을 취하자. 광덕안정한의원 김경민 원장이 조언한‘의식적인 멍 때리기’ 또한 효과적. 목적 없이 걸으면서 시선을 휘어잡는 사물을 생각 없이 보는 것만으로도 뇌가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준다고.

 

한 가지에만 집중하기

문서 작업을 하면서 음악을 듣고, 실시간으로 채팅을 하는 멀티태스킹은 집중력을 저하시키고 건망증을 키우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클리포드 나스(Clifford Nass) 교수는‘적어도 20분 이상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꼭꼭 씹어 먹기

서울리마치과 안상철 원장은‘씹는 행위 또한 뇌의 운동피질을 자극한다’고 말한다. 사람의 치아와 뇌의 말초신경과 중추신경을 연결하는 신경 네트워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단 너무 크지 않고 적당히 단단한 것(잣, 호두 등과 같은 견과류)이어야 턱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3. SOLUTION
나이 없는 사회, 에이지리스 소사이어티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의 14%를 차지하면서‘고령사회’에 진입했다. 100세 장수가 보편화된‘호모 헌드레드’ 시대에 20~30대를 청년, 40~50대를 중년, 그 이후의 삶을 노년으로 구분하던 생애주기는 이제 옛말이 된 것이다. 70대까지 사회 활동을 이어나가야 하는 현대인에게 나이라는 숫자의 부질없음을 느끼게 할 뿐이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는 미디어에서도 느낄 수 있다.<미스티><키스 먼저 할까요?> 같은 드라마를 통해 나이가 들면서 바래버린 듯한 중년의 사랑이‘어른 멜로’라는 단어 아래 재평가받고 있다.<윤식당><미운 우리 새끼> 같은‘실버 예능’은 이미 몇 해 전부터 인기다.

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7.8%를 차지하면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지난 2월 아베 총리가‘나이 없는 사회(Ageless Society)’를 주장했다.‘사람을 나이로 구별하지 않고 의욕과 실력에 따라 일하는 사회’를 지향하는 동시에, 60대 초반 취업자 비율을 2020년까지 67%로 올리고 연금 개시 연령을 68세로 늦추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물론 지금도 일본의 60~64세 인구의 4분의 3은 여전히 일하고 있다). 일본과 함께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독일 역시 노인을 위한 직무 훈련 과정‘이니셔티브 50플러스’를 운영하며, 나이가 들면서 낮아진 임금을 정부가 임시 보조금이라는 형태로 메워주기도 한다.

이렇듯 의지만 있다면 나이가 더는 사회 활동에 장애물이 되지 않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나이를 거스르기보다 자연스럽게 나이 드는‘프로에이징’, 멋스럽게 흐트러진‘에포트리스 시크’ 등으로 미의 기준이 이동하면서 뷰티·패션 브랜드는 연령대 대신에 라이프스타일이나 취향으로 고객을 타깃화하기 시작했다. 이제 사람들은 팽팽하게 반짝이는 젊음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삶을 추구한다. 게다가 눈과 귀가 어두워지고 팔다리 힘이 줄어들며, 자극에 둔감해지는 노화마저 이겨낼 수 있는 기술 개발도 한창이다. 이제 나이 듦은 낡고 쓸모없어진다는 의미가 아니다. 나이를 초월한 관계나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한마디의 조언, 두 번째 도전이 우리 삶을 반짝이게 한다.

 



“아직도 나이가 중요해?”

 

 

4. SOLUTION
나이가 필요 없는 IT 기술들

 

IBM의 오감 지원 컴퓨터

2012년부터 감각이 떨어진 고령자를 위해 인간의 오감을 지원하는 컴퓨터를 개발 중인 IBM. 인간의 청각이 16H~20kHz만을, 촉각이 사물의 표면만을 인식하는 것에 비해 엑스선을 이용해 사물 속의 촉감, 20kHz 이상의 초음파 소리 등을 감지해 재현·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트루 링크 파이낸셜

시니어 전용 금융회사 트루 링크 파이낸셜은 사용처나 사용 금액을 가족이 정할 수 있는 현금카드를 운영한다. 또 평소와 다른 패턴의 지출이 발생하는 경우 가족들에게 문자나 이메일로 알림을 전해준다.


페이스북의 BCI

작년 4월에 열린 IT 개발자 대회‘F8 2017’에서 마크 저커버그는 2020년까지 뇌파를 잡아내 컴퓨터와 인터페이스시켜 입력하는 BCI(Brain Computer Interface)를 개발한다고 밝혔다. 200자 내외의 문구를 컴퓨터에 입력하는 기술의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티치

사별 등 인생의 굴곡을 겪으며 단절된 시니어들의 인간관계를 극복해주기 위한 시니어 친구 맺기 온라인 플랫폼이다. 온라인으로 친구 맺기를 어색해하는 시니어를 위해 영화 보기, 산책, 여행 등의 관심사 선택 사항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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