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닮고 싶은 아버지가 되려면

기사 요약글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의 저자 정신과 전문의 양창순 박사의 마음 다스리기.

기사 내용

아버지가 아들을 데리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 댁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모처럼의 나들이에 흐뭇해진 아버지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감회에 젖었다. 그러다가 문득 예전에 먹던 자장면 생각이 나서 아들에게 한마디 건넸다. “아들, 아빠가 어릴 때 가장 맛있는 게 뭐였는지 아니? 자장면이야. 그땐 자장면이 귀한 음식이어서 시험을 잘 봐야 먹을 수 있었지. 아빠 덕분에 네 큰아버지랑 고모들도 자장면 많이 얻어먹었어.” 그는 말끝에 아들의 눈치를 슬쩍 살폈다. “아빠가 그렇게 공부를 잘했어요? 굉장한데요!” 하는 반응을 기대하면서. 하지만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되게 잘난 척하네!”

아들의 한마디에 놀란 나머지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고 한다. 아들과 이런 대화를 나눠보지 않은 아버지는 거의 없을 것이다. 예전에 아버지가 학교 다닐 때 정말 모범생이었다는 둥, 공부를잘해서 수재로 불렸다는 둥, 한때 제2의 차범근으로 이름을 날렸다는 둥 하면서. 그리고 아마도 아들들의 반응 역시 대체로 시큰둥하지 않았을까 싶다.
 

모든 아버지에게 아들은 어떤 존재일까? 그리고 아들에게 아버지는 어떤 존재여야 하는 걸까?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좋은 아버지상’에 대한 답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 스페인의 작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은 이런 대답을 내놓았다. “아들이 닮고 싶어 하는 남자가 바로 가장 좋은 아버지다.” 아마도 많은 아버지들의 가장 큰 바람이지 않을까? 얼마 전에 한 기업의 임원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살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에 관해 질문을 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최근 대학생인 아들이 저보고 자기가 가장 닮고 싶은 남자라는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살면서 그 순간만큼 감동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정신이 번쩍 나기도 했지만요.”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은 아버지, 아들이 닮고 싶어 하는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첫 번째는 자식의 말을 진심으로 경청할 수 있어야 한다. 부모 자식 간의 문제로 상담을 하는 것이다. 자식들이 아버지에 대해 가장 많이 불평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하루에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어서 자식의 말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보는 것이 어떨까? 그것만으로도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는 바탕을 만드는셈이다. 더불어 자식이라고 해서 일일이 간섭하기보다는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 아버지를 통해 아들이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높여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자신의 불안을 자식에게 투영하지 말아야 한다. 사는 게 쉽지 않다 보니 모든 부모들이 세태에서는 아이들의 안전 문제부터 시작해서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찌어찌해서 학교교육은 무사히 마쳤다고 해도 취업이며 결혼에 이르기까지 걱정은 끝이 없게 마련이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부모의 역할은 한계가 있다. 그런데 삶에 대한 불안감이 큰 부모일수록 자식에게 자신의 불안을 투영함으로써 오히려 문제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의 불안감 때문에 일어나는 가장 큰 폐단 중 하나는 자식을 과잉보호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부모가 계속해서 많은 것을 대신해주다 보면 자식은 당연히 받기만 하는 데 익숙해지게 마련이다. 그러다가 행여 부모가 자기 기대치보다 덜 주면 왜 그러는지는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부모를 원망하고 미워하게 된다. 여기서 아버지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가정에서 중심을 잡고 자식에게 인생을 제대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자신의 결점이나 이루지 못한 꿈을 아들을 통해 보상받으려는 아버지가 되어서는 안된다. 이것은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충돌 원인 중 하나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아들에게 강요함으로써 아들의 인생을 잘못된 길로 접어들게 하는 임상 사례는 수없이 많다. 따라서 아들에게 해서는 안 되는 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아버지와 아들이 잘 지내는 방법은 서로가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나아가 서로의 꿈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왜냐하면 내 아들이지만 나의 소유물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아들이 창의적인 성취동기를 가지고 자신만의 인생을 만들어가기 바란다면 그것을 격려해주고 잘 이끌어주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물론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은 없다. 하지만 조금씩이라도 노력해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세상에서 아들이 닮고 싶은 남자가 되는 것만큼 가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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