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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0월 생태계위해우려 생물 관리 제도가 신설된 후 환경부는 올해 6월 라쿤을 첫 생태계위해우려 생물로 지정했다. 어쩌다 라쿤에게 이런 이름표가 붙게 되었을까?

 

 

한 체험형 실내 동물원에서 전시 중인 라쿤 (동물자유연대 촬영)

 

 

앞발을 손처럼 사용하는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라쿤이 이름도 어려운 ‘생태계위해우려’ 생물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거의 없을 터. 생태계위해우려 생물은 말그대로 국내 생태계에 유출될 경우, 생태계 교란 등의 우려가 있는 외래 생물을 뜻한다. 라쿤이 뉴트리아, 황소개구리처럼 우리 생태계에 위험이 될 가능성이 있는 생물이라는 것.

 

 

라쿤이 황소개구리와 동급 취급 받게 된 이유

 


라쿤은 최근 몇 년 간 라쿤 카페, 체험형 실내 동물원이 유행하며 국내 유입 개체수가 크게 증가했다. 특히 개인 사육, 반려동물의 목적으로도 거래되며 라쿤이 탈출하거나 유기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서 확인 가능한 수치로만 지난해 8마리의 라쿤이 도심에서 발견되었다. 더 많은 애완용 라쿤이 거리를 떠돌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환경부는 라쿤이 자연 생태계에 유입될 경우 국내 고유종인 삵, 오소리, 너구리 등과 서식지 경쟁이 일어날 것을 우려하여 생태계위해우려 생물로 지정한 것. 특히 라쿤은 인수공통감염병인 광견병의 주요 감염원이자 북미 너구리회충의 숙주이기도 하다.

 

 

도심에서 발견된 라쿤 (동물보호관리시스템)

 

 


라쿤의 잘못일까?

 


라쿤을 포함한 외래생물의 무분별한 유입과 관리 미흡 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적되어왔다. 많은 전문가들이 유입 과정에서의 부실한 검역, 무분별한 수입 및 거래, 개인의 야생동물 사육 및 동물 체험과 같은 야생동물과의 불필요한 접촉의 증가를 지적하며 국내 생태계 교란 및 인수공통 감염병의 위험성 등을 경고해왔다. 라쿤에 대해서도 동물복지 문제뿐 아니라 앞서 설명한 공중보건학적 우려는 끊임 없었다.

 

 

하지만 정부는 코로나19라는 우리의 삶을 뒤흔든 사태를 접하고 나서야 본격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지난 9월 환경부는 코로나19 등 동물유래 감염병 예방을 위해 야생동물 관리 강화 조치를 발표했다. 야생동물의 수입 검역을 강화하고, 야생동물의 유입 및 유통경로를 추적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무분별한 거래를 막기 위해 야생동물 판매 허가제를 도입하고 동물원 또한 허가제로 전환, 동물원 외 시설에서의 야생동물의 전시를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회에서도 야생동물 관련 영업을 규제하여 야생동물과의 접점을 줄이고, 현재 사람의 관리 하에 있는 야생동물의 복지를 개선하기 위한 야생생물법 및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이 지속 발의되고 있다.

 

 

포획, 안락사 대상이 된 라쿤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와 국회의 노력으로 점차 야생동물 관리 사각지대는 해소되고, 지나치게 가까웠던 야생동물과의 거리도 조금은 멀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낯선 땅으로 옮겨져 귀여움을 받던 라쿤은 이제 발견될 경우 포획과 안락사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의 부주의가 불필요한 동물의 희생을 낳은 것이다.

 

 

제2의, 제3의 라쿤이 나오지 않으려면 정부의 대책 마련과 함께 시민들의 인식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의 필요와 유희를 논하기 전 야생동물이 본래의 서식지에서 자연의 삶을 살 수 있도록 그들의 삶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 시대, 이제 동물과의 안전한 공존 없이는 사람 또한 안심하며 살아갈 수 없다. 야생동물은 이색적인 볼거리도 우리의 재밋거리도 아님을 생각하며, 같은 실수가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획 임소연 글 ·사진 김수진(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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