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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오래된 주택이 밀집되고 도로·수도 등의 시설이 열악한 지역에선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재개발 사업을 시행한다. 그런데 길고양이는 재개발이 무엇인지, 왜 건물이 무너지는지 알지 못한 채 사람들이 떠난 그곳에 남아 있다.
떠나지 못하는 길고양이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면서 길고양이의 이주까지 고려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먹을 것이 없어져 굶주리던 길고양이들은 깨진 유리조각을 밟고 발을 절뚝거리다가 허물어진 건물로 숨어들고, 그 안에서 압사당하기도 한다. 길고양이들은 먹을 것이 점차 없어지고, 각종 파편들이 나뒹구는 위험한 환경에서 왜 떠나지 않는지 의문이 들 수 있지만, 고양이는 자기 영역에서만 사는 영역 동물의 특성이 있어 스스로 떠나기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길고양이 이주 작전
운이 좋으면 일명 캣맘, 캣대디 혹은 지역 주민들이 만든 길고양이 보호협회에서 재개발지역에
남은 길고양이 이주를 돕기 위해 나서기도 한다. 개발 지역의 각기 다른 상황에 따라 길고양이를 도울 방법도 다르지만 밥자리를 조금씩 이동하고, 계류방사를 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이 있다.
1. 중성화 수술 시키기
재개발 지역의 길고양이 이주 작전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중성화 수술이라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재개발 지역을 벗어나야 하는 고양이뿐 아니라 이주 지역의 고양이들의 중성화도 필요하다. 그래야 개체수가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문제와 고양이들 간의 영역 다툼을 방지할 수 있다.
2. 감속 운전 구역 공지하기
무엇보다 길고양이들이 다른 동네로 가다가 로드킬을 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양이들이 이사를 갈 주변 지역 도로에 운전 속도를 줄여달라는 현수막을 대대적으로 걸어야 한다. 길고양이들의 안전한 이주를 위해 주민들의 도움이 꼭 필요한 부분이다.
3. 밥자리 지키기
이주 지역으로 유인하기 위해 지정한 밥자리에만 밥을 줘야 한다. 공사 지역 안으로 다시 고양이들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재개발 지역에 남아있는 고양이들이 측은해 지속적으로 밥과 물을 주면 아이들의 이주는 더욱 힘들어진다. 이 또한 지역 주민에게도 현수막 등을 통해 사전에 안내해야 할 부분이다.
4. 건물 안 길고양이 내보내기
철거가 이뤄지기 전 건물에 숨어있는 길고양이를 완전히 내보내는 작업도 잊지 말아야 한다. 건물 꼭대기 층에서부터 한 층씩 내려오며 나무막대기 등으로 곳곳을 두드려 마지막까지 숨어있던 고양이들을 건물 밖으로 안전하게 쫓아내야 한다.
반드시 필요한 지자체의 노력
최근 재개발이 시작된 수원의 한 지역에서는 수 년 간 동네 길고양이들을 돌봐온 주민들과 지역 캣맘협의체, 지자체가 힘을 모아 길고양이 이주를 도왔다. 길고양이들의 이사길을 만들고 대대적으로 현수막을 거는 일은 주민, 단체가 함께 했지만, 중성화를 하지 않은 개체와 치료가 필요한 고양이들의 포획은 수원시에서 지원했다.
서울시도 2020년 도시정비구역 동물보호활동 시범 사업 추진계획에서 올 3월부터 12월까지 재개발·재건축 지역의 길고양이 보호 활동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후 서울 시내 재개발·재건축 지역 3곳을 우선 선정해 중성화 지원과 이주를 돕고 있다. 이 외에 부산시 동래구는 온천4구역 재개발 지역의 길고양이들을 구조해온 주민들과 작년 7월 구조센터를 열어 고양이들을 위한 지원과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동네 길고양이를 돌보며 공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재개발 사업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길고양이의 안전을 걱정하고 이주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는 재개발 공사로부터 길고양이를 보호하는 일이 단순히 안쓰러운 마음을 갖고 있는 개인의 몫이 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지자체에서 재건축·재개발 지역의 길고양이와의 상생과 공존을 위한 대책 마련을 해야 한다.
기획 임소연 글 강아라(동물자유연대)
동물자유연대는 인간에 의해 이용되거나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동물의 수(數)와 종(種)을 줄여나감으로써, 인간과 동물의 생태적·윤리적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www.animal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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