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나전성기재단

바랑재를 찾은 사람들_특별한 초대, 속 깊은 이야기
2025.10.31 조회수 160

 

 

비움과 나눔의 공간 <바랑재>에서는 매주 다양한 손님들이 맞이하고 있습니다. '자기돌봄캠프'에서 초대하는 치매 돌봄가족을 시작으로 시니어 청각 장애인들, 발달장애 화가와 부모님 등 재단과 함께 하는 다양한 분들을 사전 초청하여 바랑재의 아름다운 풍경과 환대의 마음을 나누고 있는데요.

 

저마다 다른 삶의 이야기와 돌봄의 무게를 지고 바랑재를 찾아온 사람들. 그들에게 바랑재는 어떤 공간, 어떤 순간으로 기억될까요? 바랑재를 다녀간 사람들이 남긴 이야기들을 모았습니다. 

 

 

 

 

  

"남편이 아픈 뒤 처음 3년은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주자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서 돌봤지만 올해는 정말 모든 게 다 지칠대로 지쳐서

 

제발 나 혼자만의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있던 차에 

바랑재에 왔고 도착하자마자 눈물이 났어요.

 

그동안 참아왔던 감정들이 한 번에 밀려오면서 ‘여기가 천국이구나’ 싶었어요. 

 

남편의 치매가, 나의 이런 처지가 그저 마음 아프고 원망스럽고 서글프기만 했는데

처음으로 감사하다는 마음마저 들었지요.

 

치매 남편 돌본다고 해서, 가족도 자식도 이렇게 해주지는 않아요.

 우리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손을 내밀어주고 따뜻하게 대접해준

바랑재를 제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 치매 남편 돌봄 4년차, 박@순 (72세) 님 -   

 

 

 

 

 

"치매 가족들을 초대한다고 해서 일단 왔지만, 선뜻 내키지는 않았어요.

다들 나처럼 우울한 사람들이겠지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바랑재에 들어오니 우리 모두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초대받은 

특별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얼어있던 마음이 녹았습니다. 

 

늘 어디가서 챙겨야하는 사람으로 '취급'만 받던 제가

이렇게 세심하고 따듯한 '대접'을 받은 건  처음이예요. 

 

그동안 제 입에서 자주 나왔던 말이 ‘아무 희망도 없어, 사는 게 재미없어’였는데,

이젠 그런 말은 하지 않기로 했어요.

 

바랑재는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주는 곳'이었고,

'나는 소중하고 특별한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해준 시간이었습니다." 

 

- 치매 남편 돌봄 7년차, 김@자 (70세) 님 -   

 

 

 


 

"결혼하고 지금까지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데,

어머님이 10년 전에 치매가 시작되었어요.

 

모든 가족들도, 저 자신도 어머님을 돌보는 것은 당연한 제 몫이라고 여겼는데

제 몸은 그렇지 않았는지 5년 전에 암이 발견되었습니다. 

 

수술과 항암치료 중에도 ‘제가 아니면 어머님을 누가 돌보나’ 하며 버텼는데,

바랑재에서는 그동안 뒷전에 미뤄두었던 제 자신을 마주하는 기분입니다.

 

연극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처음으로 제 이야기, 제 기분을 입 밖으로 꺼냈는데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 스르르 녹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돌아가면 여전히 치매 어머님을 돌보는 삶은 변함 없겠지만,

누구보다 나 자신도 돌봄을 받아야 하는 소중한 사람인 것을 깨닫고 갑니다."  

 

  - 치매 시어머니 10년 돌봄 중 암 투병, 권@애 (56세) 님 -   

 

 

  

 

"제게는 발달장애가 있는 동생이 있습니다.

 

모든 가족들이 돌봄에 익숙한 삶이었지만

7년 전 아버지께서 치매 진단을 받으셨을 때는 큰 충격이었어요.

 

평생 장애 아들을 키우며 헌신적으로 살아온 아버지의 노년이

이렇게 치매라니 안쓰러우면서도,

이제는 동생과 아버지를 동시에 돌봐야 하는

제 현실 앞에서 깊은 절망감이 밀려왔어요.

 

이런 제 삶에서 바랑재에서 보낸 이틀은 특별한 선물이었습니다.

한옥 창문 너머로 스며드는 바람과 햇살, 따뜻하고 아름답기까지 한 밥 한 끼가

'너는 잘하고 있다. 너무 고생했다.'라고 저를 위로해 주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제 삶을 돌아봤는데, 그렇게 힘들게만 산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생과 아버지를 돌보면서 제 삶이 더 단단하고 깊어졌다는

깨달음이 밀려오면서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제 설움을 받아주고, 기쁜 깨달음을 준 바랑재에 감사드립니다."

 

   - 발달장애동생 & 치매 아버지 돌봄 7년차, 김@희 (66세) 님 -   

 

 

 

 

 

"저는 치매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장남입니다.

어머니가 그렇게 되시고 개인적인 시간을 낸 적이 거의 없는데,

오늘이 거의 11년 만에 혼자 해보는 외출입니다.

 

 그래서 처음엔 낯설고 어색했지만, 바랑재의 아름다운 풍경과

직원들의 세심한 배려 덕분에 마음이 조금씩 풀렸습니다.

 

연극 프로그램은 태어나 처음으로 제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준 시간이었습니다.

젊은 시절 아버지 유산을 지키지 못했던 후회,

나이들어서도 시댁 봉양에 고생만 하는 아내에게 미처 하지 못했던 말까지.

그동안 미뤄왔던 감정들을 꺼내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더군요.

 

제가 여기에 오게 되면서 혼자 어머님을 돌보고 있을 아내를 생각하니

마음 한켠이 무겁기도 했습니다. 다음에는 제 아내도 바랑재에 한 번 올 수 있도록

자기돌봄캠프에서 초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치매 어머니 돌봄 11년차, 강@태 (66세) 님 -   

 

 

 

 

 

"후천적 난청으로 인공와우 수술을 받고 지금 청력을 회복해가고 있지만 

지하철 소리, 청소기 소리같은 도시의 소음이 너무 크게 들려서 성격이 많이 예민해졌습니다. 

그런데 이 곳은 너무 고요하고 귀를 자극하는 소리가 없으니 숨쉬는 것도 편안했습니다.

 

청각장애가 있다고 도움이나 배려를 요청하면사지가 멀쩡한데 대접해달라는 거냐고

심지어 가족들한테도 거절당하고 상처를 받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 우리를 조건없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초대해 주고대접해주고

가까이 옆에 와서 귀에 대고 말해주는 그런 배려들이 참 고마웠습니다.

 

- 청각 장애 당사자, 최@금 (65세)-

 

  

 

 

 

"수년 전에 심장병 수술을 받고사망 진단 직전까지 갔습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청력을 잃었고 

언제 다시 병실에 눕게 될지도 모른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바랑재에서는 그런 불안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어요.

 

불안이 사라지니, 그동안 나를 돌봐준 고마운 사람들이 비로소 생각났습니다.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왜 이런 장애가 찾아왔는지 원망하고 자책했던 마음 대신,

감사한 마음이 내내 차올랐던 시간이었습니다.

 

- 청각 장애 당사자, 이@남 (72세)-

 

 

 

 

 

"발달장애 가족들이 외부 장소에서 환영받는 일이 드문데,  

이렇게 특별한 초청과 환대에 감동했습니다. 

 

그림 같은 음식, 작품 같은 공간에서 보낸 하루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아들과 단둘이 이렇게 멀리 와보는 것이 도전이었는데,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보내고 갈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 장애 화가 어머니, 최@숙 (55세)-

 

 

 

 

 

"장애 화가들이 바랑재에서 잘 보낼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낯선 환경에서 창작 프로그램을 하면

울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불안해 하는 경우도 많은데

 

바랑재에서는 모두가 작업에 잘 참여하여 놀라웠습니다.

아름다운 바랑재의 풍경이 발달장애 화가들에게 안정을 준 것 같아요.

 

장애 화가들에게 특별한 창작의 영감을 주고,

장애가족들을 편견없는 환대로  맞이해준 바랑재에 감사를 전합니다."  

 

  • 장애 화가 창작 멘토, 암사재활원 김소연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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