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의 얼굴 전노민 편

기사 요약글

전노민의 특별함에 관하여.

기사 내용

따지고 들자면, 전노민은 평범에 가까운 배우다. 예능에 얼굴을 비추는 편도 아니고 SNS로 이슈 몰이를 하는 법도 없다. 그저 충실히 맡은 배역을 소화하며 주로 작품으로만 대중과 소통할 뿐이다. 그럼에도 꾸준히 사랑받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는 후배들 사이에서 다정하기로 유명한 선배고, 감독들과 작가들에겐 의리가 깊은 배우로 통한다. 마지막이 가장 중요한데, 전노민은 한 작품에 들어가기 전 20여 편의 관련 드라마를 챙겨 보며 연구할 만큼 성실한 배우다. 이런 성실, 진심, 의리가 결국 브라운관을 넘어 시청자에게까지 전달됐음을 의심치 않는다.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결국은 드러나게 마련인 전노민의 특별함에 관하여.

영화<위대한 소원>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 김동영 씨 인터뷰에서 봤어요. 젊은 배우들과 스태프를 그렇게 잘 챙겨주셨다고요.
그만큼 후배들이 잘 받아줘서 그랬던 거죠 뭘. 내가 누구에게든 스스럼없이 잘 다가가는 편이긴 한데 상대가 좀 불편해한다 싶으면 딱 멈춰요. 선배, 혹은 어른이라고 함부로 대하는 게 참 별로더라고요.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싶으면 누구를 시키는 것보다 직접 여러 잔 사 와 돌리는 게 더 편한 사람이에요.

좋은 어른의 표본이네요. ‘꼰대’는 남의 얘기겠어요?
그게 누구든 타인을 대할 땐 좀 조심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저는 남의 언행을 보고 ‘저러지 말아야지’ 경계하는 때가 많은데 특히 학식이 높고, 부유한 분들이 아랫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태도가 싫어요. 말을 잘 놓지 않는 것도 사실 제 오래된 습관 중 하나인데 호칭을 어떻게 부르느냐에 따라 상대를 대하는 태도가 좀 달라지더라고요. 전미선 씨를 1년에 대여섯 작품에서 만나 어느 정도 친해졌는데도 가정이 있는 여배우에게 말을 함부로 놓는 건 좀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말을 안 놨어요. <선덕여왕> 촬영 내내 만났던 고현정 씨한테도 계속 존대를 했더니 저보고 대단하다고 하더군요. 약간 유난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렇게 예의를 차린 게 참 잘했지 싶어요.

배우 입장에서는 루머가 참 예민한 문제인데, 전노민 씨에 관한 뉴스를 검색하면 아직도 과거 이혼 얘기가 나오곤 하더라고요.
그렇죠 뭐. 이혼 당시에도 루머나 의혹이 많았잖아요. 이게 너무 커지다 보니 한 번쯤 정리를 해야겠다 싶어 <무릎팍도사>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는데, 뭐랄까 그런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 같아요. 내가 똑바로 잘 살면 소문도 의혹도 걷히게 마련이더라고요. 사실 나서서 내 입장을 드러내는 게 익숙하지도 않고요. 그래서 SNS에 뭘 올리거나 구경하는 법도 없어요. 온라인상의 얘기들에 얽매이는 게 싫거든요. 자꾸 신경을 쓰게 되니까.

그러나 최근 뉴스의 대부분은 전노민이 드라마, 연극 무대를 종횡무진한다는 긍정적인 얘기들이에요. 드라마<다시 시작해>와 연극<민들레 바람되어>를 동시에 소화하는 소감은 어때요?
힘들죠(웃음). 오죽하면 병원 가서 링거를 다 맞았어요.<민들레 바람되어> 같은 경우는 조재현 선배한테(이 작품은 배우 조재현이 설립한 수현재씨어터에서 공연한다) 몇 번이나 권유 받았는데 이번에야 기회가 닿았어요. 선배한테 낚인 거지(웃음). 대사도 많고 실수에 대한 부담감도 있지만 매번 긴장 상태로 공연을 하다 보니 배우로서 조금은 더 발전하는 기분이에요. 나이는 점점 먹어가지, 연기는 부족한 것 같지 고민이 많았거든요.

몸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제가 먹는 걸 정말 좋아해서 절제가 잘 안 될 정도였는데 한 번은 드마라 모니터하다 충격을 크게 받았어요. 얼굴이 이만하고, 셔츠 단추가 곧 떨어져 나가겠더라고요. 그때부터 식단을 관리하고 운동을 열심히 했더니 그제야 몸이 좀 잡히기 시작했어요. 요즘에도 테니스, 야구, 자전거, 헬스 등 다양하게 운동하는데 저녁이 좀 과했다 싶으면 집에서 토끼뜀을 한 백 번씩 해요.

평범한 회사 생활을 하다 서른한 살에 배우가 됐어요. 이런 삶을 예측해본 적 있나요?
전혀 없죠. 저는 말수가 심각하게 적었고, 어떤 무리에서든 튀어본 적이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어요. 가끔 친구들이 ‘너 배우 해봐라’ 하는 소리를 했지만 그냥 하는 소리로 흘려들었거든요. 그런데 지인 집들이에 갔다 우연히 CF 제안을 받아 생각지도 못한 배우가 됐죠.

끝으로 인생의 전성기는 언제라고 생각하세요?
여기저기 찾아주는 곳이 많고, 의욕적으로 일 욕심을 낼 때. 그때를 보통 전성기라고 하죠. 그렇다면 저는 지금이에요. 희망적인 건 최근 방영한 <디어 마이 프렌즈>처럼 중년, 노년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콘텐츠가 많아졌다는 점이에요.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점점 사람 냄새 나는 것, 과거의 향수 같은 것을 그리워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어요. 그런 니즈를 잘 채워줄 수 있는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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