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조언 - 자녀의 결혼 편

기사 요약글

50+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자녀 결혼’이 아닐까?

기사 내용

신한은행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50대 직장인 400명에게 은퇴 후 가장 걱정되는 목돈 자금을 물었더니 ‘자녀 결혼 비용’이라는 응답이 64%에 달했다. 결혼정보업체 듀오웨드에서 최근 2년 안에 결혼한 신혼부부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혼비용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신혼부부 한 쌍당 결혼 자금으로 평균 2억3,798만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대졸 신입사원 평균 연봉이 2,355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부모의 재산으로 결혼을 치러야 한다는 소리다.

 

남부럽지 않게 결혼하겠다며 부모의 노후 자금까지 눈독을 들이는 자녀, 화려한 하루를 위해 제2, 제3 금융권의 문을 두드리는 부모 등 국내 결혼 시장을 보고 있자면 ‘막장 드라마’ 저리 가라 할 정도다. 오죽하면 ‘우리 강남에 살아요’라는 티를 내기 위해 강남의 고급 아파트나 빌라에 단기 입주해 살다 자녀의 결혼식이 끝나는 대로 수도권 인근으로 부랴부랴 이사를 떠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친척들 예단까지 준비하라는 시댁의 성화에 마이너스 통장까지 개설해 결혼을 하는 경우도 있고, ‘예단은 집값의 10%’라는 룰을 들이대며 5억짜리 아파트에 5천만원 상당의 예단을 요구해 친정 부모의 노후 자금으로 예단비를 때우는 웃지 못할 상황도 생긴다.


과연 이러한 고군분투 끝에 결혼한 부부들은 그 과정을 돌이켜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만족할까? 듀오웨드에서 2년 이내 결혼한 신혼부부 1천명을 대상으로 ‘결혼 준비 만족도와 작은 결혼식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 기혼자의 70%는 ‘다시 결혼 준비를 한다면 비용을 최소화하겠다’고 답했다. 가장 축소하고 싶은 결혼 준비 품목은 예단(41.3%)과 예물(18.2%)이었다. 자녀의 결혼 때문에 중산층이던 부모가 서민으로 전락하는 눈물겨운 현실. 이런 비정상적인 결혼 문화가 바뀌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호에서는 이렇듯 무리한 결혼이 이뤄지는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소신껏 용기 있는 결혼을 치른 부부들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결혼 문화에 대한 가능성을 엿보고자 한다.

 

 

‘억’ 소리 나는 결혼, 어디에 얼마가 들길래

 

평균 2억3,798만원이 든다는 요즘 결혼. 집값을 차치하고라도 약 7천만원이 드는 셈인데, 이는 부모들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헤이데이>에서 독자 3백 명을 대상으로 부담 없는 결혼식 비용을 물으니 응답자의 35%가 1천만원에서 3천만원 사이라고 답했다. 2억4천만원. 누군가는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목돈이 어떤 명목으로 얼마나 쓰이는 걸까?


김신랑, 박신부의 ‘결혼 D-200’

D-200 /신혼집 1억6,835만원
현실은 냉혹했다. 훌쩍 뛴 전셋값에도 매물 자체가 없었던 것. 결국 직장 근처 강남에 전세를 얻겠다는 계획이 언감생심이었음을 깨닫고 경기도로 넘어가 예산보다 3천만원이나 오버된 약 1억7천만원에 겨우 전셋집을 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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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말 기준 서울 평균 전세 가격은 3억3,849만원
지난해 도시 근로자 가구 연소득(5,682만원)의 5.96배 즉, 6년치 소득과 맞먹는 수준.

 

 

D-160 /웨딩 패키지 297만원
박신부는 웨딩 카페를 돌아다니며 일명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비용을 타진하기 시작했다. A등급 패키지에 눈길이 갔지만 5백만원이 넘는 비용을 감당하기란 버거운 노릇. 그렇다고 1백만원대 ‘저렴이 패키지’는 내키지 않아 그냥 남도 하고 나도 하는 ‘평균 등급’ 정도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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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 패키지를 계약했지만 모든 결제가 끝났다고 생각하면 오산. 드레스 피팅 한 번에 3~5만원씩 추가금을 요구하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스튜디오에서는 원본 파일을 주겠다는 명목으로 20만원을 더 요구한다. 여기에 헬퍼(촬영 당일 드레스 착용을 도와주는 직원)비 10만원을 따로 지급해야 하니 웨딩 패키지의 평균값은 사실 그 이상.

 

 

D-150 /신혼여행 451만원
4박 5일 기준, 발리의 고급 풀빌라를 예약하면 이 정도.

 

 

D-100 /예단 1,639만원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시어머니의 ‘엄명’이 있긴 했으나“곧이곧대로 믿었다가 두고두고 책잡힌다”는 결혼 선배들의 조언에 따라 박신부는 결국 현금 1천만원과 4백만원 상당의 예단 삼총사(반상기, 은수저, 이불 세트), 여기에 어머니께 드릴 240여 만원의 명품 가방을 준비해 안겨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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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물 예단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압화 편지다. 말린 꽃으로 장식한 편지지에 시부모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적는 것인데, 바쁜 신부들을 위해 2만원대의 패키지까지 등장했다. 여기에 떡, 과일, 비단 봉투 등을 준비하면 최소 20만원 이상이 더 든다.

 

 

D-70 /예물 1,608만원
김신랑은 박신부에게 샤넬 백과 패물 등 총 1천여 만원의 예물을 선물했고, 박신부는 400만원짜리 명품 시계와 90만원짜리 결혼반지, 그리고 118만원 상당의 코트와 정장을 김신랑에게 선물했다. ‘지금 아니면 평생 못 받는다’는 주변 지인의 얘기에 눈 딱 감고 신나게 카드를 긁긴 했지만, 이 돈을 전세 대출금 갚는데 썼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D-60 /혼수용품 약 1,375만원

신혼집 장판, 도배를 끝마친 박신부는 본격적인 혼수 마련에 돌입했다. 김신랑이 자취하며 마련한 가전제품을 최대한 활용하려 했지만, 평수에 맞지 않아 다시 사야 하는 것들이 많았다. 가구 역시 가격이 저렴한 DIY 제품을 사려고 했으나 ‘좀 나은 것을 사라’는 친정엄마의 훈수에 결국 브랜드 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필요한 최소한의 가구와 가전제품을 구입하자는 결심과 달리 1천4백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썼다.

 

 


D-day /예식장 1,593만원
식장 대여료, 예식 부대 비용, 폐백 비용, 식대를 포함해 계산서에는 1천6백만원가량의 금액이 찍혔다. 김신랑과 박신부의 부모님들은 그동안 수없이 뿌린 축의금이 이렇게 되돌아와 제 몫을 하는구나 싶은 생각에 뿌듯한 마음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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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보는 평균 예식
청첩장 324매(28.1만원) / 하객 수 264.2명
축의금 1,766만원 / 뷔페 단가 3만3천원
출처<작지만 아름다운 혼례문화 확산을 위한 기초연구>


예식의 뜨거운 감자는 바로 폐백이다. 요즘은 생략하는 경우도 있지만, 하게 될 경우 신부 측에서는 25만원에서부터 100만원이 웃도는 폐백 상차림에 어느 정도 급의 음식을 세팅해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구색 맞추기로 간단히 해도 된다는 의견과 시부모가 챙겨 가 친인척과 나누어 먹기 때문에 잘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 본 내용은 듀오웨드의 <결혼비용 실태보고서>를 바탕으로 평균값을 기준으로 재구성했으며, 기타 자료는 따로 출처를 밝혀두었습니다.

 

Total총 2억3,798만원
김신랑 1억5,231만원 / 박신부 8,567만원

응답자 평균 결혼 비용 분담 비율은 신랑 64%, 신부 36%였다. 통계청이 밝힌 평균 결혼 적령기(2013년 기준)는 남성 32.2세, 여성 29.6세로 평균 30.9세다. 대학 졸업 후 28세에 대기업에 취업한다 해도 학자금 대출에 생활비를 쓰고 나면 1년에 2천만원 모으기도 버거운 게 현실. 결국 결혼은 ‘부모 능력의 경연장’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식 결혼시킨 엄마들의 조언 : 아들 가진 엄마 SAY


한때 별명이 미실이었다는 강금분 씨(가명)

며느리 될 애한테“아무것도 해 오지 말라”는 말을 했는데 정말 진심이었어요. 우리 딸 시집보낼 때 하도 신경이 쓰여서 절대 며느리에게 부담을 주지 말자고 다짐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주위 사람들이 ‘며느리가 눈치가 없다, 나중에 괜히 섭섭한 감정이 쌓일 수 있다’는 등의 말을 하니 흔들리더라고요.


내가 그만한 대접도 못 받는 시어머니라는 식으로 들리니까 묘하게 심통이 나던걸요. 그래서 결국 창피하게도 아들 통해서 살짝 예단 받고 싶어 한다는 눈치를 줬어요. 사돈 쪽에서 값비싼 가방을 보내왔는데 그걸 들고 동창회에 나가 자랑을 하게 되더라고요. 저도 제가 이럴 줄 몰랐어요. 끝까지 쿨할 수 없다면 괜히 왔다 갔다 하지 말고 확실한 노선을 정하세요.


아직도 <개콘> 보고 웃는다는 ‘젊은 엄마’ 장경자 씨(가명)
‘아무리 좋은 시어머니라도 없는 시어머니보다 못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렇게 어렵고 불편한 자리가 시어머니인데 하물며 예비 며느리 입장에서는 오죽하겠어요.


저는 결혼 준비할 때 아무 생각 없이 툭툭 말을 내뱉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며늘애가 상처를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저도 며느리 시절에 시어머니 말투 때문에 알게 모르게 속 많이 상했는데 그걸 까먹고 살았어요. 아직 서로를 잘 모르고, 정이 든 사이도 아닌 만큼 예비 고부 사이에 오해의 소지가 충분히 있어요. 조심성을 가져서 나쁠 건 없겠죠.

 

 

10년째 부녀회장을 맡고 있는 천생 여장부, 곽영자 씨(가명)

저는 좀 직선적인 성격이라 상견례 자리에서“사실 우리 형편이 넉넉지 않아서 1억5천만원 이상은 무리”라고 솔직히 말씀드렸어요. 다행히 사돈도 오해 없이 잘 받아주시더라고요. 예단은 절대 해 오지 말고, 그냥 여건이 되는 대로 애들 살림에 보태주자는 쪽으로 양가 결론을 냈죠. 뭐든 솔직함이 최고예요. 괜히 집안 체면 차리느라 사돈에게 불필요한 기대감을 심어줄 필요도 없거니와 부담스러운 요구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한쪽이 체면치레를 시작하면 다른 한쪽도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 갈 수밖에 없거든요. 반대로 제 친구 중 하나는 ‘자식이라곤 아들 하나뿐이라 약소하게라도 예단, 예물을 다 했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의견을 전해서 합리적인 비용으로 불편함 없이 혼사를 잘 치렀다고 하더라고요.

 


결혼식장은 시부모나 장인, 장모가 경쟁하는 사회적 지위의 경연장이다. 화려한 결혼식은 의외로 부모님들의 체면이 반영된 경우가 많다. (중략)“우리가 어떤 집안인데”에서 시작해서“업계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라고”까지 이유는 다양하다.
하객들을 일일이 붙잡고“실은 좋은 데서 하려고 했는데 우리 애들이 소박하게 하자고 해서” 같은 말을 늘어놓기는 쉽지 않다. (중략)
책<결혼> 中

 

 

 

자식 결혼시킨 엄마들의 조언 : 딸 가진 엄마 SAY


2년 차 ‘친정엄마’ 김영진 씨(가명)

딸 보내면서 울컥하는 순간 많았죠. 번듯한 대학에 남들 다 부러워하는 직장까지 가진 내 딸이 뭐가 아쉬워 변변한 집 한 채 못해주는 데로 시집을 가나 내심 섭섭했습니다. 지금에야 말하지만 사위는 제 딸에 비해 학벌도 달렸거든요. 그런데 사위나 사돈에 대한 못마땅함을 드러낼 때마다 딸이 더 심란해하더군요.

제일 믿고 의지하는 엄마의 말이니 저도 신경이 쓰였겠죠. 문득 아차 싶었습니다. 결혼을 반대할 생각이 아니라면 아이가 흔들리지 않게 중심을 잡아주는 게 친정엄마의 역할이 아닐까 싶었어요. 요즘은 친정엄마가 나서서 이혼까지 시키는 세상이라는데 그게 과연 딸의 행복을 위하는 마음인지 의문이 드네요.

 

 

외손주까지 떠맡은 ‘희생 엄마’ 최정숙씨(가명)

‘딸 가진 죄인’이란 말을 내내 실감했네요. 사돈집 형편이 어려워 애 아빠랑 상의 끝에 아파트 전세금을 전부 대주기로 했는데, 예비 사위의 자존심을 다치게 한 건 아닌가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기분 탓인가 괜히 처져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결국 ‘장인, 장모가 사위를 이렇게 극진히 생각한다’는 걸 보여주려고 예물이며 예단도 더 신경 썼어요. 사위가 대기업에 다니는데 잘난 아들을 뒀다는 자신감 때문인지 사돈 쪽에서도 크게 고맙다는 내색이 없더라고요. 괜히 저처럼 자진해서 ‘딸 가진 죄인’ 하지 마시고 그냥 뭐든 편하게 대하는 게 상책일 듯싶어요.

 

 

요즘 에어로빅에 푹 빠진 ‘자유부인’ 박정현 씨(가명)

나이는 서른이 넘었어도, 언제나 딸은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았어요. 그런데 결혼을 한다니 제가 더 마음이 급해지더라고요.

날마다 가구는 어디가 좋다더라, 냉장고는 몇 리터는 되야 하지 않겠냐, 신혼집 도배는 무슨 색으로 해라 일일이 쫓아다니면서 잔소리했더니 딸이 신경질을 확 내더라고요. 인터넷 카페 가면 다 나온다나. 그때 참 괘씸했어요. 들어보니까 제 예비 시어머니에게는 그렇게 싹싹할 수가 없더라고요. ‘어디 두고 보자’ 하는 마음으로 잠자코 있었는데 의외로 척척 알아서 준비하더라고요. 요즘 애들 정보력은 정말 끝내줍디다. 돌이켜보면 자식이 심리적으로 자립할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도 혼주로서의 자세더라고요.

 


신부의 십자가가 예단이라면 신랑의 십자가는 예물이다. 신부 쪽 어머니는 예물로 신랑을 달아본다. 예물에도 시세가 있다. 전체 결혼 비용의 10~15% 정도다. (중략) 대체 남자가 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전통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없다. 전혀 없다. 그런데도 신부 집안에서는 이 사실을 당연한 것으로 치부한다. 성에 차지 않는 집밖에 마련할 수 없다는 말에 파혼을 하는 경우도 많다. 책<결혼> 中


아내가 저축한 게 좀 있었어요. 그걸로 차라리 대출을 좀 빨리 갚거나, 비상금으로 쓰거나 하면 형편이 좀 나을 것 같아서. 그런데 꼭 굳이 (예단을) 받으셔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책<천만 원으로 결혼할 수 있을까> 中

 

 

 

소신껏 ‘의미 있는’결혼식을 치른 사람들
 

무결추를 아십니까?
결혼식 비용이 과하다고 생각하는 알뜰 예비 부부들은 요즘 과소비추방범국민운동본부 부설인 무료결혼식추진운동본부(mooryowedd.or.kr, 이하 ‘무결추’)를 찾고 있다. 무결추는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저소득층 무료 결혼식을 대행하고, 일반인도 큰 부담 없이 식을 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회적기업이다. 결혼식장 200여 곳을 확보해 원하는 곳에서 예식을 올리도록 지원하고, 결혼식 당일 사진 촬영, 드레스 대여, 메이크업 서비스도 일반 예식장보다 50% 이상 저렴하게 제공한다.


청소년수련관에서 운동 강사로 활동하다 만나 8년 연애 끝에 무결추를 통해 결혼한 김호일(1979년생) 육정희(1982년생) 부부. 이들 부부는 무결추를 통해 결혼의 필수 요소라는 ‘스드메’를 단돈 69만원에 해결했다. 그마저도 50만원은 육정희 씨가 무결추에서 매월 예비 부부들을 위해 진행하는 행사 장기자랑에서 1등을 한 덕에 상품권으로 해결했다고. ‘싼 게 비지떡’이라는 생각은 금물. 대다수의 협력 업체들이 강남에서 실제 영업을 하는 만큼 고퀄리티를 자랑한다. 이들 부부는 식장의 최소 하객을 200명으로 잡고 강북의 한 결혼식장을 30만원 주고 빌렸다. 예물이나 예단, 폐백을 하지 않는 대신 신혼여행을 하와이로 다녀왔다. 결국 결혼식에 든 비용은 총 100만원이 안 됐다. 육정희 씨는“원래 부모님 도움 없이 둘이서 준비할 생각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무결추를 알았다. 많은 사람들이 ‘저렴한 건 이유가 있겠지’ 하고 우려했지만 이용해본 결과 똑같았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한 다른 부부는 드레스비만 200~300만원 가까이 나왔다”고 말했다.


무결추에는 웨딩 플래너가 따로 없다. 부부가 하나하나 선택해야 하는 만큼 손이 많이 가지만 그 모든 과정 자체가 추억으로 남는다. 틀에 박히지 않은 결혼식을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호텔에서 열린 ‘작은 결혼식’

김일수 고려대 명예교수는 2011년 9월 아들을 결혼시키며 서울 시내의 1급 호텔 연회장 대신 작은 회의실을 식장으로 택했다. 하객은 양가 혼주를 포함해 딱 50명. 사회자도 없었고, 예물과 예단, 폐백도 양가가 합의해 생략했다. 1인당 10만원짜리 양식 코스를 먹었고 결혼식 비용은 꽃 장식을 포함해 총 600여 만원이 들었다.


허남식 전 부산시장도 시장 재직 당시였던 2013년 5월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 소회의실에서 아들의 결혼식을 올렸다. 식장에는 양가 혼주와 친인척 등 100여 명만 입장했고 화환이나 축의금 등은 받지 않았다. 당초 허 전 시장은 공공시설에서 결혼식을 올릴 생각이었으나 사돈과의 관계를 고려해 호텔의 작은 회의실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결단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양가 부모다. 양가 부모가 욕심을 조금 덜어 내면 똑같은 신랑 신부를 양산하는 듯한 호텔 결혼식도 얼마든지 내실 있는 알찬 결혼식으로 만들 수 있다. 서울 시내 주요 호텔에서는 소규모 결혼을 올리고 싶어 하는 부부를 위해 호텔 내 소규모 연회장이나 야외 정원을 빌려준다. 하객 규모는 적게는 30명부터 최대 200명까지 가능하고, 메뉴는 호텔마다 다르지만 양식, 중식, 한식 코스 요리가 10만원대부터 시작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에코 웨딩

최근 친환경에 포커스를 맞춘 에코 웨딩이 인기를 끌면서 답례 화분 역시 덩달아 잘 나간다. 요즘 양재동 꽃시장에서 꽃을 대량으로 사 가는 사람들이 모두 업자만은 아니라는 사실. 에코 웨딩을 선호하는 젊은이들이 결혼식에 쓸 부케와 화관, 부토니에르, 답례 화분을 직접 만들기 때문이다.


2014년 9월 성북구청에서 결혼식을 올린 한대용(1986년생), 김빛나(1987년생) 부부의 결혼식장에는 해바라기가 활짝 피었다. 부부는 웨딩 플래너 없이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챙기고 신경 써 개성 넘치는 결혼식을 완성했다. 셀프 웨딩 촬영과 드레스 대여를 통해 스드메는 50만원에 해결했고, 성북구청에서 무료로 장소를 빌려준 덕에 식비만 부담했다.


김빛나 씨는 만개한 해바라기 부케를 들고 입장했는데, 부케는 남편인 한대용 씨가 직접 만들었다. 시아버지는 멋들어진 축가로 부부의 앞날을 축복했고, 두 사람도 악기를 연주하며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뤘다. 부부의 결혼식이 더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었던 건 답례품으로 마련한 화분 덕분. 지금도 이 화분은 부부를 비롯해 하객들의 집과 사무실에서 무럭무럭 자라며 당시의 추억을 되돌아보게 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그녀는“일생에 단 한 번뿐인 날인데 남들처럼 지루한 결혼식이 아닌 부부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양가 부모님께서도 좋은 의도라며 지지해주셨고, 식을 마치고도 주위에서 칭찬을 많이 받았다. 결혼식 준비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었던 것도 장점이다. 두 사람의 만족도가 높은 결혼식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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