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사용법부터 알려주는 학교

기사 요약글

‘맥아더스쿨’이란 곳이 있다.

기사 내용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퍼스널 브랜드 코칭 학교다. ‘퍼스널 브랜드 코칭’이라니 도대체 뭘 배우는 곳인지 직접 찾아갔다.

 

 

인생 이모작 사관학교

맥아더스쿨의 하나뿐인 코치 정은상 씨는 50+들에게 스마트 기기에 대한 지식을 전파하는 SNS 전도사이다. 또한 은퇴자들이 성공적인 인생 후반기를 준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인생 이모작’ 코치이기도 하다. 외국계 은행과 국내 기업에서 20여 년을 근무하다 퇴직 후에는 전문 경영, 부동산 자산 관리, 교육 사업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2013년 6월부터 ‘맥아더스쿨’이라는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이 학교는 퍼스널 브랜드 코치를 양성하는 곳. 그가 말하는 ‘퍼스널 브랜드 코치’는 쉽게 말해 자신의 가치를 찾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우리나라는 기업 중심 사회여서 개인은 기업을 위한 부속품이 되기 쉽다. 직장 생활을 열심히 할수록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오히려 잘 모르고, 은퇴한 사람들은 자신의 명함이 없다는 사실에 힘들어한다. 그래서 더더욱 개인 브랜드가 중요하다. 은퇴 후 남은 30년 동안에도 여전히 우리는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이다’라는 소속감과 정체성이 필요하니까.

 

왜 이런 일을 하게 되었나?
“퇴직한 사람들을 만나면 항상 처음 묻는 말이 ‘이런 일로 돈이 벌려요?’라는 질문이에요. 하지만 맥아더스쿨을 시작한 것은 돈이 목적이 아니에요. 사람들이 스마트폰이라는 기기를 더 알았으면 좋겠고, 저 같은 사람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에서죠. 나 혼자서 모든 사람을 만날 수는 없으니까, 내가 코치들을 양성하면 그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퇴직한 회사원, 아이폰을 만나다

이 모든 일이 스마트폰에서 시작됐다. 정은상씨는 이 새로운 휴대전화가 도대체 어떤 물건인지 궁금했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보자는 심정으로 스마트폰을 구입했는데 정작 돌아온 건 28세 아들의 무시뿐이었다. ‘아버지가 이런 걸 사서 뭐 하시려고요?’란 아들의 물음에 오기가 생겨 무작정 스마트폰 사용법과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스마트폰을 알게 되고, 사용하면 할수록 신세계였다. 이 무궁무진한 신세계를 혼자 즐기기에는 너무 아까워 그는 점차 주변 사람들에게 스마트폰과 SNS를 전파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주위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을 알리다 보니 사람들의 반응이 무척 좋았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사람들이 스마트폰과 SNS를 배우려고 몰려들었다. 그렇게 여러 사람을 만나는 일이 2~3년 정도 지속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맥아더스쿨이란 1인 기업으로 발전했다. 맥아더스쿨에는 강의실이 없다. 커리큘럼도 없다. 그가 수업을 신청한 수강생과 1 대 1로 만나 그 사람에게 필요한 맞춤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수강료는 3개월 과정(주 1회) 50만원. 수강료를 받지 않았을 때는 사람들이 무책임하게 약속을 깨거나 수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수업료를 받는다. 누군가를 도와주려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 자연스럽게 새로운 직업이 되고, 수입이 생기기 시작했다.

 

맥아더스쿨, 그곳에선 무슨 일이?

홈페이지(stevejung.co.kr)에서 맥아더스쿨을 신청하고, 정은상 씨와 첫 번째 약속을 정하면 수업이 시작된다. 수업은 간단하게는 카카오톡 메시지 보내는 방법부터 밴드나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SNS 이용법, 유튜브 채널 만드는 법까지 신청자의 수준과 요구에 따라 그때그때 필요한 내용으로 다양하게 진행된다. 한 예로 78세 어르신은 휴대폰으로 사진을 전송한다는 ‘개념’조차 모르시는 분이었는데 카톡을 배운 뒤 자식에게 ‘보이스톡’과 직접 찍은 사진을 전송하고 나서 무척 만족했다. 그에 반해 구글 드라이브는 물론, 다음 클라우드까지 배우는 사람도 있다. 중요한 점은 누가 무엇을 배우든 본인이 직접 열심히 해봐야 한다는 것. 그 날 배운 내용은 집에 가서 혼자 연습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가르쳐보기를 권한다. 이렇게 수업은 스마트폰과 SNS에 대해서만 배우는 것 같지만, 실제로 맥아더스쿨 수업 중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자신의 가치를 찾는 일이다. 정은상 씨는 수강생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알 수 있도록 ‘당신이 좋아하는 건 뭔가?’ ‘어린 시절 당신의 꿈은?’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은?’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그는 이 과정을 ‘화로에서 고구마가 익었나 찔러보듯’ 그 사람이 자신의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옆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라 표현한다. 그래서 그의 수업은 가르치는 것(티칭)이 아니라 도와주는 것(코칭)이다.

SNS ‘초짜’에서 ‘타짜’로

1 친목이 필요하다면 시작은 가볍게 ‘카카오 스토리’
서로 번호를 아는 ‘원래’ 친구들이니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다. 가볍게 사진을 찍어 업데이트하는 방법부터 SNS의 기초를 차근차근 배울 수 있다.

2 온라인의 맛을 좀 더 보고 싶다면 ‘페이스북 페이지’
그냥 단순하게 페이스북에서 친구 맺기를 하고, 사진과 글을 업데이트하는 건 누구나 한다. 그러나 페이스북에는 ‘페이지’를 만들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이 페이지라는 걸 만들어 글과 사진을 올리면 불특정 다수에게 나를 알릴 수 있다. 그렇게 페이스북 친구를 늘려가는 건 어떨까?

3 나를 제대로 알리고 싶다면 유튜브
유튜브는 그저 동영상을 보기만 하는 사이트가 아니다. 오히려 스마트폰을 이용해 간단하게 제작한 동영상을 업로드하면 웬만한 SNS보다 훨씬 큰 파급력을 가진다. 원래 글보다는 동영상이 좀 더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 끄는 법이니까.

 

 

 

SNS 배워서 ‘일을 찾은’ 사람들

아이패드 화가

그가 SNS 전파를 넘어 결정적으로 퍼스널 브랜드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것은 2013년 3월경이다. 그는 농협 30년 근무자이자 취미로 틈틈이 그림을 그리던 수강생을 코칭하고 있었다. 그 수강생이 바로 <이젠 아빠를 부탁해>의 저자이자 국내 최초 ‘아이패드 화가’인 정병길 화백이다. 처음 정병길 씨가 정은상 씨를 찾아온 것은 책을 홍보할 수단으로 아이패드를 활용할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이후 정은상 씨가 정 화백에게 아이패드의 앱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것을 추천했다. 처음에는 시큰둥했던 정 화백은 집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심심풀이 삼아 앱으로 그림을 그리기시작했고, 점차 아이패드 그림에 빠져들었다. 2014년 6월에는 자신이 그린 아이패드 그림으로 개인전도 열었는데, 무려 16점의 작품이 판매가 된 것. 또한 정 화백은 아이패드 화가인 동시에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는 법을 알려주는 ‘코치’이기도 하다. 그에게 그림을 배운 사람들과 함께 2014년 10월 개인전을 열었던 장소에서 그룹전을 열기도 했다.

 

모바일 요리사

박순길 씨는 그녀의 요리법을 음식 종류별, 단계별로 동영상으로 편집해 ‘M쿠킹’이라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업로드한다. 현재 약 800개의 요리를 업로드했다. 평생 요리를 모르고 살아오던 중년의 남성들이 주 타깃이다. 예를 들어 제육볶음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1,000원을 결제해 24시간 동안 제육볶음을 요리하는 방법이 담긴 동영상을 마음껏 볼 수 있다. 원래 M쿠킹 사이트는 지난 4년간 죽어 있던 사이트였다. 박순길 씨가 맥아더스쿨에서 수업을 듣던 중 이 사이트를 남자들을 위한 ‘모바일 쿠킹 스쿨’로 바꿔야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그 결과, 모바일을 통해 교육을 받은 학생들과 가끔 단체로 모여 ‘와인 파티’를 열 정도로 많은 남성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그 외에도 그의 수강생들이 현재 페이스북 같은 SNS를 활용해 여행 가이드를 해주는 모바일 여행 코치, 맥킨토시 사용법을 알려주는 맥 코치 등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직업의 가능성을 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충돌로 인해 사라지는 직업도 많겠지만, 새롭게 생기는 직업도 무수히 많다. 단순히 은퇴 이후 인생을 ‘어디에 취직을 해서’, 혹은 ‘치킨집 같은 걸 창업해서’라고 국한해서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길이 없으면 내가 길을 만들 수도 있는 거다. 그게 바로 ‘창직’이다.

수업을 들으면 다 창직을 하는 건가?
“무작정 창직을 위한 수업을 하는 건 아니죠.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고, 이를 SNS나 모바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다 보면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직업으로서의 가능성이 생길 수 있어요. 이모작을 할 나이가 되면 누구나 재미있는 취미 하나쯤은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림이든, 서예든, 동화책 읽기든 무엇이든 시작하세요. 취미로 시작한 것이 전문가 수준에 이르는 예는 얼마든지 있고, SNS를 활용해 내 취미 분야의 전문가와 새로운 소비자를 연결하는 일도 얼마든지 새 직업이 될 수 있어요.”

 

 

 

 

맥아더스쿨의 교훈

1 배우자부터 설득하라

퇴직자에게 가장 무서운 것이 바로 부인. 재취업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무작정 집에 있다고 다그치는 부인이 인생 이모작의 첫 번째 숙제다.

2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없다고? 일단 뛰어내려봐야 당신에게 날개가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 있다.

3‘들이대’ 저질러 ‘과’ 뒷수습 ‘전공’ 학생이 되자

막상 일이라는 건 일단 시작하면 어떻게든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생각이 많아져서 시작을 못 하는 게 문제다. 움직여라!

4 아름다운 스마트 바다에 풍덩 빠져보자

스마트폰이 어려울지, 나에게 필요한지 아닌지는 우선 써보고 얘기하자. 써보지도 않고 쉽게 판단하지 마라.

5 인생 1막은 뽑힘이고, 2막은 선택이다

인생 1막은 회사에 ‘뽑혀’ 내 능력을 쓰게 되지만, 사회 경험이 축적된 2막은 내가 ‘선택’할 기회가 있다.

6 동업은 개나 줘라

뭘 하든 동업은 잘되도 깨지고, 안 되도 깨지는 법이다.

7 초원을 달리는 말은 마구간을 뒤돌아보지 않는다

왕년에 내가 얼마나 잘나갔는지보다, 지금 내가 뭘 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뒤돌아보다간 앞을 못 보고 코가 깨지는 법이다.

8 가장 귀한 것은 보람이다

나이가 들면 조급해져서 돈에 연연하고, 늘 ‘돈이 되는 일이냐’는 질문을 하게 된다. 그러나 본인이 즐겁고 보람이 있으면,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9 세상은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

그러니까 체면 생각하고, 남 눈치 볼 시간에 친구 페이스북에 가서 ‘좋아요’나 한 번 더 누르자.

10 다른 사람을 섬기지 마라

지금까지 회사를 위해, 가족을 위해 오래도록 일했으니, 이제는 자신을 위해서 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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