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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를 병원 침대 위에서 보내지 않고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살려면 지금부터 어떻게 관리해야할까. 모든 중년의 꿈이라는 ‘99882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틀 앓고 3일 째 죽는 게 행복한 인생이라는 뜻의 유행어)’를 현실로 만들어줄 힌트를 얻기 위해 뇌의학자이자 생리학자인 나흥식 교수를 만났다.
고려대학교 우수 강의상인 ‘석탑강의상’을 열여덟 차례나 수상했고, 2017년 중앙일보가 선정한 전국 대학 ‘강의왕’ 중 한 명인 그는 노화와 생명의 이치를 쉽고 흥미롭게 들려주었다.
노화는 병이 아닌데도 병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간은 왜 늙는 걸까요?
노화는 인류의 시작과 함께 생긴 걱정거리입니다. 46억 년 전, 지구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는 대기 중에 산소가 없었어요. 그러다가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시아노 박테리아라는 생명체가 탄생했고, 이를 통해 원시 지구에 산소가 생겨났습니다. 20억년 전부터는 산소가 현재 수준이 되어 산소를 이용할 줄 아는 생명체가 등장했고, 그 생명체 중 마지막 산물이 바로 우리 인류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노화와 산소가 연관성이 있나요?
생명체가 산소를 쓰다 보면 산소 찌꺼기가 나옵니다. 이게 바로 이미 알고 계신 활성산소 혹은 유해산소지요. 산소가 없으면 우리는 죽지만, 참 아이러니하게도 유해산소 찌꺼기 때문에 우리는 늙고 죽어가게 됩니다. 결국 산소가 생명체의 대사와 노화의 키워드인 것이죠. 우리는 산소를 써야하는 생명체라 유해산소를 완전히 차단할 수 없습니다만, 유해산소를 되도록 천천히 만들고 효율적으로 퇴치해서 노화를 늦출 수는 있습니다.
교수님 책 를 보면 ‘1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정확히 어떤 뜻인가요?
우리 몸은 현재에도 끊임없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늙는 것, 젊어지는 것이 모두 포함되지요. 여러 물질로부터 탄생되어 모유와 이유식을 먹고 성장하면서 세포는 끊임없이 대사를 반복하는데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변해버려요. 결국 1년 전 우리 몸에 있던 원소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게 되는 겁니다. 전혀 다른 물질, 새로운 것으로 우리 몸이 바뀐 거예요.
누군가 “너 왜 이렇게 변했어?”라고 말해도 너무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세요.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결코 같지 않습니다. 우리는 끝도 없이 변화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어제의 젊은 나로 되돌리는 일, 즉 노화를 거스르는 일은 불가능한가요?
거스르는 건 불가능합니다. 생명체로 태어났으면 노화는 피할 수 없고 결국 누구나 죽습니다. 하지만 속도는 조절할 수 있죠. 빠르게 늙어갈 것인가, 아니면 노화를 얼마나 천천히 지연시키느냐 하는 싸움인 겁니다. 노화 속도를 최대한 늦추고, 살아 있는 동안 건강하게 사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겠죠.
노화를 늦추고 싶다는 건, 결국 병들지 않는 삶에 대한 바람이기도 한데요. 노화는 오더라도 병까지 가지 않을 방법이 있을까요?
저도 그 방법을 알았으면 좋겠네요(웃음). 제가 연구한 생리학이라는 학문이 ‘생명체가 살아가는 이치’라는 뜻이거든요. 병도 그러한 이치 중 하나지요. 노화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듯 병도 거부할 수 없고, 병이 생기면 그에 맞춰 치료하는 형태로 서로 ‘협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병과 어떻게 협상해야 할지 그 힌트를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그 힌트가 100세 시대가 열렸다는 뉴스에 반갑기보다 한숨부터 나오는 중년들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교수님은 100세 시대를 축복이라고 보시나요, 재앙이라고 보시나요?
다소 원론적인 설명부터 해봅시다. 지구상에 있는 식물, 동물, 곤충 등 모든 생명체의 양을 1만이라고 할 때 인간이 차지하는 비율은 1입니다. 인간은 고작 1만분의 1에 불과한 생명체인 셈인데, 생물의 집인 지구의 모든 자원을 독식하고 있어요.
쥐의 수명은 2년입니다. 사자는 15년, 얼룩말은 25년, 코끼리는 60년 정도로 몸집이 커질수록 수명도 길어집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몸이 커질수록 자신의 몸무게 1kg 당 유해산소가 만들어지는 양이 적기 때문이에요. 몸무게로 따져보면 인간의 수명은 사자와 얼룩말 사이인 20세 정도가 적당합니다. 실제로 1900년 대한민국 국민의 평균수명은 24세였습니다. 의학이나 좋은 음식 등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아 현재는 70~80세의 평균수명을 누리고 있죠.
실제로 인간이 100세까지 산다면, 지구 상의 다른 동물들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 아닐까요? 우 리 인간은 한 집에 살고 있는 다른 동물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 살고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전 100세 시대를 거부합니다. 다만 사는 동안 건강하게 사는 것, 이 주제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야기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건강한 노년을 꿈꾸지만 현실은 두 갈래입니다. 어떤 이는 병원 침대 위에서 보내고, 어떤 이는 몸을 잘 다스리면서 충만하게 보내죠.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노년을 보내려면 50대 이후부터 어떤 점을 명심해야 할까요?
동물에게 배우십시오. 지구상의 어떤 동물도 스스로에게 해로운 행위는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술, 담배, 마약 등 바보 같은 행동을 일삼죠. 생명에 해가 되는 것들을 개인의 권리이고 자유라고 주장할 정도로 한심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약, 술, 담배는 지금 즐거움을 주는 것들이지만, 결국 자신의 내일을 갉아먹게 됩니다. 생명에 해로운 것들을 피하는 것이 첫째입니다.
둘째는 활성산소를 최대한 줄이거나 천천히 만들어지게 하는 겁니다. 활성산소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과격한 운동을 할 때도 생기고, 잠을 잘 못 자거나, 튀기고 태운 음식 등을 많이 먹어도 생기지요. 그러니까 몸에 안 좋다고 알려진 건 활성산소가 더 많이 생긴다고 보면 됩니다. 숨을 쉬고 사는 한 활성산소가 생길 수밖에 없지만, 되도록 몸에 안 좋은 것은 멀리하면서 천천히 속도를 늦춰 폭탄처럼 한꺼번에 나오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폭탄처럼 나왔다는 의미는, 다시 말하면 ‘병’이거든요.
특히 무엇을 멀리하고 무엇을 새로 시작해야 할까요?
생명체는 각기 살아가는 이치가 있습니다. 식물을 예로 들어 볼게요. 집 앞에 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나무를 파서 옆으로 옮겨 심었습니다. 일주일 사이에 마음이 바뀌어서 또 자리를 바꾸어 옮겨 심었어요. 파서 옮겨 심기를 서너 번 반복한다면 그 나무는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나무는 한 곳에 정착해 살아가게 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반대로 멀쩡한 인간을 환자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침대 위에 눕히고 용변 볼 때 빼고는 절대 내려오지 못하게 하는 겁니다. 침대 위에서 책을 읽고,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다 할 수 있지만 내려오거나 운동하는 것을 못하게 하면 아마 한 달 안에 환자가 되고 말 겁니다. 자꾸 옮겨 싶었던 나무가 죽는 것처럼 말이죠.
결국 직립 보행하는 인간은 움직여야 한다는 겁니다. 움직여야 살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얼마나 움직여야 건강할까요?
2020년 <자마 뉴롤로지(JAMA Neurology 미국의학협회가 발행하는 신경학 분야의 의학 잡지)>에 실린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10년 동안 사람들을 추적 관찰한 빅데이터인데, 하루 8천보를 걸으면 10년 후 사망률을 50% 줄일 수 있었고, 하루 1만2천보를 걸으면 10년 후 사망률을 65% 줄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많이 걸으십시오. 동물이 먹이를 구하거나 포식자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듯이, 우리는 직립을 하면서 먹이 활동을 하도록 살게 되어있습니다. 소파나 침대에 누워 가만히 있으면 몸은 편하지만, 심하게 말하면 내일의 생명을 갉아먹는 행동입니다.
많이 움직일수록 건강에 좋다는 게 과학적인 사실이군요?
최근에 근육이 수축할 때 나오는 마이오카인(myokines)이라는 물질이 굉장히 주목받고 있습니다. 사람이나 동물이 움직일 때마다 250여 가지 물질이 나오는데, 이것이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어요. 그러니까 끊임없이 움직이고 꼭 운동하셔야 합니다.
또 하나 과학적인 사실은, 잠을 잘 자야 합니다. 7~8시간의수면 시간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수면의 질이 중요하죠.
하지만 푹 잠드는 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질 좋은 수면을 원한다면, 지금 침실의 빛을 체크해 보세요. 어디선가 불빛이 새어 들어오거나 전자 기기의 불빛때문에 약간 밝은 상태는 아닌가요?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네온사인이나 가로등 불빛을 완전히 차단해야 합니다. 만약 아침에 잘 일어나기 위해 불을 켜놓고 주무시는 여성이 있다면, 나중에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습니다.
왜 수면이 암과 관련이 있는 걸까요?
멜라토닌 아시죠? 멜라토닌은 깜깜한 상태에서만 분비됩니다. 약간의 빛만 들어와도 분비가 차단돼요. 깜깜한 상태에서 잘수록 멜라토닌이 훨씬 많이 나오는데, 이는 수면의 양과 질을 좋게 할 뿐 아니라 항암 작용까지 합니다. 멜라토닌은 우리 몸의 유해산소를 없애주고 노화와 병도 막아주는 정말 신기한 물질입니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생명체가 산소를 쓰면서 처음으로 만들었을 거라고 추정하는 호르몬이 바로 멜라토닌이에요. 산소를 쓰고 남은 찌꺼기인 유해산소를 없애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현대인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작은 도구 하나를 소개할게요. 바로 안대입니다. 안대만 써도 수면의 질이나 양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많이 움직이고, 푹 자는 것 외에 과학적으로 증명된 또 다른 건강법이 있을까요?
온몸이 털로 뒤덮인 동물들이 서로 스킨십을 하면 엔도르핀, 옥시토신이 팡팡 나옵니다. 원숭이 사진을 보면 서로의 털을 뒤적이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보셨을 거예요. 벌레를 잡고 있는 과정이다, 소금을 먹고 있다 등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결국 그 과정에서 모든 원숭이가 행복 호르몬을 얻습니다. 엔도르핀, 도파민, 세로토닌, 옥시토신 이 네 가지는 행복을 만들어주는 꿈의 호르몬입니다. 우리를 행복하게 느끼게 해서 건강한 몸을 만들어주지요.
하지만 인간은 이런저런 이유로 털을 다 뽑아버리고 스킨십을 할 기회도 적습니다. 보통 1m 정도는 간격을 두고 생활하고, 심지어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거리 두기까지 하고 있어 스킨십 기회가 많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터치에 의해 생기는 행복 호르몬을 얻을 기회가 적은 대신, 다른 방법이 있어요. 바로 ‘웃음’이에요. 옆 사람과 대화하고 즐겁게 웃고 가볍게 스킨십도 하면 행복 호르몬이 나올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집니다. 화내지 말고 되도록 웃으세요. 노화 속도나 발병하는 정도를 완화해줄 수 있습니다.
교수님은 기초의학 중에서도 뇌 과학을 연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의과대학 시절 ‘쥐 미로 실험’에 관한 논문을 읽고 ‘기억을 물질로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에 이끌려 기초의학으로 진로를 결정했습니다. 원래는 ‘기억’을 연구하고 싶었는데 막상 연구실에 들어갔더니 ‘만성통증’이라는 연구 주제가 떨어졌어요. 만성통증을 20년, 가려움증을 10년간 연구하고 났더니 이 두 가지의 상관관계를 정리해달라는 의뢰가 와서 최근 논문 리뷰를 쓰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모기에 물리면 피가 나올 때까지 긁곤 합니다. 피가 나올 정도로 아프면 신기하게도 가려움은 사라지죠. 아픔으로 가려움증을 없앤 것이죠. 또한 걷다가 새끼발가락을 탁 부딪쳤을 때 빨리 문지르면 통증이 사라집니다. 촉각이 통증을 없애는 겁니다. 이처럼 통증과 가려움증은 서로 경쟁 관계에 있고, 이 두 가지와 관련된 공통된 테마가 바로 ‘기억’입니다.
처음에는 아픔으로 시작하지만 만성통증이 되어 3~6개월 이상 계속되면, 아픈 원인이 사라져도 뇌가 기억을 합니다. 이렇게 되면 통증 부위를 치료하는 게 아니라 뇌를 치료해야 하는 겁니다.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기억하려고 노력합니다. 뇌가 있어서 공부를 하고, 만성통증이 생기고, 가려움도 느끼죠. 결국 기억을 통해 우리가 성장하고 사회화되는 겁니다. 결국 저는 기억을 연구하려고 기초의학을 시작했고, 정년 퇴임하는 마지막 논문을 다시 기억으로 마무리하게 되었죠. 천만다행으로.
기억을 통해 우리가 성장한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기억이 신체의 노화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나요?
우리가 흔히 나이 많은 사람들을 ‘꼰대’라고 하잖아요. 실제로도 맞는 말입니다. 나이 많은 사람들은 굉장히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지만 이 중 대부분은 별 의미가 없는 것들이에요. 기억 용량은 한정적인데, 메모리에 쓸데없는 것이 너무 많다 보니 기억력은 떨어지죠. 필요 없는 지식인데도 많이 아는 것처럼 착각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능력은 부족한 상태, 이게 전형적인 노화입니다.
면역력도 마찬가지로 기억과 연관 있어요. 코로나19 백신을 똑같이 맞더라도 나이가 많은 저는 젊은이에 비해 면역력이 약합니다. 살아오면서 굉장히 많은 균을 접해왔고, 병원성 균도 아닌 쓸데없는 것을 많이 기억한 거죠. 그러다보니 새롭게 기억할 여지가 별로 없어 면역력이 떨어집니다. 이게 바로 ‘면역 노화’지요. 머릿 속에 기억되어 있는 것이 쓸데없이 많은 ‘꼰대’나, 면역 시스템의 상당 부분이 의미 없이 채워져 새로운 면역이 생기기 어려운 ‘면역 노화’나 결국 똑같은 노화 과정입니다.
어쩌면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과정이군요.
노화 때문에 우울하거나 스스로 불쌍하다 느끼거나 억울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생명체로서 서서히 사라지는 과정을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하죠. 인간의 수명은 40~50년 만에 2배로 늘어났지만, 뇌는 100세를 살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인간의 진화는 그렇게 빠르지 않아서 네 발에서 두 발로 걷기까지 500만 년이 걸렸고, 고조선 시대 젊은이와 현대 젊은이의 지적 능력도 비슷합니다. 몇천 년 정도로는 변화의 흔적이 생기지 않아요.
한편 50대 이후의 건강 관심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치매인데요, 뇌의학자로서 추천하는 치매 예방법이 있나요?
누구나 치매를 걱정하는 시대가 왔어요. 평균수명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우리 몸은 안타깝게도 그만큼의 기간을 준비하고 있지 않습니다. 아마 우리의 뇌는 ‘살아도 너무 오래 산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어요. 사람마다 발병 시점은 다르겠지만 누구나 치매를 겪을 수밖에 없는 시대이고, 이 또한 최대한 늦추는 것이 최선입니다.
치매를 늦추려면 끊임없이 뇌를 자극해야 합니다. 뇌 자극에도 몸의 움직임, 운동이 중요해요. 우리 몸의 중심을 이루는 허리와 가슴, 복부의 근육을 코어 머슬이라고 하는데, 코어 머슬을 활용해서 균형을 잡는 자세 운동이 뇌에 자극을 줄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자세를 바꾸면서 관절에는 무리가 없는 국선도도 뇌에 좋은 운동이지요.
뇌에 직접적인 자극을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적극적인 사고를 하는 겁니다. 화가 모네는 점묘법으로 유명합니다. 형태를 분명하게 잡아 그리지 않고 점점이 흩어진 상태로 독특하게 그려서 인기가 높았죠. 하지만 모네가 젊었을 때 그린 그림은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것처럼 또렷하고 세밀했어요. 왜 갑자기 화풍이 바뀌었을까요? 안타깝게도 모네는 백내장에 걸렸었습니다. 이처럼 단편적인 지식 하나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그 속에 숨은 이유와 논리를 하나하나 따져보고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세요. 어렸을 적 할머니가 해주시는 이야기를 들을 때 우리가 어떻게 했습니까? “할머니, 그건 왜 그랬어요?”, “그건 이렇게 되어야 하는 거 아니예요?”라며 수시로 끼어들고 물어보고 했듯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사고방식으로 뇌를 자극하시기 바랍니다.
치매를 예방한다며 화투치는 어르신들이 많지요. 그런데 실제로 화투도 간단한 논리 사고를 하는 하나의 방법이에요. 어떻게 하면 점수를 낼 수 있을까, 저 사람은 어떻게 치려고 할까 계속 생각하게 되잖아요.
끝으로 건강한 노년을 꿈꾸는 중년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부분이 있나요?
말 안 듣는 자식 때문에 속상하고 화난 경험, 모두 있을 겁니다. 자식이 내 맘대로 안되면 화가 나죠. 불길이 치솟듯이 화가 나면 심장이 벌렁벌렁 뛰고 우리 몸의 교감신경이 흥분되면서 아드레날린을 비롯해 흉측한 것들이 나옵니다. 한데 아드레날린과 관련된 호르몬은 약 10초 뒤면 우리 몸 속에서 거의 사라져요. 그래서 있는대로 화를 낸 다음 문을 쾅 닫고 방에 들어가면, 이 내 ‘아, 내가 좀 심하게 했나?’하는 생각이 슬그머니 드는 겁니다. 이게 바로 아드레날린이 없어지는 과정이죠.
‘화날 때 참을 인자 세 개만 써라’ 하셨던 옛 어른들 말씀이 딱 맞아요. 참을 인자 세 개 쓰는 동안 노여움이 사라지니 그 다음에 화를 내도 늦지 않습니다. 화도 훨씬 세련되게 낼 수 있어요. 앞서 든 예처럼 불같이 화를 내고 화병이 날 정도로 교감신경을 자극하면 두뇌 활동에는 빵점입니다. 화날 때는 잠깐만 참으십시오. 참는 만큼 아드레날린이 줄어들고, 그 자리에 행복 호르몬이 자리잡으면 훨씬 부드럽게 건강한 노년으로 안착할 수 있을 겁니다.
인터뷰 전성기 활동가 유면곤 사진 박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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