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 손흥민이 뮤즈, 86세 할머니 화가 ‘로즈 와일리’

기사 요약글

전업주부에서 75세에 작가로 데뷔, 세계적인 화가가 된 영국 할머니가 있다. 지금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핫'한 작가로 여전히 활짝 피어나고 있는 로즈와일리가 그 주인공이다.

기사 내용

 

 

 

유쾌하고 순수한 소녀 감성의 작품으로 사람들에게 밝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며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로즈 와일리. 그녀는 꿈을 이루는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직접 보여주었다.

 

최근 그녀의 작품이 국내에서 전시 중이다. 3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로즈 와일리 전>이 열리는 것. 순수한 화풍과 유쾌한 색감은 그녀의 멋진 2라운드 인생과 함께 관람객들에게 희망의 메시지, 긍정의 힘을 전달해주고 있다.

 

 

Red Twink and Ivy 2002 Oil on Canvas 183 x 504cm 사진 권순학

 

 

전 세계가 코로나 여파로 이동이 자유롭지 못해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을 텐데, 요즘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코로나로 외출이 자유롭지 못해 집에만 머물고 있습니다. 작업실이 집에 있어 주로 미술 관련 일을 해요. 밤늦도록 작업을 하고 늦게 일어나죠. 신문을 읽고 영화를 보거나 인터넷을 뒤지면서 새로운 이미지를 발견하고 고르고, 그것들로 무언가를 만들죠. 쉴 때는 집 안에 있는 작은 정원을 가꾸고, 사랑하는 고양이를 돌보고, 홍차와 초콜릿을 먹으며 여유를 즐깁니다. 제가 좋아하는 진한 색 매니큐어를 바르기도 하고요. 또 인터넷에서 저의 답변을 기다리는 수많은 이메일을 확인하는 재미에 빠져 있습니다.

 

 

Queen of Pansies (Dots) 2016 Oil on Canvas 183 x 331cm 사진 권순학

 

 

작가님의 그림을 보면 천진난만한 소녀가 떠오를 만큼 순수하고, 위트 있는 작품이 많습니다. 작품의 영감은 어디에서 얻나요?

 

 

영감은 주로 평범한 일상 속에서 떠오릅니다. 웹 서핑을 하다 콜롬비아에서 발견된 선사시대의 암각화 같은 예상치 못한 것에서 찾을 때도 있고요. 기억 속에서 불쑥 튀어나오기도 하고요. 생활 속 어디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데, 특히 시각적으로 흥미롭게 보이는 것들에 매료되고 영감을 얻곤 합니다.

 

가령 지인들, 지나가다 언뜻 본 사람, 창밖 정원에 머무르는 다람쥐, 새, 예쁜 접시에 놓인 잘 만들어진 오믈렛, 별생각 없이 보고 있는 영화 등이죠. 작품은 무엇을 ‘다루거나’ 무엇에 ‘관한 것’보다 보이는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을 보이는 대로 느끼라는 말씀인데, 한국 관람객들이 관심 있게 봤으면 하는 포인트가 있다면요?

 

 

그림은 그저 원하는 대로 감상하면 충분합니다. 관람객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전시 사진을 보면 그들이 관심 있어 하는 작품과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이 서로 다른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추천해주는 관람법은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각자의 취향대로 보고 즐기길 바랍니다. 다만, 제 작품의 이미지가 한국 관람객에게 쉽게 와닿을 수 있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을 알려준다면요?

 

 

‘Sitting on a Bench with a Border’ ‘City Road’ 그리고 ‘Sitting on a Bench’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관람객들의 인스타그램에는 이 작품들이 잘 안 보이는 것 같네요. 각자의 취향과 시각적 차이가 있는 것이지요. 그 차이를 존중합니다. 소녀와 여성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은데, 특히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여성상은 이미 예술계에서 오랫동안 탐구해온 대상인데, 미술사를 공부하며 많은 깨달음을 얻고 있죠. 그리고 제 그림에 주름치마, 나팔치마, 다양한 길이의 치마가 자주 등장해요. 치마가 바지보다 훨씬 다양하고 흥미로운 연출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또 치마 밖으로 살짝 비어져 나온 다리를 좋아합니다.

 

 

 

Tottenham Colours, 4 Goals 2020 Oil and Collage on Paper

and Canvas 111.5 x 89 cm 사진 문현주

 

 

손흥민을 비롯해 호나우지뉴, 웨인 루니, 티에리 앙리 등 축구선수를 그렸습니다. 축구선수들의 어떤 점이 흥미로웠나요?

 

 

축구선수는 일종의 ‘신’ 같아요. 그리고 매우 대중적이죠. 누구나 그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정도로요. 그래서 축구선수를 소재로 한 그림은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고 흥미와 친근함을 느끼죠.

 


그림으로 전 세대와 소통하는데, 작가로서 공감 능력이 있는 어른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사실 젊은 사람들과 공감하는 것을 어렵게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항상 젊은 친구들을 좋아했어요. 개인적으로 세월의 흔적을 지우려고 하거나 내 삶에서 무료함에 빠져 있지 않고 열정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했어요.

 

 

Black Frock, the Modest Corset (Malevich) 2019 Oil on Canvas 183 x 312cm 사진 문현주

 


미술대학을 나왔지만 전업주부로 오랫동안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45세에 영국 왕실예술학교에서 공부하면서 예술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는데, 다시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3명의 자녀가 충분히 성장할 때까지 전업주부로 살아왔지만, 사실 그 기간에도 예술은 항상 제 삶에 자리 잡고 있었을 만큼 작가로서의 꿈을 마음에 품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양육을 위해 가졌던 작가로서의 휴식 기간을 자연스럽게 때가 되어 끝마쳤고, 이후 본격적으로 하고 싶었던 작가로서의 활동을 하게 된 것입니다.

 


국적은 다르지만, 중년 이후 내가 원했던 삶을 살고 있는 인생의 선배로서 한국의 중년들에게 도움이 될 조언을 한다면?

 

 

은퇴 이후 가장 큰 변화는 갑자기 시간이 전보다 훨씬 많아진다는 것입니다. 우선 육아에서 해방되는 순간,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많아지죠. 그러다 보니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보는 순간을 직면하게 됩니다. 잊고 있던 꿈, 하고 싶었던 일, 원했던 삶을 찾기 위해 노력하죠. 이건 국적과 상관없이 공통적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일과 가족만 챙기며 살던 중년들이 내가 꿈꿔왔던 일,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시간과 체력을 가진 셈이지요. 이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합니다.

 

 

 


지금이 인생의 전성기라고 생각하나요?

 

 

글쎄요. 예전에 저의 어머니는 ‘남자의 전성기는 40세’라고 말씀하시곤 했는데, 그럼 전 어떻게 되는 걸까요?(웃음)

 


앞으로 삶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덴마크의 루이지애나 미술관, 쾰른의 루드비히 미술관, 뉴욕의 현대미술관(MoMa), 서울의 국립현대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전시를 계속 하고 싶은 바람이 제일 큽니다.

 


그럼 작가님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거창한 타이틀보다 그저 단순히 그림을 그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기획 이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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