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빵집에서 인생 2막의 꿈을 굽다.

기사 요약글

오랫동안 같은 자리에서 영업을 해오던 동네 빵집들은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들어오자 맥없이 무너졌다.

기사 내용

손님들은 프랜차이즈 빵집의 맛과 외관, 그리고 서비스에 만족하며 동네 빵집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성당이나 성심당처럼 오히려 근처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곡소리가 나는 동네 빵집도 있지만 대부분 동네 빵집들의 매출은 반 토막이 났고, 인건비조차 나오지 않아 폐점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대한제과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 1만 8천여 개에 이르던 동네 빵집이 2012년 4천여 개로 급감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이 변하면서, 소비자의 요구가 자연 친화적으로 바뀌면서 서서히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처음부터 완성품까지 만들다 보니 느리지만 정직하고, 규모는 작아도 건강한 빵을 먹을 수 있는 믿음직한 동네 빵집이 다시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에 밀려 맥을 못 추던 동네 빵집의 ‘역습’이 시작된 셈. 이와 발맞춰 잇브레드, 빵굼터 같은 작은 프랜차이즈 빵집들도 성행하기 시작했다. 은퇴 후 빵집을 차려보려는 이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지만, 정말 동네 빵집을 해도 괜찮은 걸까? 어디 한 번 빵집 주인장들에게 물어보자.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과 개인 빵집 중 어느 게 좋을까?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은 인지도, 노하우, 교육 시스템, 인력 관리 등에서 편리한 점이 있다. 접수, 상담, 매장 결정, 오픈 등의 순서로 개업 절차가 진행되는데 중규모나 중상 규모의 빵집 예산이 든다. 즉, 3억원이상 자본이 있을 때 고려해볼만하다. 투자금은 거래보증금, 가맹비, 교육비를 비롯해 기계설비, 인테리어, 간판 등의 비용으로 쓰인다. 예산을 짤 때 순수익률은 매출액의 약 15%로 잡아야 하지만, 실제 순수익은 그보다는 조금 더 낮은 8~13% 정도 수준이라고 한다.

 

대치동 M 베이커리, 1년 차

메뉴가 많은 빵집은 대개 잘되지 않는다.

투자액1억5천만원 (개인 빵집 17평, 임대 보증금+인테리어+기기, 설비)
월 소득400만원 (매출-재료비-월세-관리비- 인건비-기타 잡비 및 세금)
나는 왜 빵집을 차리게 되었는가평소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면 창업을 하고 싶었다. 최근 트렌드를 보니 빵이 주식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조금씩 벽돌을 쌓는 마음으로 무리하지 않으려 했다. 생각한 것보다 더 힘들었지만, 다행히 오픈 초기부터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아서 블로그를 운영했는데 빵집을 차릴 때도 블로그 덕을 좀 봤다. 동네 빵집이다 보니 단골을 잡는 것이 중요한데, 부족한 2%를 채우는 마음으로 빵 각각의 개성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 손님에게 “이 집은 빵 종류는 많지 않지만, 하나하나가 색다르다”는 말을 들었을 때 빵집을 차린 보람을 느꼈다.


이제 꿈이고 희망이고 없어
보통 젊은 친구들이 주방에서 힘든 모습은 생각하지 않고 그저 예쁜 가게에서 빵을 파는 모습을 꿈꾼다면, 중년을 넘어 빵집을 차리려는 사람들은 얼마를 ‘투자’했으니 얼마의 ‘수익’이 나오는지가 주요 관심사다.
그러나 현실을 직시하자. 요즘 시장 상황 자체가 어렵고, 트렌드가 급변한다. 한 템포 늦추더라도 팔 수 있을 정도로 상품성 있는 빵을 만들 제빵 기술을 배워야 자기 인건비라도 챙길 수 있다.

 

성수동 K 베이커리, 2년 차

그는 빵을 만들지 못하는 빵집 주인이다.

투자액1억7천만원 (프랜차이즈 10평, 임대 보증금+가맹비+인테리어+ 주방 설치비+광고·홍보비+ 비품 및 기타 비용)
월 소득300만원 (매출-재료비-로열티-월세- 관리비-인건비-기타 잡비 및 세금)
나는 왜 빵집을 차리게 되었는가은퇴하고 빵집을 차리려고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에 문의하니, 새로 출점하는 게 어렵더라. 그렇다고 제빵 기술도 없는데 개인 빵집을 차리긴 위험 부담이 커 보여서, 중소 프랜차이즈를 알아보게 되었다.


매장에서 갓 구운 빵을 단돈 500원에 판다는 점이 우리 가게의 가장 큰 장점이지만, 처음엔 브랜드 인지도가 그렇게 높지 않아서 손님들이 ‘싼 게 비지떡 아닐까’란 생각을 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러나 본사에서 나온 전문 제빵사가 매장에서 직접 빵을 굽는 모습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실제로 영업을 시작하고 나서 저렴한 가격을 보고 미심쩍어 하던 손님들도 이제는 안심하고, 편하게 빵을 구매하더라.


대형 프랜차이즈 규제의 반대급부는?
정부의 규제로 작년 3월부터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은 동네 빵집 500m 내에 매장을 내지 못하고, 전체 매장 수도 전년 대비 2% 이상 늘리지 못하게 되었다. 이는 대형 프랜차이즈의 신규 출점을 전면 금지하는 셈. 그 반사이익을 가장 크게 본 것이 바로 이지바이와 잇브레드, 브래드앤코, 인디오븐 등 중소 프랜차이즈 빵집이다.

 

방배동 A 베이커리, 5년 차

제빵만으론 빵집의 재미를 알 수 없어

투자액2억3천만원 (개인 빵집 15평, 임대 보증금+인테리어+기기, 설비)
월 소득450만원 (매출-재료비-월세-관리비-인건비-기타 잡비 및 세금)
나는 왜 빵집을 차리게 되었는가막연히 내 가게를 갖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빵집에서 빵만 파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른 것도 팔아야 한다.


손님들은 이제 빵집에서 맛있는 빵뿐 아니라 좋은 추억을 주는 곳을 찾는다. 그래서 전문 파티시에를 고용해 손님들이 어떤 빵을 좋아할지 매일 레시피 회의를 하고, 가게 내부는 편안한 거실 분위기로 꾸몄다. 인기 많은 메뉴가 일찍 떨어져 손님이 헛걸음하는 일이 없도록 빵을 여러 번에 걸쳐 나눠서 구웠다. 이렇게 손님을 배려하다 보니 초등학생부터 할머니까지 친분이 생겼고, 그들이 가게의 단골손님이 되어주었다.


히트빵 하나만 띄워라
아무래도 트렌드가 천연 효모를 이용하고, 재료를 고급화하다 보니 재료비가 많이 든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모든 빵을 잘 팔겠다는 생각보다 우선 히트 상품이 될 빵 하나를 띄워라. 그 상품이 우리 가게를 살릴 동아줄이 된다.

 

합정동 A 베이커리, 3년 차

브랜드만으로 빵집을 판단하면 안 돼

투자액 8천만원(개인 빵집 7평, 임대 보증금+인테리어+기기, 설비)
월 소득280만원 (매출-재료비-월세-관리비- 인건비-기타 잡비 및 세금)
나는 왜 빵집을 차리게 되었는가퇴직 후 친구의 권유로 제빵 기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아무래도 내 빵집의 주방을 남에게 맡긴다는 것이 미심쩍어서 직접 자격증을 땄고, 그 후 주변의 상황을 보다가 개인 빵집을 선택하게 되었다.


빵집을 차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근처에 파리바게트가 생겼을 땐 매출이 30%가량 급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빵집 인기의 본질은 간단하다. 그건 빵과 오직 빵을 먹는 사람에 대한 성의. 이게 전부다. 그래서 ‘싸고 맛있는 빵’이라는 빵집의 기본 조건에 충실했다. 빵을 굽는 것은 물론이고 발효 과정 역시 당일 직접 작업해서 손님에게 최대한 신선한 맛을 전달하려고 했다. 그러자 점차 빵이 맛있다고 손님들이 다시 찾아오기 시작했다.


무턱대고 가게부터 임대하지 마라
빵집을 차리고는 싶은데, 아직 확신이 없다면 ‘무점포 베이커리’를 고려해보자. 우선은 제빵 기술을 배우고 인터넷에 ‘베이커리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면, 레스토랑이나 카페에 빵을 납품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최근에는 친환경적이고 신선한 재료를 쓰는 ‘홈 베이킹 방식’이 각광받고 있으니 점포를 임대하기에 앞서 자신의 ‘빵 맛’을 점검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오류동 K 베이커리, 3년 차

프랜차이즈 빵집 다 죽게 생겼다고?

투자액1억2천만원 (프랜차이즈 10평, 임대 보증금+가맹비+인테리어+ 주방 설치비+광고·홍보비+비품 및 기타 비용)
월 소득330만원 (매출-재료비-로열티-월세- 관리비-인건비-기타 잡비 및 세금)
나는 왜 빵집을 차리게 되었는가투자 대비 수익만 따지면 빵집은 매력적인 아이템이 아니다. 하지만 은퇴한 뒤 다시 소속감을 갖고 싶기도 하고, 자식 보기에도 집에서 쉰다고 하는 것보다는 빵집 운영 쪽이 좋아 보였다.


지금 가게는 규모가 작아 오히려 관리비나 임대료도 적게 들고 점포를 구하기도 쉬웠다. 또한 손님이 4~5명만 와도 꽉 차 보이고, 10명쯤 되면 줄을 서서 바깥에서 기다려야 하니 인기가 많아 보인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흥미를 갖고 자연스럽게 쳐다보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또 본사에서 제빵 교육을 시켜줘서 처음에는 은퇴하고 노는 시간에 무엇이든 해보자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이제는 제법 빵 맛을 볼 줄 아는 사장이 되었다.


빵집 사장 아니면, 그냥 관리자?
어떤 품목이든 창업의 기본은 자신이 얼마나 아느냐가 중요하다. 자신이 모르는 부분을 무조건 남에게만 맡기면 망할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가입을 할 때도, 그저 돈만 내고 제빵사를 고용해 창업을 하면 빵집사장이 아니라, 빵집 관리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 즉, 프랜차이즈가 제빵 기술을 요하지 않는다고 해도, 빵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과 지식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빵집 창업의 항목별 비용은?


빵집 창업의 종합 비용은 점포비, 공사비(인테리어), 집기 비용, 재료비, 개업 홍보비, 기타 비용(컨설팅, 통신비)등이다. 어느 자리에 열고, 인테리어에 얼마나 쓰느냐에 따라 비용의 변동 폭이 크다.
판매 직원과 제빵사 등의 인건비도 고려해야 한다.

소규모(50㎡ 기준, 권리금·보증금 포함)
1억5천만원 내외, 직원 1~2명

중규모(66㎡ 기준, 권리금·보증금 포함)
2억5천만원 내외, 직원 4~5명

중상 규모(83㎡ 기준, 권리금·보증금 포함)
3억5천만원 내외, 직원 7~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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