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에서 10만 유튜버로, 박일환 변호사의 찐 2라운드

기사 요약글

전 대법관 박일환 변호사는 유튜브에서 '차산선생'이라고 불린다. 법밖에 모르던 그는 어떻게 구독자 10만명을 보유한 유튜버가 됐을까?

기사 내용

 

 

 

 

유튜버 활동 1년 6개월 만에 구독자 10만 

 

 

"요즘 '전 대법관'보다  ‘차산선생’으로 더 많이 불리는 것 같아요." 

유튜브에 생활밀착형 법률 상식을 알려주는 영상을 올리며 사람들과 소통하는 박일환 변호사의 말이다. 그는 1978년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로 시작해 대법관으로 2012년 퇴직 후 이듬해부터 현재까지 법무법인 바른에서 고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평생 법밖에 모르던 그가 유튜브를 시작한 건 2018년 말부터다.

 

그는 단 한 번도 유튜버가 되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발단은 회고록이었다. 은퇴 후 강연을 나갈까 하다 인기가 없을 것 같아 회고록을 쓰겠다며 가족에게 말하자 딸이 삼각대를 건넸다.

 

“딸이 요즘에 회고록을 누가 보냐며 유튜브를 권하더라고요. 이 나이에 무슨 유튜버야 했는데 어느 날 딸이 삼각대를 가져다주더군요. 삼각대를 가져다주니 한 번 해볼까 싶은 마음이 들어 카메라를 켜게 됐어요.”

 

어색하게 카메라 앞에서 ‘안녕하세요. 박일환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그의 호(號)를 따서 지은 ‘차산선생법률상식’이 시작됐다. ‘차산선생법률상식’에는 그의 40년이 넘는 법조계 경험이 5분 내외의 짧은 영상 속에 녹아져 있다. 근로자의 연차 휴가, 부동산 매매계약 후 해지 시 알아둬야 할 점 등 생활 법률상식을 쉽게 설명한 영상은 한 달에 3~4편 올라온다. 딸이 편집을 도와주지만 기획, 촬영 등 나머지 과정은 스스로한다.   

 

 

 

 

“처음에는 삼각대에 휴대폰을 끼우는 것부터 배워야 했어요. 삼각대 다리를 늘릴 수 있다는 것도 몰라 한참이나 짧은 채로 촬영했죠. 지금은 촬영할 때 조명과 마이크도 능수능란하게 사용합니다. 이제 아마추어 딱지는 뗐어요(웃음). 그래도 딸이 편집을 도와주지 않았다면 힘들었을 거예요. 또 손녀가 오프닝 영상에 출연해주고 조카들이 마이크 달린 삼각대도 선물해주며 물심양면으로 가족들이 지지해줘서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차산선생 법률상식’은 1년 6개월 만에 목표했던 구독자 10만명이 됐지만, 처음부터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영상 조회수가 두 자릿수를 넘기기도 힘들었다. 그의 채널이 관심을 받기 시작한 건 작년 7월 다양한 분야의 유튜버들과 만나 제작 과정, 인기 비결 등을 이야기하는 행사인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에 패널로 참석하면서부터다. 이후 ‘차산선생법률상식’의 구독자 수는 며칠 새 1만 명을 돌파했다. 또 최근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으며 목표했던 구독자 수 10만명을 달성했다.

 

“처음 3개월은 아무도 안 봤어요.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유튜브 채널을 보라고 소개했지만 조회수는 변함없이 없었죠. 그러다 유튜버 행사에서 제 유튜브 채널을 소개하고 난 후부터 사람들이 보기 시작했어요. 큰 욕심 없이 시작했던 유튜브 채널이 점점 알려지니 책임감을 갖고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댓글 청정구역, 소통 다발구역 

 

 

악플이 난무하는 유튜브에서 그의 채널은 악플 없는 ‘댓글 청정구역’으로 유명하다. 그의 댓글 창에는 악플 대신 ‘댓글이 너무 깨끗해서 가재가 산다는 댓글 청정구역인가요?’ ‘악플 달면 강제 팬미팅’ 등 재치 있는 댓글로 가득하다. 

 

“제가 법조계에서 일하니깐 악플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댓글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읽어봅니다. 머법관(대법관), 강제 팬미팅 등 처음에는 이해를 못 하는 댓글도 있었어요. 댓글에서 신조어를 알아갔고, 특히 재미있는 댓글은 유튜브 제작에 도움을 많이 주더군요.”

 

그는 600개가 넘는 댓글에 하나하나 ‘하트’ 버튼을 누르며 자신의 채널 구독자들과 소통한다. 영상 제작에 도움이 되는 지적은 소홀히 하지 않는다. 가령 영상이 어둡다는 댓글을 보고 조명을 설치하기도 했으며 댓글에 남긴 법률에 관한 궁금증을 다음 주제를 선정할 때 반영하기도 한다. 

 

“구독자는 20대, 30대가 대부분이에요. 제가 예전에는 판결문을 손으로 썼다고 하니 다들 놀라더라고요. 세대 차이를 좁히기 위해 더 신중하게 주제를 선정합니다. 2030의 관심사에 맞는 주제를 고르려 노력하다 보니 촬영은 30분이면 끝나지만 주제 선정은 일주일이나 걸려요. 신문을 읽거나 TV를 볼 때도 이번 영상 주제로 어떨까 하고 항상 주제 생각뿐이죠.”

 

 

 

 

구독자 수가 10만 명이 넘지만 그의 유튜브 수익은 0원이다. ‘고급 정보를 공짜로 들을 수 없다며 광고를 넣어 달라’는 댓글도 달리지만 여전히 광고 수익은 내지 않고 있다. 

 

“처음 개설할 때부터 수익 창출이 나는 채널로 신청하지 않았어요. 영상도 3분 정도밖에 안 되는데 광고까지 넣기 미안해 그냥 하고 있어요. 또 광고가 들어가면 짜증 나잖아요(웃음)"

 

구독자 10만명 달성 이후 그는 5년 동안 유튜브를 꾸준히 하는 것을 다음 목표로 잡았다. 또 생활법률에 관한 영상 외에 다른 콘텐츠도 계획 중이다. 

 

“일상이 궁금하다는 분들이 많아서 vlog를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영상을 계속 찍는 것도 힘들고 편집도 오래 걸려 편집자와 시간을 조율하고 있어요. 그리고 언젠가 모여서 한 주제에 관해 토론하고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팬미팅도 생각하고 있어요. 많은 사람과 소통하며 더 재미있게 살고 싶어요.”  

 

 

기획 이채영 사진 이준형(스튜디오 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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