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에서 찾은 직업, 참기름 소믈리에

기사 요약글

이제 창직의 시대다. 그동안 쌓은 경력과 지식, 인적 네트워크, 관심사를 활용한다면 얼마든지 내 일자리를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다.

기사 내용

 

 

 

 

창직 모델 참기름 소믈리에 국내 1호 이희준(33세)

전직 전통시장 도슨트 국내 1호

창직 콘센트 국내외산 참기름 감별 및 관련 콘텐츠 아카이브 제공

창직 경력 4년

활동 (전) 연남방앗간, 더로컬프로젝트 대표

 

 

참기름 소믈리에란?

 

 

참기름 소믈리에는 국내외 참기름을 감별하고 분석한 정보를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하는 직업이다. 기본적으로 국내의 방앗간과 정미소에서 생산하는 참기름은 물론 해외에서 판매하거나 생산되는 참기름도 식별하고 수집한다. 그리고 이렇게 수집한 정보와 콘텐츠를 바탕으로 ‘참기름 인문학’이란 주제로 강연한다. 참기름 인문학은 참기름과 관련된 10개의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강의이며 국가별 참기름의 맛과 향을 경험하는 테이스팅 행사도 함께 진행된다.

 

 

 

 

창직 프로세스 1단계 

다양한 창업 경험→전통시장에 대한 관심→전통시장 도슨트

 

 

이희준 씨는 대학 시절부터 회계와 창업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생 시절 회계학을 전공하며 동기들과 함께 영리와 비영리 재무제표를 직접 만들어보기 위해 여러 번 창업도 했다. 비영리로 출발한 Books For Africa 프로젝트의 창립이 그중 하나였다. 영리사업으로는 애플리케이션 제작 회사와 코워킹 스페이스 운영 업체를 대학교 창업지원단의 도움을 받아 창업했다.

 

아이디어에 대한 반응이 시장에서 좋았으나 의욕만 앞섰는지 사업을 확장하기도 전에 함께한 동료들이 흩어져 중단됐다. 그는 졸업 전 마지막으로 한번 더 창업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전통시장에서 조달한 정량의 식자재와 셰프들의 레시피를 집으로 배송하는 밀키트 서비스였다. 공식적으로 전통시장과 연을 맺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대부분 전통시장은 위생과 편의 시설이 부족하고 젊은 세대들이 발길이 끊겼다고 생각하지만 그가 바라본 전통시장의 모습은 달랐다. 조금만 보완하고 연결하면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 같았다. 그는 전통시장 기반 밀키트 서비스를 운영하며 전통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나갔다. 그리고 ‘왜 사람들이 전통시장에 가지 않을까?’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파고들었다. 전통시장의 역사와 철학을 가진 상인들과 특화된 상품을 대중에게 해설하는 전문가가 한 명쯤 필요하다는 해답을 내놓았다.

 

그것이 바로 국내 최초의 ‘전통시장 도슨트’였다. 도슨트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작품을 해설하는 전문가를 뜻하는 전문용어인데, 이를 전통시장과 결합한 것이다. 그는 2015년 7월 서울부터 제주까지 45곳의 시장을 선별해 ‘시장이 두근두근 1, 2권’을 출간하면서 본격적인 창직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창직 프로세스 2단계 

정보 분석 및 이해 →핵심 아이템 선별→창직

 

 

그는 전통시장 도슨트 활동을 통해 계속해서 전통시장에 대한 콘텐츠를 축적해서 해나갔다. 2019년에는 서울시에서 진행한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시장 분야 도슨트를 맡았다. 당시 8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시민들과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국내 전통시장의 가치와 잠재력에 대해 알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전통시장 도슨트로 활동하며 전국의 수많은 상인, 전통시장 관계자와 전통시장 활성화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그들은 가장 빠른 변화를 가져올 방법은 바로 직접 상인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간 수집한 콘텐츠를 데이터화해 전통시장의 중심상점을 선별했다. 여러 중심상점 중에 방앗간의 신뢰를 회복하면 전통시장뿐 아니라 도시 전체의 활력을 되찾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방앗간 상인이 되기 위해 ‘청춘주유소’를 열었다. 청춘주유소는 국내 전통시장 방앗간 장인들의 ‘참기름 편집숍’이다. 그는 콘셉트로 참기름과 들기름을 구분하고 참기름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 방앗간의 신뢰를 회복하는 프로젝트로 사업을 기획했고 ‘참기름 소믈리에’라는 새로운 직업 분야를 개척하게 됐다.

 

참기름 소믈리에는 와인을 감별하고 추천하는 소믈리에처럼 참기름을 감별하고 참기름과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역할이다. 본격적인 참기름 소믈리에로서의 활동은 카페 ‘연남동 방앗간’을 오픈하면서 시작됐다. 전국 장인들의 참기름을 대중에게 소개하고 판매하며 그 수익을 장인들과 나누고 있다. 최근 ‘참기름 인문학’ 강의를 개설해 참기름에 대한 스토리텔링과 체험으로 대중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서고 있다.

 

 

수익 구조는

회당 강의료만 40~50만원 

 

 

참기름 소믈리에의 수익구조는 기본적으로 국내산 참기름을 직접 제조하고 판매함으로써 얻는 매출이 있다. 월 100~200병 정도 판매하며 건강한 참기름을 착유하기 위해 생산량을 최소한으로 줄여 상품의 품질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참기름 인문학 강의를 비롯한 농수축산식품 분야의 강의나 컨설팅을 통해 1회당 40~50만원 정도로 부가적인 수익도 있다.

  

 

 

 

전망은

케이푸드에 대한 관심 증가로 해외에서도 인정

 

 

참기름은 아시아, 유럽, 미주, 중동, 아프리카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자재인 만큼 우수한 참기름 착유 기술과 품질을 가진 한국의 전문가들이 세계무대에서 활동할 날이 머지않았다. 오일 분야에서 참기름은 트러플오일 다음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스페셜티 오일로 소개된다.

 

실제로 해외에는 ‘올리브오일 소믈리에’가 1,300명 정도 활동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참기름에 대한 전문성과 엔터테인적인 부분이 호환된다면 K-Food의 세계화와 함께 참기름 소믈리에도 해외의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많아질 전망이다.

 

 

이정원의 원 포인트 레슨

‘전통’과 ‘데이터의 축적’에서 찾은 창직 모델

 

 

전통시장 내 방앗간은 첫 상권이 형성될 때 생길 확률이 65%, 전통시장이 소멸할 때 마지막까지 남을 확률은 75%라고 한다. 이러한 정보는 그가 전국 전통시장을 직접 방문해 얻은 데이터의 산출물이다. 전국 1500여 개 전통시장 중 10번 이상 방문한 곳만 1010개에 달했다. 그렇게 모은 정보를 분석해 전통시장을 활성화할 방법과 전통시장에서 창업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냈다.

 

그것이 바로 방앗간과 참기름이었다. 참기름 하나는 작은 식자재에 불과하지만 그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패턴을 분석함으로써 창직에 대한 통찰로 이어졌다. ‘우리의 것’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직감이 아닌 데이터를 활용한 창직은 앞으로 중요한 성공 전략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Interview

창직 선배에게 듣는다

 

 

Q 왜 창직을 결심했나요?

 

 

국내산 참깨의 자급률이 6%로 참기름 시장은 신뢰가 무너졌어요. 신뢰를 회복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기에 어려운 시장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일을 제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창직을 했습니다. 전통시장 도슨트가 그랬고, 참기름 소믈리에도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한 창직이었어요. 두 창직 사이에 일맥상통하는 것은 데이터 수집 기반의 정확한 정보와 콘텐츠를 대중에게 전달함으로써 전통시장과 참기름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목적이 있었습니다.

  

 

Q 창직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요?

 

 

사실 창직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 불안함을 제거하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일인 만큼 직업으로서 경제적인 보수가 생기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검증되는 시간을 버텨야 했습니다.

 

다행히도 지금은 2013년 시작한 전통시장 도슨트와 2016년 시작된 참기름 소믈리에가 적어도 어떠한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해해 줄 수 있는 대중들이 늘어나 힘이 됩니다. 또한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찾아가는 기업의 교양 프로그램 대안으로 전통시장을 방문해 스토리텔링과 체험을 하는 기업과 개인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Q 직업 홍보는 어떻게 하나요?

 

 

직업 홍보를 별도로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억지로 직업을 알린다고 해서 사람들이 전통시장에 오거나 참기름을 구매하지는 않기 때문이죠. 자연스럽게 궁금증이 들게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참기름은 어디에 보관해야 할까?’와 같은 고민은 누구나 합니다. 실온에 해야 한다고 들었던 것도 같고 냉장고에 넣어야 한다고 TV 교양 프로그램에서 봤던 것도 같거든요. 그럼 참기름 인문학 강좌가 열리면 이런 궁금함을 가졌던 분들이 호기심을 갖고 오십니다.

 

그리고 소상공인 TV 프로그램이나 라디오, 인문학 강의와 같은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참기름 소믈리에가 하는 일과 국내 참기름 시장에 대한 동향, 콘텐츠를 전달해요. 이와 동시에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참기름 전문가를 소개하는 일과 홍보를 꾸준히 합니다. 저 혼자만의 성장으로는 국내산 참기름 시장의 신뢰를 회복시키기는 힘들기 때문에 참기름 시장 전체의 신뢰 회복과 규모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창직 이후에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요?

 

 

현재는 국내산 참기름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수집해 한 권의 단행본으로 만들기 위한 원고작업 중 입니다. 단행본을 준비하는 이유는 참기름 최대 소비국가인 우리나라에 단 한 권의 참기름 전문 서적이 없기 때문이죠. 또 해외의 오일 생산자들과 올리브오일 소믈리에(네덜란드, 일본 등)와 협업해 오랜 세월 잊혔던 오리지널 참기름 생산과정을 복원하거나 계승하는 작업도 하고 있습니다.

 

 

Q 어떤 사람에게 ‘참기름 소믈리에’를 추천하나요?

 

 

기본적으로 식자재에 대한 관심이 높은 분들에게 ‘참기름 소믈리에’를 추천합니다. 참기름과 같은 작은 식자재임에도 대중들에게 정확한 정보와 분별력을 진정성 있게 제공하려는 분들이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참기름으로 시작했지만, 들기름 분야에는 아직 전문가가 전무한 상황입니다. 작은 식자재에도 관심을 가지고 계신다면 ‘참기름 소믈리에’뿐만 아니라 ‘들기름 소믈리에’도 관심을 가져보시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기획 이인철 사진 이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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