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입니다만, 우리 졸혼할까요?

기사 요약글

가족밖에 모르던 아내가 어느날 갑자기 졸혼을 선언한다면, 남편들의 반응은 어떨까? tvN 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로 본 남편과 아내의 졸혼에 대한 리얼한 속마음 읽기.

기사 내용

 

 

 

이 드라마에서 38년 가까이 결혼 생활을 해 온 진숙과 상식 부부. 어느 날 집에 들어와 부항을 뜨는 남편의 등 뒤에 대고 진숙은 문득 졸혼하자는 말을 꺼낸다.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식은 소리를 지르며 집에서 나가라고 소리친다. 그는 아내의 졸혼 요구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

 

이제는 새로운 용어라고도 할 수 없는 졸혼(卒婚), 새삼스럽게 법적 절차를 밟아가며 이혼을 하고 싶진 않지만, 결혼의 의무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혼과 마찬가지로, 두 사람이 평화롭게 졸혼까지 이어지면 좋겠지만 이 드라마에서의 졸혼은 그렇게 원만하지 않다. 졸혼을 요구하는 아내, 졸혼을 이해할 수 없는 남편,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두 사람의 입장은 결혼 생활에서의 여러 오해와 불통을 요약하고 있다.

 

 

 

 

“한평생 뼈 빠지게 일한 나에게 졸혼이라니?”

 

 

남편 상식의 입장은 이렇다. 애써 힘들게 일하고 돌아와서 뻐근한 어깨 좀 지져보려고 하는데, 뜬금없이 졸혼이라니? 그의 첫 반응은 내가 평생 뼈 빠지게 일했는데 이제 돈 좀 적게 번다고 이러나? 이다. 이게 이 나이대 남자들의 공통적 반응이기 쉬울 것이다. 가장으로서 이제까지 권위도 있었고, 한창 활동할 때는 아무도 내게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경제권이 서서히 넘어가면서 아내도, 자식도 내 말과 행동에 딴지 걸고 뭐라고 한다.

 

이제까지 집에서 웃통 벗고 다녀도 가만히 있고, 내 말에 상스럽다며 트집을 잡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사사건건 타박한다. 나이 들고 아직 건재한데도 사회에서 뒷방 늙은이 취급받는 것도 서러운데, 이제 가정 내에서도 대접이 예전 같지 않고 졸혼을 요구하다니. 거기 더해 집까지 나누자고 한다. 이제까지 내가 바친 헌신은 뭐지? 가족에 대한 내 사랑이 짝사랑인가?

 

 

 

 

“뒷바라지하던 삶 은퇴한다. 더는 참지 않겠어!”

 

 

반면 부인 진숙의 입장은 이렇다. 오래 참았다. 가족들이라고 예의 갖추지 않고 옷 벗고 돌아다니는 것도 싫었고, 상스러운 말투도 싫었다. 그렇지만 애들을 키워야 하니까, 생활은 이어가야 하니까 그게 결혼이려니 생각하면서 살았다. 그러나 직업이라면 퇴직이라도 있지, 아내와 엄마의 일은 퇴직도 없다. 나이 든다고 누구에게 뒷바라지를 받을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이렇게 끝없이 나의 인생은 없이 남을 보살피면서 살아야 하는 건지?

 

오랫동안 통하지 않고 가정도 제대로 돌보지 않는 남편, 이제는 숨 쉬는 것도 보기 싫은데 졸혼하자고 집을 팔아 나누자고 하자 대뜸 “이 집 네가 샀냐?” 라고 한다. 같이 가족을 먹여 살렸어도 밖에 나가서 돈을 벌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내 집이라 주장도 못 한다. 아이들에게 의논하니, 평생 일 한 번 해본 적 없는 엄마가 생활비는 어떻게 벌 건데? 라고도 묻는다. 어디 가서 설거지해서 먹고 산대도 이 결혼을 끝내고 싶은 마음을 내 속으로 낳은 자식들도 이해하지 못하고, 엄마를 무능한 사람 취급한다.

 

 

 

 

오랫동안 삼켜온 속마음이 졸혼의 불을 지펴

 

 

이 드라마는 이렇게 여러 부부에게 보편적인 입장 차이로 시작해서, 개별적인 사연으로 펼쳐진다. 이 부부에게는 오랫동안 숨겨진 비밀과 마음의 빚이 있다. 처음 만난 남자의 폭력에 시달려서 큰딸 은주를 임신한 채로 상식을 만난 진숙. 학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부부를 이루어 같이 산다. 하지만 이런 비밀을 지켜나가는 동안 두 사람은 서로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은 채로 멀어진다.

 

상식이 이전에 저지른 잘못을 갚아나가는 동안, 진숙은 월급을 제대로 가져다주지 않는 남편이 외도한다고 의심한다. 상식은 은주의 결혼식에서 진숙과 다정히 얘기하는 듯한 남자를 보고 은주의 친부를 몰래 만났다고 생각해버린다. 의심과 불만이 있어도 솔직히 털어놓지 못한 채 두 사람의 마음은 각자 다른 길로 갔다. 

 

 

 

 

결국 졸혼을 결행하고 따로 살고 나서야 두 사람은 비로소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된다. 멀어져야만 깨닫게 되는 진심도 있다. 진숙은 상식이 자신의 최선을 다해 여러 삶을 지켜왔다는 걸 볼 수 있게 된다. 상식은 진숙이 드러내지 않았던 마음속의 바람들을 열등감 없이 똑바로 대할 수 있게 된다.

 

서로에게 너무 익숙해지면 모든 걸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만큼 놓치고 사는 게 생겨버린다. 집에 남은 진숙과 새로운 곳으로 떠난 상식은 이제 서로 약간은 모르는 사람이 되어 데이트를 시작하면서 오랜 파트너를 다시금 발견한다.

 

 

 

 

졸혼은 가깝게 머무르기 위한 거리두기?

 

 

물론 이런 결론은 드라마니까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현실에서의 많은 부부 갈등은 커다란 비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고 일상의 불일치가 차곡차곡 쌓여서 만들어졌기에 쉽사리 해결되지는 않는다. 오랜 세월 동안 굳어진 갈등은  쉽게 긁어서 떼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남에게 드러내놓기도 어렵다. 몸은 같은 집에 거주하고 있지만, 마음으로는 진숙과 상식처럼 이미 졸혼한 상태의 부부도 있다.

 

드라마처럼 거리가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갈등은 직접 대면해서 해결할 때보다 멀리 두고 볼 때 가벼워지는 면이 있기도 하다. 어쩌면 졸혼을 꿈꾸는 사람들은  같이 살기엔 견딜 수 없지만 그래도 가정으로서의 유대감은 완전히 포기하고 싶지는 않은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졸혼의 소망은  “가깝게 머무르기 위해 거리를 둔다”일 수도 있겠다. 적어도 그런 노력은 오래 공동체로서 살아온 사람들에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기도 할 것이다.

 

 

※ 기사의 이해를 돕는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명장면 감상하기 https://tv.naver.com/v/14074899

 

기획 이채영박현주(방송칼럼니스트) 사진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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