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2라운드] 라디오 DJ로 돌아온 이철희 전 의원

기사 요약글

이철희 전 의원이 방송 진행자로서 2막을 시작했다. 원래 친숙한 곳이기도 하지만 이번엔 새로운 마음을 품었다. 국회를 경험한 만큼 그는 조금 다른 지점을 바라본다.

기사 내용

금배지 떼고 금쪽같은 인생을 시작한 정치인들의 이야기

1편, 5선 의원에서 웰다잉 전도사가 된 원혜영 전 의원 
2편, 법사위원장에서 도시농부가 된 여상규 전 의원
3편, 정치 외도 후 라디오 DJ로 돌아온 이철희 전 의원

 

 

 

 

얼굴이 좋아졌다. 국회의원 이철희와 방송인 이철희의 차이였다. “밝아질 수밖에 없죠. 국회의원을 한다는 건 힘든 일이에요. 공적인 일이고 책임감도 따르죠. 300명 중 한 명이어서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기도 해요. 또 보기 싫은 사람과 말을 섞고 웃기도 해야 하죠. 일종의 감정노동이라는 측면이 있어요. 그런 짐을 내려놓으니 얼굴이 좋아질 수밖에 없죠. 요즘 얼굴이 좋아졌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밝은 얼굴로 라디오 부스에서 나온 이철희가 말했다.

 


방송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자연스런 수순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국회의원이 된 데는 방송의 영향이 적지 않았으니까. 전에 활동하던 곳이고 또 방송에 어울리는 그였기에 당연히 돌아올 거라고 열에 아홉은 짐작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활동할 거라고 생각지는 못했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대책 없이) 먼저 그만두자고 결정했어요. 지금까지 살면서 다음에 뭘 할지 정하고 일을 그만둔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운이 좋게도 그만두고 나면 그 다음 일로 이어지더라고요. 이번에도 그만두고 나니 방송국에서 연락이 왔죠.”

 

그는 처음엔 좀 망설였다고 한다.

“몇 달 쉬고 할 생각이었어요. 며칠 전까지 국회에 있던 사람이 바로 방송을 하면 보는 사람도 좀 어색하겠다 싶었죠. 그래서 가을쯤에 하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쉬면서 어디 갈 데도 없고 방송국에서도 기왕 할 거 빨리 하자고 해서 시작했죠.”

 

 

 

같은 방송이라도 그의 위치가 달라졌다. 전에는 패널이었다면 이제는 진행자다. 게다가 국회의원을 경험해본 시사정치 프로그램 진행자. 같은 방송 출연이지만 바라보는 관점이 좀 달라졌다. 2막다운 변화다.

 

“스스로 1인 독립 언론으로 규정했어요. 평론과 언론은 다르잖아요. 평론은 해석하면서 자기주장만 하면 되지만, 언론은 공정성이 제 일의 가치니까요. 비판하더라도 공정하게 해야죠. <썰전>에서 진보 쪽을 대변했을 때와 지금은 양쪽을 보는 마음가짐이 달라요.”

 

그렇다고 '기계적 중립'을 취할 생각은 없다. 적응기를 거쳐 그만의 날을 세울 의지는 충분하다.

 

“앞으로는 쓴소리도 많이 하겠지만, 당장은 좀 참으려고 해요. 국회에서 나오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쪽을 욕하면 보기 안 좋으니까요. 거기 남아 있는 동료들이 눈에 밟히기도 하고요. 물이 빠질 때까지는 비판을 좀 덜하려고 애쓰겠지만, 조금 지나면 시민의 관점, 보통 사람의 관점에서 쓴소리를 해야죠. 그래서 달라지게 자극을 주고 싶어요.”

 

비판하는 그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겐 좋은 소식이다. 어쩌면 국회보다 국회 밖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을지도 모른다.

“국민에게 욕먹는 정치가 조금 좋아질 수 있도록 (방송이라는) 사회적 권력을 통해서 내가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거창한 포부까지는 아니라고. “국회의원을 그만둔 순간, 거창한 생각은 내려놓았어요.”

 

 

 


새로 시작한 만큼 방송 진행자로서 세운 목표가 있다.

“스스로 세 가지를 약속했어요. 첫째, 편들지 않겠다. 둘째, 주눅 들지 않겠다. 셋째, 오버하지 않겠다. 내가 뭘 하고 싶어서 사사건건 뭐라고 할 생각은 없어요. 공정하고 당당하게 해야죠.”

 

진행자로서 바라는 방송의 방향성도 있다.

“시사 방송이지만 시사만 쫓지 않고 사람 냄새 나는 방송을 하고 싶어요. 결국 시사도 사람이 주인공이니까요. 누가 나오면 근황도 물어보면서 그 사람에 관한 관심을 환기시키려고 해요. (정치인에 앞서) 저 사람도 사람이구나, 이런 느낌이 들도록 방송하고 싶어요.”

 

그는 패널로 출연할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위치도 실감하고 있다. 국회의원을 경험해본 시사·정치 진행자로서 보여줄 수 있는 여유랄까.

“TV에 같이 출연하는 패널을 보면 <썰전>에 출연했을 때 생각이 나요. 그래서 잘해주고 싶고, 또 잘되길 바라죠. 내가 국회의원직을 겪어보지 못했다면 이런 여유가 나올 수 없었겠죠. 나 하기도 바쁠 테니까. 이제는 내가 저 친구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요. 좋은 결과를 만드는 데도 기여하고 싶습니다.”

 

 

방송 진행자로 2막을 시작했지만, 사실 그에게 진짜 2막은 따로 있다. 그것은 삶에 대한 태도의 변화다.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지금까지는 나를 위한 시간을 썼다면 이제부터는 집사람이나 아들을 위해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아들이 막 사회에 나갈 때가 됐는데, 그때 거들어줄 수 있는, 옆에 서줄 수 있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집사람과도 손잡고 다니면서 먹고 싶은 거 먹고, 하고 싶은 거 같이 하며 보내고 싶고요. 내가 나를 위해서 열심히 살 때는 가족이 날 지켜보고 성원해줬으니, 이제는 내가 가족을 위해서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죠.”

 

이런 마음을 품은 진행자가 이끌어가는 방송은 어떤 느낌일까. “사람 냄새 나는 방송을 하고 싶다”는 그의 말은 울림이 있었다. 방송인 이철희의 2막은, 따뜻함과 함께 시작됐으니까.     

 

기획 이인철 김종훈 사진 박충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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