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살 빼기 어려운 이들이 있다면 중년이 아닐까? 기초대사량이 떨어지는 중년들은 쉽게 살이 찌지만 잘 빠지지도 않아 고민이 깊다.
무작정 굶을 수도, 그렇다고 부작용이 염려되는 ‘약’을 지어먹기도 어렵다 보니 결국 녹차추출물(카테킨)이나 홍화씨 기름(공액리놀레산)처럼 비교적 안전(?)해 보이는 성분의 다이어트 보조제를 찾게 되는 게 수순.
미디어에서는 ‘이것’을 먹고 살을 쫙 뺐다는 연예인들의 후기가 연일 등장해 결제를 부추긴다. 너도나도 하나쯤 먹었다는 다이어트 보조제, 뭘 어떻게 먹어야 안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다이어트 보조제 속 성분은 무엇?
“한혜X이 선전하는 세XXX 드셔보신 분 계세요? 차전자피가 들어가서 노폐물이 쏙 빠진다던데”
“저는 분홍이 초록이 먹는데 탄수화물이 지방으로 바뀌는 걸 막아준다는 가르시니아 때문인지 확실히 허리 사이즈가 줄었네요”
“저는 김완X 에스XX 먹는데 포만감 때문에 밥을 덜먹게 돼요”
오늘도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수없이 등장하는 다이어트 보조제에 관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다이어트 보조제란 말 그대로 원활한 다이어트를 위해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여러 약제를 뜻한다. 의약품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되는 만큼 식품에서 추출한 각종 성분들이 핵심.
키토산, 알로에 전잎, 크릴오일, 그린마테(남미에서 나는 녹차과 식물), 레몬 밤(지중해 원산지인 허브의 일종), 핑거루트(생강과 식물로 나무의 뿌리)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요즘 나오는 다이어트 보조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가장 ‘핫’한 원료들은 이렇다.
가르시니아
시판되는 다이어트 보조제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원재료는 ‘가르시니아 캄포지아’다. 이는 동남아시아에서 나는 열대 과일로 그 껍질에 하이드록시시트린산(이하 HCA)이 다량 함유돼 있는데, 바로 이 성분이 탄수화물이 지방으로 전환되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아준다. 또 식욕 억제를 돕는 세로토닌의 분비를 증가시키는 효과도 있다.
밥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HCA가 주는 이점은 분명하지만, 적정 섭취량(1일750~2800mg)을 넘어설 경우 간 손상의 위험성이 있고 이뇨 성분이 있어 신장 질환자는 주의해야 한다. 또 임산부, 수유부, 어린이 역시 섭취를 피해야 한다.
공액리놀레산
원래 소, 낙타, 사슴 같은 동물의 소화과정에서 만들어지지만 최근엔 홍화씨처럼 식물성 유지에서 인위적으로 추출하기도 한다.
소장에서 이뤄지는 지방 흡수 과정을 저지해 체중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어 운동과 병행해 살을 빼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식약처 권장 1일 섭취량은 1.4~4.2g이며, 공복보다는 식후에 섭취하는 것이 흡수에 도움이 된다. 개인에 따라 복용 시 메스꺼움 등을 느낄 수 있으며 혈당에 영향을 미치므로 당뇨를 앓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또 영유아, 임산부는 섭취를 삼가야 한다.
차전자피
한때 드라마틱한 체중 감량으로 이목을 끈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이 배변을 돕고 포만감을 줬다며 소개해 더 관심을 끌고 있는 성분이다. 차전자피는 질경이 씨앗의 껍질로 수분을 만나면 부풀어 오르는 성질이 있어 변비 치료에 주로 쓰인다.
숙변 제거를 돕는 데다 다이어트 중 변비가 찾아오기 쉽다는 점을 감안해 차전자피를 이용하는 제품들이 많은 편. 그밖에 콜레스테롤 개선 및 심혈관 질환 예방에도 효과가 있어 건강기능식품의 원료로 자주 사용되곤 한다. 그러나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앓는 등 장이 약한 사람은 복용에 주의해야 하며 다량의 물을 함께 마셔야 하기 때문에 신장 기능이 떨어지는 사람에겐 적합하지 않다. 당뇨병 환자 역시 저혈당 위험이 있어 해당 성분의 섭취를 피해야 한다.
카테킨
녹차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 성분의 일종으로 지방 배출을 돕고 식욕을 저하시켜 다이어트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간 독성을 유발할 염려가 있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하루 섭취량을 300㎎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또 카페인을 다량 함유할 우려가 있으므로 평소 커피를 즐겨 마시다면 복용에 유의해야 한다.
나린진
자몽 특유의 쓴맛을 내는 나란진 성분은 체내 열량 소비를 돕는 UCP 단백질을 활성화시켜 체지방 감량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일
반적으로 나린진 성분이 다이어트에 도움을 주려면 하루 400mg 이상을 섭취해야 하므로 관련 제품을 구매할 때는 꼭 함량을 체크하는 것이 좋다.
요즘 트렌드는 섞어 섞어
요즘 등장하는 다이어트 보조제의 성분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되는 각종 원재료들을 알차게 모아 넣은 느낌이다.
예를 들어, 탄수화물이 지방으로 전환되는 것을 막는 가르시니아 캄포지아 추출물에 배변활동을 돕는 알로에 전잎을 넣고 장내 유익균 증식을 돕는 유산균까지 추가해 배합했으므로 효과가 좋다는 식.
다시 말해 지방 축적을 저지하거나 연소에 도움이 되는 물질+배변활동을 돕는 물질을 기본 베이스로 하되 다이어트 시 부족해지기 쉬운 각종 영양소나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주는 성분을 추가 배합하는 식이다.
과거엔 하나하나 따로 복용했던 것들을 한꺼번에 복용하게 되는 셈. 하지만 여기서 생각해 볼 점은 다이어트 보조제가 약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점이다. 말 그대로 ‘식품’인 만큼 약보다 부작용의 위험성이 덜할지 몰라도 의약품 허가에는 있는 임상시험에 대한 의무가 없으니 어떤 성분이 얼마나 어떻게 섞이는지에 따른 위험 역시 예상할 수 없다는 취약함이 있다.
실제 다이어트 보조제 신고 현황에 따르면 복통, 위염, 소화불량, 어지러움 등 다이어트 보조제로 인한 부작용은 2016년 90건, 2017년 95건, 2018년 105건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물론 업체마다 각종 연구 자료와 자사 실험 결과 등을 내보이며 제품의 안전성과 우수성을 어필하지만 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분명 존재한다.
유튜브에서 의학 채널 '근알의(근거를 알려주는 의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연휘 의사는 다이어트 보조제에 관한 영상에서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연구가 아닌 소규모 연구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근거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라며 업체에서 제시한 연구 결과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업체에서는 저마다 식품의약안전처에서 인정한 성분을 사용했다고 강조하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보조제에 들어가는 원료에 대한 인정일 뿐, 완제품에 대한 효과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식약처에서는 카테킨이 지방 배출에 효과가 있음을 인정했을 뿐, 카테킨이 아주 소량 들어간 데다 다른 재료와 배합되기까지 한 A사의 제품까지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문영규 약사 역시 서울신문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약잘알’을 통해 “식약처 인증만 보고 특정 제품이 좋다고 말하긴 어렵다”라며 “어떤 성분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알아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소비자가 좀 더 꼼꼼하고 신중한 태도로 다이어트 보조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럼 어떻게 활용하지?
2017년 기준으로 국내 다이어트 보조제의 판매규모는 1100억 원을 넘어섰다. 우려할 점은 있지만 다이어트 보조제가 몸에 악영향을 주거나 효과가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누군가는 보조제를 활용해 비교적 쉽고 편한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것도 사실이다.
중요한 점은 보조제가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용량과 성분을 꼼꼼히 따져 본인에게 최적의 제품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보조제는 보조적인 용도로 활용해야 한다. ‘운동하는 것과 같은 효과’, ‘체지방 축적을 막아주는 효과’를 아무리 자랑해도 식이조절과 운동이 병행되지 않으면 대부분 체중 감량에 실패한다.
‘아줌마 약사 이야기’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양선화 약사는 “수면, 스트레스, 면역체계, 호르몬, 근골격계, 전신 건강 등 대사에 작용하는 요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에 특정 식품이나 제품에 체중 감소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라고 조언한다. 또 보조제를 선택함에 있어서 숱하게 많은 상품들 가운데 옥석을 가려내려는 노력 정도는 해야 한다.
이너뷰티에 관한 컨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신지연 약사가 본인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인기 다이어트 보조제에 관한 리뷰를 한 적이 있는데 구성 성분과 함량을 체크하며 “지금 다이어트 보조제를 리뷰하는 건지 변비약 리뷰를 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라는 평을 했다.
일부 제품에서 배변에 도움을 주는 성분들이 이것저것 중복해 들어갔기 때문인데 이 경우 반복된 배변으로 체중 감량이 일어날진 몰라도 일시적인 효과인데다 장에 부담을 줄 염려가 커진다. 어쩐지 꼼수로 체중 감량을 유도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는 대목이다.
따라서 그저 광고가 자주 보인다는 이유로, 유명 연예인이 등장하니 괜찮겠지 하는 이유로 보조제를 고르는 것은 금물이다. 원재료 함량이 너무 적거나 많지는 않은지, 내가 복용 중인 약과 충돌하는 성분은 없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걸렀을 때 보다 효과적인 보조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기획 서희라 글 고우리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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