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일격당한 브라질 국채, 얼른 팔아야 할까?

기사 요약글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히던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 채권들이 코로나 발 세계 경제의 침체로 큰 손실을 보고 있다. 지난해의 큰 인기가 무색하게 지금은 애물단지가 된 이들 나라의 채권. 계속 갖고 있어도 될까? 더 지켜봐야 할까?

기사 내용

  
 


신흥국 채권이 한때 자산가들에게 대단한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증권사들이 엄청나게 마케팅을 했다. 국내 정기예금 수익률은 1~2%에 불과한데, 이들 채권은 연 10% 내외 수익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여기에 분리과세의 이점까지 있다고 부추겼다.

 

 

한때 최고의 사랑을 받았던 신흥국 국채

 

 

대표적인 상품이 브라질 국채를 비롯해 러시아, 멕시코 국채들이다. 한창 인기가 있을 때는 이들 나라의 우량 국영기업 채권도 많이 팔렸다. 지난 2월 말 기준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들 3개 나라 국채에 투자한 돈(7개 증권사를 통해 판매된 국채)은 무려 7조8000억에 달한다. 


해외 채권에 투자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해외 채권형 펀드를 통해 간접 투자하거나 국내 증권사 등을 통해 해외 채권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다. 해외 채권에 직접 투자할 경우, 원래 약속된 '이자 수익'과 투자 기간 채권 가격이 상승해 발생하는 '자본차익', 환율 변동으로 인한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이 중 자본차익과 환차익에 대해서 세금이 없고, 이자 수익에 대해서만 15.4% 세율이 적용된다.  

 

 

 


이들 신흥국 채권 중 단연 인기 1위는 브라질 국채였다. 브라질 국채의 투자 매력은 고금리에 있었다. 한때 브라질의 기준금리가 연 12.25%로 전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것. 이에 10년 만기 브라질 국채 수익률은 연 12%대 후반까지 상승해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에 지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브라질 국채의 또 다른 매력은 비과세 혜택. 외국인의 국채 투자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는 브라질 정부의 정책과 1991년부터 적용된 한국과 브라질 간 조세협약(이중과세 방지협약)으로 한국에는 브라질 국채에 대한 과세권이 없다. 이로 인해 이자 및 배당소득에 적용되는 15.4%의 원천징수세율만큼 추가 수익을 얻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적용되는 고액자산가들 중심으로 브라질 국채가 큰 인기를 얻는 이유다. 이 같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국가는 현재 브라질이 유일하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 팔린 신흥국 채권 대부분이 브라질 국채다. 


지난해에는 러시아와 멕시코 국채가 인기였다. 채권 가격과 원•루블 환율, 이자 지급액을 감안한 러시아 국채(2027년 만기) 수익률은 지난해 40.3%에 달했다. 지난해 미국 주식시장 수익률(S&P500 지수, 28.8%)을 크게 웃돈다. 같은 기간 멕시코 국채도 27.3%의 수익을 냈다. 이에 비해 브라질 채권은 18.1%의 수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브라질 채권의 비과세 혜택을 고려해도 멕시코와 러시아 채권의 투자 수익률이 더 높았다는 설명이다.


특히 멕시코 채권 중에서도 국채 외에도 국영회사인 페멕스 회사채가 가장 주목받았다. 매년 받을 수 있는 금리만 연 9.5%(5년 만기 채권 기준)에 달했다. 182일에 한 번씩 4.25%의 배당이 나오고 5년 후엔 원금을 받을 수 있다. 신용등급이 Baa3인 투기등급 채권이지만 멕시코 정부가 사실상 적자를 보전해줘 디폴트(부도) 위험에 비해 수익률이 매력적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애물단지

 

 

그렇게 인기몰이를 하던 신흥국 채권이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됐다. 지난 3월 말 기준 가격과 환차익 등을 고려한 10년 만기 브라질 국채의 올해 수익률(지헤지 등 기타 비용 미고려)은 -25.7%였다. 작년 말 브라질 국채에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환율 등을 고려한 현재 평가액이 743만원으로 줄었다는 말이다.


지난해 브라질은 세계적인 금리 인하 추세 속에 재정 건전성을 위협했던 '연금개혁'이 원활히 진행되면서 국채 수익률이 호조를 보였다. 반면 올해 들어서는 브라질 국채 수익률이 계속 내리막세다. 연초 이후 1월까지 -4.8%였던 수익률이 2월에는 -8.3%로 벌어지더니 지난달 말에는 -25.7%까지 추락했다. 브라질과 함께 대표적인 신흥국으로 꼽히는 러시아 국채 10년물 수익률도 -23.2%로 급락했다.


신흥국 국채 수익률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통화 가치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신흥국 채권 투자과정이 마찬가지지만, 브라질 국채도 투자하려면 원화를 달러로 바꿔 다시 브라질 헤알화로 매입해야 한다. 그래서 투자 시점에 헤알화 환율이 약세일수록 유리하다. 즉 헤알화 환율 300원대보다 280원대에 가입하는 것이 더 낫다. 달러 환율도 예를 들면 1200원대보다 1150원대로 떨어졌을 때 더 좋다. 그래야 같은 값에 더 많은 브라질 국채를 살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공포로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달러 같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심화되면서 달러는 더 강해지고, 평소 변동성이 컸던 신흥국 통화는 속절없이 약해졌다. 지난달 말 브라질 레알화 환율은 1달러당 5.35레알로 작년 말(4.02레알)보다 33.1%나 올랐다. 

 

 

기존 투자자는 ‘보유’, 신규투자는 ‘신중’  

 

 

전문가들은 현재 신흥국 채권 보유자는 섣불리 팔기보다 일단 보유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미 신흥국 통화 가치가 크게 떨어져 반등 가능성이 생긴 데다 채권은 주식과 달리 가격이 하락해도 정해진 이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팔지 말라는 것이다. 브라질 국채 이자 지급이 올해 초에 이뤄졌고, 다음은 7월 초에 이뤄질 예정인데 지급액은 해당 시기 환율로 결정되는 만큼 기다려볼 만하다.


브라질은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 외채 비중이 24%로 높은 편은 아니어서 디폴트(국가 부도) 사태 등 최악의 위기로 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러시아도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 외채 비중이 11%로 브라질보다도 훨씬 낮다.


그러나 저가 매수를 노리고 신흥국 국채에 새로 투자하는 것은 자제하라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권한다. 신흥국 통화 가치가 크게 떨어진 상태지만 변동성이 워낙 크고,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당분간 세계 경제 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유가 및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신흥국 국채의 매력도가 상승하기는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달러로 발행되는 신흥국 채권의 경우, 달러 대비 원화 환율만 신경 쓰면 되지만 그동안 원화 가치가 많이 떨어진 상태여서 '환차익'을 노리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타격 신흥국이 더 심할 듯 

 

 

최근 세계은행(World Bank)은 중남미 국가 보고서를 통해 이 지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4.6%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2.1%)나 1983년 남미 부채위기(-2.4%)보다 낮은 수준이며 지난달 말 골드만삭스가 발표한 올해 중남미 GDP 증가율 전망치(-3.8%)보다도 낮게 추산한 것이다. 그만큼 경제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세계은행은 또 중남미 최대 국가인 브라질의 올해 GDP 증가율을 지역 평균보다도 낮은 -5.0%로 전망했다. 서비스와 농업이 발달된 브라질의 특성상 코로나19로 외부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유가 하락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브라질 민간 연구기관인 제툴리우 바르가스 재단 브라질경제연구소(Ibre)도 최근 정부가 고용 수준은 유지하면서 근로자 소득 감소 폭을 줄이지 않을 경우 최대 1260만명의 신규 실업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연구소는 최악의 경우 올해 성장률은 -7%, 실업률은 23.8%가 될 것으로 봤다.

 

또 다른 변수는 브라질, 러시아, 멕시코 외 다른 신흥국들이다. 브라질과 함께 중남미의 또 다른 축인 아르헨티나에서는 9번째 디폴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3월 말 자체 지정한 채무조정 기간이 종료됐고 100억 달러 규모의 일부 국채 상환이 미뤄졌다. 이번 주에 관련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지만 국채 상환 협상이 타결될지는 미지수다. 


인도를 비롯한 남아시아 국가들도 경제적 상황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세계은행은 남아시아의 올해 GDP 증가율을 1.8~2.8%로 대폭 낮췄다. 6개월 전에는 6.3% 증가를 점쳤다. 세계은행은 남아시아 경제가 40년 만에 최악의 위기라면서 경제활동 중단, 무역 붕괴, 금융 부문 압박 증대 등으로 급격한 경기 침체가 예상된다고 봤다. 남아시아 최대 경제국인 인도는 올해 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 기준 경제성장률이 1.5~2.8%가 될 전망이다. 


이들 신흥국들의 위기가 전체 신흥국에 대한 신용하락이나 자금이탈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기존의 채권보유자들은 섣불리 움직이지 말아야 하고, 새롭게 투자를 계획하는 투자자들은 상황을 좀 더 지켜보라는 의미다. 

 

장광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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