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할수록 칭찬받는 '망한' 대회들을 아시나요?

기사 요약글

자고로 대회란 '누가 누가 잘하나'를 가리는 자리가 아닌가? 그런데 요즘 '누가 더 망쳤는지' 겨뤄보는 대회들이 인기다. 보는 것만으로도 유쾌한 '망한 대회'들을 찾아봤다.

기사 내용

 

(왼쪽) @hiyoc5 / (오른쪽) @k_1153ma

 

 

# 망한 고양이 사진 대회

 

 

“사진 한 번 찍기 힘드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적극 공감하는 말이다.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SNS에 올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내 맘 같지 않은 게 현실. 그러나 최근 트위터 사용자들 사이에서 ‘망한 고양이 사진 대회’가 열리면서 그동안 쓸데없는 사진으로 여겨졌던 ‘망한 사진’들이 자랑하고 싶은 ‘부러운 사진’으로 신분 상승되었다.

반려인들은 그동안 차마 SNS에 올리지 못했던 사진들을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하면서 ‘망한 사진’들이 일파만파로 퍼지기 시작했고, 현재는 고양이뿐 아니라 강아지, 토끼 등 다양한 반려동물들의 ‘굴욕 사진’이 SNS에서 활약하고 있다.

 

 

 (왼쪽) 클룩 페이스북 계정 / (오른쪽) 우승작품_@poodonghyun
(왼쪽) "눈치게임 실패"_@yoonchaemi) / (오른쪽) "다리 굵어서 고민"_@amandasson

 

   

# 망한 여행 사진 선발대회

 

 

여행 가면 ‘인생 사진’ 하나는 꼭 남기고 싶은 게 우리 마음. 이 또한 내 뜻대로 되면 얼마나 좋을까. 갑작스러운 바람에 머리는 휘날리고, 수많은 인파에 내 사진은 <윌리를 찾아라>가 되고, 카메라 똥손인 친구 덕에 사진 속 내 모습은 개미 비율(머리-가슴-배)이 된다.

여행 액티비티 예약 플랫폼 ‘클룩’은 이 점을 활용해 2019년 9월, ‘망한 여행 사진 선발대회’를 열었다. 그리고 우승자에게 항공권을 선물로 제공했다. 사진 속 여행지로 돌아가 다시 한번 인생 사진을 찍을 기회를 준 것이다. 대상은 에펠탑 앞에서 찍은 사진이 차지했다. 파리의 연인들 사이에서 주인공의 절절한 외로움이 사진 너머까지 전달되어 심사위원들에게 극찬을 받았다고. 사진 제목은 <사랑의 도시>.

 

 

(왼쪽) 롯데월드 페이스북 계정 / (오른쪽) "원래 이렇게 안 생겼어요"_@차유빈
(왼쪽) "너임마! 내가 지켜보고 있어"_@이선희 / (오른쪽) "이 정도면 되겠니"_@김수완

 

 

# 우리 아이 망한 사진 선발대회

 

 

롯데월드 페이스북 계정에서 특별한 대회가 열렸다. 내 아이의 망한 사진을 자랑하는 ‘우리 아이 망한 사진 선발대회’가 진행된 것. 자다 일어나 머리에 까치집이 생긴 아이, 소주병을 끌어안고 얼핏 취한 것처럼 보이는 표정을 짓는 아이, 실수로 넘어지는 순간 안간힘을 쓰고 있는 아이 등 의도성이 없는 ‘망한 사진’들이 엄마 아빠 입가에 미소를 만들어냈다.

선발된 사람에게는 롯데월드 키즈카페 이용권이 주어졌다. 이 대회의 묘미는 아이들의 귀여운 사진을 보는 것도 있지만 이벤트 참가자인 엄마 아빠가 사진에 덧붙인 설명이 재미를 더하는 데 있다. 

 

 

 

 

# 망한 마카롱 사진 대회

 

 

마카롱 하면 일반적으로 머리 속에 떠오르는 모양이 있다. 저마다 차이가 있다면 색이 다르거나 도톰한 정도의 차이랄까. 마카롱이 겉보기엔 단순해 보이지만 직접 만들면 손이 많이 가고 까다로워 생각보다 만들기 어려운 메뉴다. 그래서 초보라면 처음에 여러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 이때 망한 마카롱들이 속속 등장한다.

반죽을 너무 넓게 펴 발라 바람 빠진 풍선 모양이 된 마카롱, 심지어 색깔마저 바래 호떡과 구별이 안 되는 마카롱, 심하게 부풀어 구멍이 송송 나 제주도 현무암을 연상케 하는 마카롱 등 실패한 마카롱의 모습은 차마 마카롱이라 부르기 애매할 정도라 ‘망카롱’이라 부르기도 한다.

‘망한 마카롱 사진 대회’는 한 커뮤니티에 마카롱 만들기에 거듭 실패한 한 사람이 고민을 올리면서 시작되었다. 이 대회가 의미 있는 이유는 단순히 ‘유희’에 그치지 않고 다음번엔 성공할 수 있도록 댓글로 실패 원인을 짚어줘 ‘도약’의 계기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Youtube_@안리나

 

 

# 망한 문신 대회

 

 

이제는 개성이 되어버린 문신. 여전히 문신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있지만 나만의 ‘가치’를 새긴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다. 일단 한 번 문신하면 처음 상태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신중해야 하지만 분명 ‘실패’란 존재하는 법. 타투이스트 안리나는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전국 타투 자랑’을 진행했다. 이때 ‘망한 타투 부문’이 ‘망한 문신 대회’로 유명세를 탔다.

망한 문신의 후보는 다양했다. 팔에 자신의 생년월일을 적었지만 마치 ‘도축 일자’처럼 보이는 경우, 다리에 파란색 원형의 디자인을 문신했지만 사람들이 ‘멍’ 들었냐며 걱정하는 경우, 어렸을 때 귀여운 ‘고양이’를 어깨에 그렸지만 헬스하면서 근육량이 늘어 ‘사자’로 변한 경우 등 재미있는 해프닝을 가진 문신들이 자웅을 겨뤘다. 결국 태극기 모양의 문신이 우승을 차지했다. 문신 제목은 ‘어긋난 애국심’.

 

 

(왼쪽) @h.r_travel / (오른쪽) @양소라

 

 

망한 대회는 왜 생겨난 걸까?

 

 

망한 대회를 들여다보면 자신의 실수를 '창피함'이 아닌 '당당함'으로 여기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실수나 실패를 '창피함'으로 여기지 않는 근육은 어디서 생겨난 걸까? 그건 요즘 문화인 '키치문화'에서 그 출처를 찾을 수 있다.

키치문화란 주류 문화를 비꼬는 특유의 해학과 파격적인 행태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것을 말한다. 'B급 감성' 역시 키치문화에 속한다. 여기에 대입해보면 '좋은 것' '멋진 것' '성공'으로 대변되는 주류문화가 더 이상 정답이 아니라 하나의 보기가 되었고, '좋지 않은 것' '버릴 것' '실패'로 여겨졌던 비주류문화가 이제는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받게 된 것이다.

결국 '키치문화'가 실패를 창피함이 당당함으로 받아들이는 근육을 만들어내면서 전례 없는 '망한 대회'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사람들은 이에 열광하고 있다. 

 

 

기획 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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