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도 1/N, 대학 동문끼리 협동조합으로 와인바 창업하기

기사 요약글

지난 12월 연트럴파크에 문을 연 ‘와이니하이’는 두 가지 독특한 포인트를 갖고 있다. 하나는 퇴직한 중장년이 운영하는 ‘와인바’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1명이 아닌 무려 10명의 중장년이 ‘협동조합’으로 창업했다는 것이다

기사 내용

 

창업도 맞들면 낫다

 

퇴직 후 재취업 대신 창업을 한다는 건 여간 살 떨리는 일이 아니다. 매달 고정된 수익은 고사하고 피땀 흘려 모아 투입한 자본금 회수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게 익숙하지 않은 분야와 업종이라면 첫걸음 떼기가 더욱 힘들다. 실패한 창업자 눈가처럼 칙칙한 잿빛 미래만 조명하는 게 아닌가 싶지만 ‘실패에 대한 부담’이 많은 창업자를 짓누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창업이 목숨이 걸린 일이 아니라 한 번 도전해볼 만한 일이 될 수는 없을까? 그리고 그 부담을 조금이라도 더 줄일 순 없을까? 이런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 바로 ‘협동조합 창업’이다. ‘나 홀로 창업’이 짊어져야 할 부담은 물론 자본도, 인력도 모두 1/N이니 사업이 궤도에 오를 때까지 발생할 위험과 부담도 1/N이다.

경의선숲길(일명 연트럴파크) 중심 상가 건물 4층에 자리한 개업 2개월 차의 ‘와이니하이(Winey High)’도 퇴직자와 퇴직 예정자인 중장년 10명이 모여 협동조합으로 창업했다. 조합원이자 와인바 매니저인 오창환(60) 씨를 만나 협동조합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Q. 함께 창업한 조합원들은 어떻게 모인 사람들인가요?

 

대학 동문들이에요. 동문이라곤 해도 모두 다 알고 지내던 사이는 아니지만, 한 다리 건너면 쉽게 알 수 있는 사이였죠. 이미 퇴직한 사람도 있고 아직 현직에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렇게 모이게 된 이유는 모두 ‘막막한 사람들’이었다는 공통점 때문이에요(웃음). ‘이제 뭘 해 먹고 살아야 하나’ 하는 고민으로요. 각자 고민에 대한 방법을 찾다가 ‘협동조합 창업’이라는 공통된 관심사를 가지고 모이게 된 거죠.

 

 

Q. 협동조합 창업은 어떤 경로로 알게 되셨나요?

 

저희 조합원 중 한 명이 이전에 협동조합 교육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실제로 협동조합 창업으로 성공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분들을 만나게 됐고요. 그분이 이에 흥미를 느끼고 함께 창업할 조합원들을 모았어요. 우리 조합원들은 다 그때 관심을 가지고 모인 사람들입니다.

 

 

 

 

Q. 그런데 왜 와인바를 창업하게 됐나요? 원래 와인에 일가견이 있으셨나요?

 

사실 와인에 대해 잘 알지는 못했어요. 그런데도 와인바로 정한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창업 전 모델로 삼고 있던 매장이 와인바였기 때문이에요. 다들 창업은 생초짜라 롤모델이 필요했고,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업종도 같아야 한다는 마음이었어요. 모델로 삼은 곳은 을지로에 있는 와인바예요. 이곳도 역시 10명이 모여 협동조합으로 창업한 곳이죠. 2년 전 문을 열었는데, 수완이 좋아 벌써 3호점까지 매장을 확장했어요. 창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을지로가 ‘힙지로’로 뜨면서 자연스레 홍보도 많이 됐죠.

창업을 준비할 때 이 을지로 매장의 매니저와 상의를 많이 했어요. 우리처럼 나이 든 사람들이 창업하겠다고 하니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려주더라고요(웃음). 그쪽 조합원분들은 다 30대거든요. 본인들도 하나도 모르고 시작했기 때문에 동질감을 느꼈겠죠. 창업 전반에 든든한 멘토가 돼 줬어요.

 

 

 

 

Q. 본인에게도 생소한 분야인데, 창업 준비가 어렵진 않았나요?

 

사업 분야에 관한 공부는 당연히 했지만, 와인에 대해 전문적으로 안다고 하기엔 모자란 감이 있어 걱정을 많이 했죠. 그래서 우리는 확실한 콘셉트가 필요했어요. 와인에 해박한 사람은 더 프라이빗 하고 고급스러운 바를 열겠죠. 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와인에 대해 전문적으로 알지 못해요. 그래서 우리는 사람들이 쉽게 오갈 수 있는 대중적인 와인바를 열기로 했어요. 보통 와인바에서 괜찮은 음식과 와인을 즐기려면 두 명 기준으로 최소 10만원은 있어야 해요. 그런데 우리는 둘이서 5만원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을 목표로 했죠. 가성비 좋은 ‘착한 와인바’인 셈이에요. 멘토에게 와인과 메뉴의 구성에 대한 조언도 구했어요.

매장의 콘셉트는 곧 상권과 연결돼요. 콘셉트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곳에 가게를 차려야 하죠. 창업 전 조합원들끼리 인사동, 을지로 등 의견이 분분했어요. 결국 꾸준하고 오래된 상권이자, 젊은이가 많아 매장 콘셉트와 잘 맞는 이곳 연남동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Q. 조합원들의 출자금과 총 자본금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각자 정확한 금액을 밝힐 순 없지만, 조합원별 500만원씩 10계좌로 계산하면 될 것 같네요. 총 자본금 5천만원으로 시작했어요. 가게 보증금 2천만원 내고 3천만원으로 시작한 셈이죠. 몇 년 전만 해도 이곳 연남동 일대는 권리금이 너무 세서 들어올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최근 경기가 안 좋다 보니 권리금을 안 받는 곳이 많아졌죠. 4층인 이곳도 권리금 없이 들어왔어요. 다들 창업이 처음이라 최소한의 비용으로 준비하려 했어요. 우리 멘토가 된 매장의 조합원들도 1500만원 정도의 소액으로 시작했어요. 억대의 돈을 들여 모두에게 목숨이 걸린 일이 돼 버리면 협동조합으로 창업하는 의미가 없어지니까요.

 

 

 

Q. 수익 분배는 어떻게 진행하나요?

 

개업한 지 두어 달밖에 안 됐기 때문에 아직 수익 분배는 못 해요. 사업 초기라 들어갈 돈도 많고요. 분배 계획은 갖고 있죠. 우선은 운영자 인건비를 포함한 투입 비용을 뺀 출자금 회수가 우선이고요. 원금 회수 이후 수익에 대해서는 1/N으로 나누기로 했어요. 물론 매장 운영자에 대한 인센티브는 있죠. 상한선을 정해놓고 일정 수준 수익을 넘기면 매니저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형식으로요. 이후 조합원, 사내유보 순서로 배분할 계획입니다.

 

 

Q. 협동조합 창업을 준비하면서 정부 기관 지원이나 교육을 받은 적이 있나요?

 

아직 못 받았어요. 협동조합 설립 신청을 최근에 했기 때문이죠. 협동조합을 설립한 후에 사업을 시작할 줄 알았는데, 진행하다 보니 일이 반대로 됐어요. 우리처럼 점포를 새로 얻어야 하는 경우는 그런 어려움이 있어요. 매물이 계획에 맞춰 나오는 것도 아니고, 계약도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요. 조합을 만들어서 준비는 다 했는데 장사를 할 곳이 없으면 웃긴 상황이 되는 거죠. 매일 조합원들끼리 모여 앉아 커피만 마시고 있을 수도 없고요(웃음). 그래서 우리는 먼저 가게를 얻어 장사를 시작하기로 했어요. 협동조합 설립 신청은 그다음 일이고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창업 일정을 맞추기 어려우니까요.

협동조합 설립엔 몇 가지 규정이 있는데요, 5인 이상의 발기인이 있어야 하고, 1인 출자금이 전체 출자금액의 30%를 넘을 수 없어요. 조합원과 출자자 명부, 사업계획서 등을 주무관청에 제출하고 법인으로 설립이 되면 설비 구입비나 인프라 구축 비용 등을 지원받을 수 있어요. 관련된 일은 현재 조합원들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영업적으로도 협동조합의 장점이 있나요?

 

소위 말하는 ‘개업 빨’도 있겠지만, 사업 초기에는 지인 영업이 상당히 중요해요. 우리는 조합원이 10명이다 보니까 1명이 영업할 때보다 확실한 수적 우위가 있어요. 조합원이 돌아가면서 조금씩만 데리고 와도 영업적으로 굉장히 유리하죠. 이건 혼자 할 때와 하늘과 땅 차이예요. 특히나 우리 나이대는 예전에 마시던 센 술보다는 더 순하게 음미할 수 있는 술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아서 와인바로 끌어들이기가 수월해요. 작년 12월에 개업했을 때는 연말 특수가 있어서 손님이 엄청 많았어요. 지금도 주말엔 자리가 없을 정도고요. 지인이 많아서 조합원들끼리 원금 까먹을 일은 없을 거라는 얘길 웃으면서 해요. 실제로도 그렇고요.

또 하나 유리한 게 있다면, ‘내가 장사하는 곳인데 한 번 와라’고 얘기하는 것보다 ‘우리가 협동조합으로 운영하는 곳인데 한 번 와봐라’하고 얘기하는 게 훨씬 부드럽기도 하고요(웃음). 협동조합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도 한몫하는 거죠.

 

 

Q. 협동조합 창업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

 

협동조합 창업의 가장 큰 장점은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거예요. 위험 부담도 조합원들끼리 분담할 수 있고요. 이런 장점을 잘 살리기 위해서는 욕심내지 않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창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점포를 얻을 때도 되도록 권리금이 없는 곳을 찾는다든가, 인테리어에 과한 비용을 쓰지 않는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그런 건 우선 원금을 회수한 후에 차근차근 해도 되니까요. 점포나 상권을 선택할 때는 무엇보다 운영하고자 하는 매장 콘셉트에 잘 맞는 곳을 골라야 하고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같은 업종에 창업한 선배나 멘토가 있는 거예요. 우리도 을지로 와인바의 선배 조합원들이 있었기에 연착륙할 수 있었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궁금한 것은 모두 물어보면서 해결할 수 있었으니까요. 진짜 창업할 마음이 있다면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찾아 나서는 게 첫걸음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경험자가 말하는 협동조합 창업의 3가지 키워드

 

1) 협동조합 창업에 관심 있다면, 같은 방법으로 창업한 선배(멘토)를 찾아라.

 - 멘토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고 사업 운영 전반에 나타나는 문제점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2) 되도록 소자본으로 시작하라. 그래야 협동조합 창업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

 - 자본금이 많을 필요는 없다.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시작해야 원금 회수가 빠르고, 추가 수익으로 조합원과 수익 분배를 할 수 있다.

 

3) 상권은 매장 운영 콘셉트와 잘 맞는 곳으로 선택하라.

 - 창업 전에 매장 콘셉트를 명확하게 정하고, 상권은 빠르게 뜨고 지는 곳보다 타깃 연령층의 유동이 꾸준한 곳으로 선정하라.

 

 

협동조합 창업 컨설팅 및 교육 기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www.semas.or.kr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www.socialenterprise.or.kr

한국협동조합창업경영지원센터 www.kcdc.co.kr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www.15445077.net

 

 

매장 정보|와이니하이

서울 마포구 동교로34길 3, 4층 / 070-8800-2131 / 영업시간 18시~24시(일요일 휴무)

 

 

기획 김병주 사진 채우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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