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지리산에 산다

기사 요약글

전남 구례군 토지면 파도리. 지리산이 감싼 이 마을에 박성언 씨는 3년 전 혼자 귀촌했다. 귀촌 준비 과정부터 귀촌 후 현재 삶까지, 그녀의 생생한 귀촌기.

기사 내용

 

“미쳤다고 했어요.”

 

3년 전 포토 스튜디오를 운영하던 박 씨가 아무 연고도 없는 구례로 귀촌한다고 했을 때 주변 지인들이 건넨 첫 반응이다. 용기는 가상하지만 낯선 곳에서 혼자, 그것도 여자 혼자 어떻게 지내려고 하냐며 걱정했다.

그러나 그녀의 결심은 확고했다. 오래 전부터 일을 그만두면 귀촌해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소한의 삶을 살겠다’고 생각해왔던 것. 그러다 3년 전 막내가 대학에 입학하자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전남 구례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혼자서 살아야 하니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곳은 선택지에서 제외했어요. 아무래도 고립된 느낌을 받을 것 같아 작은 인연이라도 있는 사람들이 사는 지역을 위주로 찾았죠. 이 마을을 선택한 건 이곳에 먼저 내려와 살고 있던 친구가 근처에 땅을 사려고 하는데 혹시 구입할 생각이 있냐고 물은 것이 계기가 됐죠. 와서 보니 마음에 들었고, 시골 땅 구입 방법을 잘 몰라 친구에게 “네 땅을 살 때 이곳도 같이 사달라”고 요청했어요. 땅 구매부터 집 짓기까지 친구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지요.  

 

 

내려오기까지 꽤 오래 걸렸다고 들었습니다.

 

감나무밭이었던 임야 270평을 사면서부터 귀촌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집을 지어 내려오기까지 2년 정도 걸렸어요. 귀촌을 결정했지만 급하게 추진하지 않고 집짓는 과정부터 제 의견을 반영해가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았지요.

 

 

기존 주택을 사는 것보다 새로 짓는 게 더 나은가요?

 

20평 짜리 집을 짓고 남은 땅에 텃밭을 일구려고 했어요. 그런데 기존 주택을 산 게 아니어서 행정 절차가 있더라고요. 제가 산 땅은 감나무밭이라 임야로 분류돼 집이나 창고를 짓기 위해선 허가가 필요했어요. 구례군청에서 토지의 지목 변경을 신청해 허가를 받았습니다.

참, 군청에서 토지의 지목 변경을 신청할 때 꼭 지역 설계사를 통해 신청해야 합니다. 그래서 서울 설계사무소에서 기본 설계를 했고 순천 설계사무소에서 자세히 설계한 다음, 지목 변경을 신청했어요. 집을 지은 뒤에도 군청의 사용 승인을 받아야 했고요.  

 

임야를 구입해서 집을 지을 땐 관할 지자체에 토지 용도변경 신청을 해야 한다.

 


 TIP  지목 변경이란?


전원생활을 꿈꾼다고 아무 땅이나 사서 집을 지으면 안된다. 국가는 모든 땅을 용도에 따라 분류해놨는데 임야, 전, 답 등으로 사용하고 있는 토지는 집을 지을 수 없다. 이런 땅에 집을 짓기 위해서는 먼저 지목 변경 신청을 해야 한다. ‘지목 변경’이란 임야, 전, 답 등으로 사용하고 있는 토지의 용도를 건축 허가, 개발 행위 등으로 땅과 건축물의 용도를 변경하여 창고, 주택, 공장 등으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박성언 씨처럼 임야에 주택이나 창고를 지으려면 산지 전용 허가를 받아 토지의 형질을 변경한 다음 용도에 맞는 건물을 지어서 사용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때 주의할 것이 땅의 경사도다. 보통 경사도가 20도 이내여야 건축 허가가 나오는데 지방자치단체마다 기준 경사도가 다르므로 건축 전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집이 ‘ㄱ’자 구조로 아담하니 좋은데요, 설계할 때 직접 참여했나요?

 

귀촌하기 전부터 머릿속에 그려둔 구상이었어요. 인테리어보다 풍광과 집이 막힘없이 하나로 연결되는 구조를 원했지요. 혼자 사는데 방이 많을 필요는 없잖아요. 그래서 방문 대신 슬라이딩도어를 선택해 손님이 왔을 때를 제외하곤 항상 열려 있어요. 집을 멋지게 짓는 것보다 내가 이용하기 편하도록 실용성에 포인트를 뒀지요.  

 

 

건축 자재는 현지에서 구입했나요?

 

기본적인 건 현지에서 구입했지만, 서울에서 구입한 것도 많아요. 일을 그만두고 시간적 여유가 있어 바닥재, 타일 등 일부 품목은 주변을 탐문해 값싸고 좋은 제품으로 직접 구입했죠. 가령 서울 논현동에 가면 가성비 좋은 타일이 많아요. 마당에 놓인 조명, 돌들도 제가 직접 구입해서 설치했고요. 인생 2라운드를 보낼 집인데 내 품이 많이 들어가면 그만큼 집에 대한 애정도 커지니 수고를 아끼지 않았죠.

 

 

집 짓는데 비용이 꽤 많이 들었겠어요.

 

토지 구매에 2억원, 집을 짓는데 1억원가량 들었습니다.

 



 TIP  농지에 집짓기


농지를 구입해 집을 지을 때는 주의할 점 있다. 농지는 농업진흥구역이냐 농업보호구역이냐에 따라 집을 지을 수 있는 자격이 달라지는 것. 농업진흥구역은 농업보호구역보다 농지법이 엄격히 적용되는 지역으로 현지 농민이 아니면 집을 지을 수 없다.

따라서 외지인이 농지에 집을 지으려면 농업보호구역의 농지를 구해야 한다. 간혹 실수로 농업진흥구역의 농지를 매입한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농업인의 자격을 갖춘 후 주택을 지어야 한다.
 


 

자녀들의 주거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나요?

 

취업한 딸은 회사 인근 오피스텔에서 지내고, 최근 군대를 제대한 아들은 대학 기숙사에서 보내요. 물론 한두 달에 한 번 이곳에 내려오고요. 종종 일이 있어 서울에 올라가면 만나고요. 다들 성인이라 엄마의 부재는 못 느껴요. 오히려 이곳을 가족의 힐링 공간으로 여기지요. 엄마의 삶을 이해하고 존중해줘요. 

 

 

원래 꿈 꿨던 귀촌 생활을 하고 있나요?

 

도심에서 벗어난 것 자체가 힐링이지 시골생활이 무척 바빠요. 일을 만들어 하는 성격 탓이기도하지만 한가로이 여유부릴 틈이 별로 없어요. 텃밭에 나가 일하고 마당을 정리하다 보면 금세 하루가 지나가요. 그래도 잠시 의자에 앉아 산을 바라보며 차 한잔 마실 때면 몸도 마음도 맑아지는 기분이에요. 이 맛에 사람들이 귀촌을 꿈꾸지 않을까요?

 

 

텃밭만 보면 농사꾼이십니다. 어떤 작물을 주로 심었나요?

 

텃밭과 마당에 무화과, 포도, 감 등 과일 나무를 많이 심었어요. 마을 주민들이 ‘혼자 사니 무화과는 한그루면 원없이 먹을 텐데 뭐 그리 많이 심냐’고 하더군요. 저는 몰랐어요. 나무 한그루에서 그렇게 많은 무화가가 열리는지를요(웃음). 작물은 호박, 오이, 가지, 고추 등 찬거리 위주로 경작하고요. 물론 처음엔 닥치는데로 심었는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어떤 작물을 심어야 할지 정리가 되더라고요. 

 

 
농사를 지으면서 터득한 경작 팁이 있나요?

 

농사를 지을 게 아니라면 매년 씨를 뿌려야 하는 한해살이 작물보다 여러해살이 작물 위주로 심는 것이지요. 내려와서 처음 심은 작물 중 하나가 도라지예요. 마당에 군데군데 심었는데, 알고보니 2년에 한 번식 옮겨심어야 한다는 겁니다. 반면 아스파라거스는 씨를 뿌리면 2, 3년 뒤부터 수확할 수 있는데 한 번 심으면 15년 동안 먹을 수 있어요. 명이도 그런 작물 중 하나고요.

과일나무는 벌레에 강한 품종이 좋더라고요. 복숭아, 자두, 살구 나무를 심어었는데 이런 과일은 농약을 치지 않으면 벌레 때문에 먹을 수 있는 게 거의 없더라고요. 그래서 보리수, 오디, 무화과, 아로니아 같은 나무로 바꿨어요. 시고 떫은 과일은 벌레들도 싫어하더라고요.

 

 

귀촌에 꼭 필요한 물건을 꼽는다면?

 

전기 충전식 예초기를 추천해요. 시골생활이 풀과의 전쟁이거든요. 비만 오면 쑥쑥자라요. 풀 뽑는 일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예요. 예초기가 있으면 좋은데 여자가 사용하기엔 무겁고 또 다칠까봐 겁이 나 사질 못하겠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미국에서 전기 충전식 예초기를 보고 사왔어요. 7만원 정도였는데 작고 가벼워 사용하기 좋네요. 풀이 없어질 때의 기분이 상쾌해 자주 사용합니다.

 

 

혼자 있어 외롭지 않나요?

 

아무래도 친구가 같은 마을에 살아 외롭지는 않았는데 무섭긴 하더라고요. 한 여름인데도 문 다 잠그고 지냈어요. 가족과 떨어져서 혼자 사는 것은 처음이었거든요. 그래서 반려견을 키웠어요. 혼자 귀촌할 땐 반려견이 꼭 필요해요. 나를 지켜주는 보호자이자 든든한 친구예요. 산책도 같이 하고 외로울 땐 말동무도 돼요.
   

 

귀촌 하면 텃세로 힘들다고 하던데, 괜찮았나요?

 

이 마을은 100가구가 넘게 살아요. 시골에선 큰 마을이지요. 처음엔 몰랐는데 먼저 귀촌한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니 큰 마을로 귀촌하는 게 좋다고 하더군요. 살아보니 그 이유를 알겠어요. 아무래도 작은 마을이었다면 혼자 사는 저의 행동 하나하나가 관심사가 됐을 텐데 마을이 크니 주민들과 인사는 하지만 너무 밀접하게 살지 않아도 되더라고요. 마을 주민들과의 적당한 거리감은 귀촌생활에 중요한 요소라고 봐요.

 

 

시골생활의 생활비는 어떤가요?  


내려오기 전 서울에 있는 집을 팔지 않고 월세를 줬어요. 거기서 나온 비용으로 기본 생활비와 아직 대학생인 아들의 생활비를 일부를 대고요. 부족한 부분은 아르바이트와 조그마한 수익사업을 통해 채웁니다. 서울에 올라갈 일이 없으면 한 달에 100만원 안팎으로도 충분히 살거든요. 혼자니까.

 

 

여기서는 어떻게 돈을 버나요?

 

처음엔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미리 이런 저런 수공예를 배웠어요. 그런데 귀촌해보니 이런 일은 대부분이 하고 있더라고요. 이미 남이 다 하고 있는데 뒤늦게 온 제가 그 분야에서 수익을 내기란 하늘에 별 따기죠.

그 사람들이 안 하는 일이 뭘까? 고민하며 제가 뛰어들 분야를 찾다가 겨울에 생선 장사를 합니다. 삼천포가 고향인 지인이 있는데, 요즘 사람들이 반건조 생선을 많이 먹는다며 말린 생선을 포장해 판매해보라고 제안하더라고요. 어렵지 않은 일이기도 하고 재미도 있어 9월부터 3월까지 주문판매하고 있어요.

또 여름에는 스웨덴에서 가구나 그릇 등 엔틱 제품을 수입해 서울 인근에서 ‘KEEN’S MARKET’라는 팝업스토어를 엽니다. 북유럽 제품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서인지 수요가 꾸준해요. 올해도 7월 20일~21일 이틀간 열리는데 지금은 그 일로 바쁘지요.
 

박성언 씨는 귀촌이후 수익활동으로 여름에는 스웨덴에서 가구나 그릇 등 엔틱 제품을 수입해 서울 인근에서 ‘KEEN’S MARKET’라는 팝업스토어를 열고 겨울에는 반건조생선을 판매한다.

 

 

주위 반대를 무릎쓰고 선택한 귀촌, 지금 만족하나요?

 

솔직히 100% 만족하는 건 아니에요. 시골생활이 불만족스러운게 아니라 이 마을에서 수익 창출을하지 못하고 결국 일정 부분은 서울에서 일을 하는 거잖아요. ‘내가 이곳에 완전히 정착했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직 아닌가’ 싶을 때가 있어요. 이곳에 살고 있지만 귀촌 적응과정에 있는 셈이지요. 천천히 적응해가며 귀촌의 즐거움을 만끽해보려고 합니다.   

 

 



 박성언 씨의 혼자 귀촌 TIP


1 귀촌 지역을 선택할 땐 지인을 활용하라
땅을 사고 집을 짓는데 사전 지식을 얻을 수 있고 현지에 적응하기도 쉽다. 

2 반려견 키우기는 꼭!
무서움과 외로움을 이기는 데 최고. 기왕이면 작은 녀석보다 큰 녀석이 좋고 방보다 마당이나 현관 앞에서 생활하도록 한다.

3 예초기 사기 
고된 노동인 풀 뽑기의 수고를 덜 수 있는 시골생활의 필수품이다. 

4 작물은 여러해 살이
농사 경험이 없으면 매년 농사 시계를 맞추기 어렵다. 한 번 뿌리고 여러해 먹을 수 있는 작물이 그나마 경작하기도 쉽다.  
 
5 현지에서 돈을 벌려면 귀촌한 사람들이 안하는 일하기
수공예 등은 먼저 귀촌한 사람들로 인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취미라면 상관없지만 돈을 벌고 싶다면 귀촌한 사람들이 안하는 일이 뭔지 찾는 게 빠르다.

 

기획 이인철 사진 지다영(스튜디오 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