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로 배워요, 내 자식과의 소통법

기사 요약글

같은 하늘 아래 있지만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사는 듯한 자식의 생각을 TV 프로그램으로 알아보자.

기사 내용

 


쿨한 아빠가 되기 위해선
<내 딸의 남자들> E채널 (토) 오후 10:50

딸을 둔 아빠들이 가장 외면하고 싶은 순간은 애지중지 사랑으로 키운 딸이 웬 시커먼 녀석의 품에 안겨 떠나는 것일 게다. <내 딸의 남자들>은 바로 그런 곤혹스런 장면을 같은 처지의 아빠들이 모여서 지켜보는 예능이다. 김태원처럼 딸의 국제 연애를 장려하는 아버지도 있지만 대부분 딸의 남자 친구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내고, 전혀 쿨하지 못하다. 스스로는 화를 내지 않았다고 하지만 얼굴은 시종일관 붉으락푸르락한다.

<내 딸의 남자들> 은 바로 이 지점에서 관계 회복의 기회를 제공한다. 사춘기 이후 점차 어색해진 딸에게 다가가는 노력으로 딸의 연애를 바라보고 응원하기를 제안하는데, 딸을 가진 아빠 입장에서는 시청하는 자체가 나름의 훈련이다.


감상 포인트 ▶사랑스런 딸을 잘 이해하고 공감하고 싶은 아빠라면 필히 챙겨볼 만하다.

 

 


그게 왜 멋있어?
<쇼미더머니6> Mnet (금) 오후 11:00

힙합은 요즘 10~20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문화 키워드다. 이 프로그램만 보면 요즘 아이들이 무엇을 멋있다고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어른의 눈에는 자의식과 허세가 가득한 가사와 무대매너로 보이지만 바로 이 지점이 아이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핵심이다. 오늘날 힙합의 본질은 자수성가다. 스스로의 힘으로 성공을 쟁취하는 데 그 멋이 있다. <쇼미더머니6> 는 경연 방식을 통해 힙합의 이런 본질을 스토리화하는 데 성공했다. 아이돌처럼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모델에 순응하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과 자존심으로 상업적 성공을 거둔 박재범, 도끼, 비와이와 같은 롤 모델은 요즘 아이들이 목말라하는 시대정신과 맞아떨어졌다. 또한, 1990년대 말에 주로 쓰고 입던 볼캡(야구 모자)과 통 넓은 바지와 같이 요즘 아이들이 멋스럽게 생각하는 패션 스타일까지 엿볼 수 있으니, <쇼미더머니6> 는 우리 미래 세대의 생각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멋의 종합 백화점이다.


감상 포인트 ▶달랑거리는 귀걸이, 눈이 보이지 않도록 눌러쓴 모자, 삐뚜름한 걸음걸이. 잘 생각해보라. 장발을 휘날리며 나팔바지를 입고 기타를 둘러멘 당신의 20대와 똑같지 않은가.

 


아이들이 사회에 바라는 것
<아이돌학교> tvN, Mnet (목) 오후 9:30

요즘 아이들이 연예인을 좋아하는 방식은 함께 성장, 혹은 육성하는 기쁨이다. 신드롬을 일으킨 <프로듀스 101> 시리즈가 성공한 이후 등장한 <아이돌학교>가 그 증거다. <아이돌학교>는 이런 아이돌 육성 경연 프로그램 중 하나로, 매주 실시간 투표로 성적을 매기고, 하위권 학생들은 학교에서 쫓겨난다! 이미 팬덤이 있는 신인급 아이돌과 연습생뿐 아니라 일반 학생도 함께 출연시키는 것으로 차별화를 했다. 우리 아이들이 학군, 스펙 몰아주기와 같은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 있다고 느끼는 것처럼 이 학교에서도 애초에 출발선이 다른 경쟁이 벌어진다. 흥미로운 것은 여론이다. 스타는 내 손으로 키워 낸다는 주체적인 마인드가 강한 아이들은 이런 불공평한 출발선에 굉장한 불편함을 토로한다. 학교와 사회에 바라는 아이들의 시선을 아이돌 경연 쇼에서도 만날 수 있다.

감상 포인트 ▶스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TV 속 아이들을 보노라면 사회라는 학교에서 고군분투하는 내 모습까지 볼 수 있을 것이다. 같은 환경임을 아는 순간 내 아이가 짠할 수밖에 없다.

 

 


 

생각보다 어른
<둥지탈출> tvN (토) 오후 7:40

유치원 학예회에서 열심히 자기 역할을 다하는 아이를 보면서 대견함에 뭉클했던 기억이 생생할 것이다. <둥지탈출> 은 네팔의 한 시골 마을에서 합숙하는 10~20대 아이들을 보면서 그때의 감정을 다시 느끼게 하는 관찰형 예능이다. 집에서는 마냥 아이만 같던 자식들이 또래 집단에서는 듬직하고 책임감 있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니 부모들은 내심 놀라기 바쁘다. 가장 큰 형인 기대명(국회의원 기동민 아들)은 산골짜기에 위치한 숙소로 홀로 가스통을 짊어지고 옮기는 책임감을 발휘하고, 박미선의 딸 이유리는 냄비에 밥 짓기, 빨래, 요리 등의 살림을 도맡으며 동생들을 살뜰히 챙기는 맏언니 노릇을 한다. 낯을 가리고 내성적이며 게으른 편이라고 생각했던 딸인데 박미선은 “내가 자식을 다 아는 건 아니구나 싶다”라고 말한다. 흔히 요즘 애들이 문제라고들 하지만, 아이들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바르고 강하고 성숙하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예능이다.

감상 포인트 ▶어려운 일을 척척 해내는 TV 속 아이들을 보며 ‘과연 내 자식도 그러할까’ 의문이 든다면, 슬쩍 도움을 청해보자. “아들, 못 좀 박아줘.” 그 후 폭풍 칭찬은 필수다.

 

 


 

어른들은 진짜 몰라요
<학교 2017> KBS2 (월, 화) 오후 10:00

이 드라마는 차세대 청춘스타들을 등장시키고, 요즘 아이들이 쓰는 줄임말의 향연과 학교에서부터 극명히 갈리는 금수저와 흙수저 문제와 같은 현실감각을 담아내려고 애쓴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의 현실이나 문화와는 거리가 있다. 시청자 타깃 분석을 보면 10대, 20대는 전멸이고 40대 여성 시청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아이들을 잘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착각과 촌스러움을 피하고 싶을 때 반면교사로 삼기 딱 좋은 프로그램이다.

감상 포인트 ▶그저 줄임말이나 귀담아 들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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