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장 많은 유행어를 낳은 사람은 TV 속 예능, 드라마가 아닌 유튜브에서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가짜 사나이>의 이근 대위. 아래의 7가지 이야기를 알아두면 오늘 저녁 식탁에서 자녀들을 깜짝 놀라게 할 수 있다.
1. 이근 대위가 처음으로 출연한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은 SBS <집사부일체>가 아니다
이근 대위는 2018년 MBC 주말 예능 <두니아, 처음 만난 세계>에 8회부터 마지막 회(15회)까지 출연했다. ‘언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이라는 프로그램의 성격상 드라마와 현실을 오락가락하는 내용이었고, 이근 대위는 ‘임무 수행 중 워프홀에 휘말려 ‘두니아’라는 낯선 세계에 표류하게 된 해군 대위 이근’으로 등장, 출연자들에게 무인도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당시 출연자 중 한 명이었던 래퍼 딘딘은 얼마 전 이근 대위에 대한 질문을 받자 “처음에는 (연기를 잘해서) 배우인 줄 알았다. 촬영 쉬는 시간에 뭐 하시는 분이냐고 물었더니 진짜 해군 대위라고 하기에 ‘와, 콘셉트 완전 잘 잡고 왔네’라고 생각했다”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다소 파격적인 시도였던 <두니아>는 방영 당시 3.7%의 시청률에 그쳤지만 최근 <가짜 사나이>와 이근 대위 열풍에 힘입어 관련 영상 유튜브 조회수 100만뷰를 훌쩍 넘겼다.
2. 이근 대위는 한국 UDT/SEAL 훈련과 미국 네이비씰 훈련을 모두 이수한 유일한 인물이자, 대한민국에서 윙슈트 플라잉을 할 수 있는 다섯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이근 대위는 3세 때 미국으로 이민, 미국 수영 국가대표와 명문 버지니아 군사대학 졸업 등의 이력을 갖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군인이 꿈이었던 그는 “꼭 군인이 되겠다면 한국 군인이 되어라”는 아버지의 말씀을 따라 미국 국적을 버리고 지난 2007년, 대한민국 해군사관후보생 102기로 입대했다.
2012년 비 해군사관학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미 네이비씰 선발과정에 입교해 뛰어난 성적으로 교육을 수료했다고 한다. 보통 사람은 한 번도 해내기 어려운 UDT/네이비씰 훈련을 두 번이나, 그것도 우수한 성적으로 끝낸 것.
또한 이근 대위는 국내에서 ‘윙슈트 플라잉(날다람쥐처럼 생긴 활강용 특수 낙하복을 입고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익스트림 스포츠)’이 가능한 5명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윙슈트 플라잉은 익스트림 스포츠 중 부상확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유명한데, 그 이유는 사고가 나면 다치는 게 아니라 그냥 사망하기 때문이라고(…)
3. ‘아덴만의 영웅’은 이국종 교수만이 아니다
‘아덴만’이라고 하면 소말리아 해적들의 습격을 받고도 뛰어난 배포와 기지로 피랍을 막은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과, 해적들의 총에 맞은 석선장을 살려낸 이국종 교수부터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근 대위는 청해부대 1진과 2진에서 ‘해적 퇴치의 달인’이라 불렸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청해부대 시절 해적선 검문검색 팀장으로 활약하며 해적에게 피랍되어 있던 어민 5명을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성과를 거두었는데, 당시 그의 나이는 겨우 25세였다.
4. 유튜브 영상 <가짜 사나이>의 총 조회수는 43,193,042회(2020년 9월 17일 기준)로, 대한민국 성인 인구수 42,678,610보다도 많다
이근 대위가 훈련대장으로 출연한 <가짜 사나이> 시리즈는 2020년 7월 9일 ‘일반인이 특수부대 훈련을 경험한다’는 제목으로 업로드 된 1편을 포함 총 7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편당 30분 정도인 영상 7편은 한 달만에 조회수 총합 4천만회가 훌쩍 넘었고, 이는 대한민국 성인 인구수보다 많은 어마어마한 수치다. 스마트폰에 유튜브 앱이 깔린 사람이라면 <가짜 사나이>를 최소 한 번은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
5. 이근 대위는 2020년 7월 한 달 동안 총 8개의 유행어를 대히트 시켰다
이것은 질로 보나 양으로 보나 올해 활동한 그 어떤 개그맨이나 방송인도 넘보지 못할 대기록이다. 혹시 우리 아들/딸도 <가짜 사나이>의 팬일지 궁금하다면? 자녀에게 슬그머니 다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너, 인성에 문제 있어?”라고 속삭여보라. 듣자마자 빵 터진 자녀에게 “우리 할모니도 그것보다 빨리 웃겠다!”라고 마무리하면 그야말로 완벽. 2020년 하반기 대한민국을 강타한 이근 대위의 유행어는 아래와 같다.
“무싸-트 특별과정!”
“머리부터 발끝까지!”
“너, 인성에 문제 있어?
“우리 할모니(할머니)도 그거보다 빨리 뛰겠다!”
“반으로 죽일 거야”
“4번은 개인주의야”
“니 팀 버려?! 니 팀 버려?!”
“Jesus Christ(지져스 크라이스트)”
이런 살벌한 말이 어떻게 웃음코드나 유행어가 될 수 있느냐고? <가짜 사나이>를 보면 영상 시작 10분 안에 바로 알게 된다.
6. BBC의 유명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페셜 포스> 시즌 2 중 이근 대위가 교관으로 출연한 4화에서 이 프로그램이 생긴 이래 가장 많은 탈락자가 발생했다
<스페셜 포스: 지옥훈련>은 BBC의 유명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지원 후 선발된 일반인 출연자 22명이 에피소드마다 여러 나라의 교관을 만나 각 나라에서 자랑하는 특수부대의 전통적인 훈련을 체험하는 것이 골자다. 서바이벌 형식의 프로그램인만큼 출연자가 훈련을 포기함으로써 아웃되거나 교관 재량으로 출연자를 탈락시키는 방식.
이근 대위는 시즌 2, 4화에 출연해 대한민국 UDT/SEAL의 매운 맛을 확실히 보여줬다. 군복 왼팔의 태극기를 보고 괜히 가슴이 웅장해지는 것도 잠시, 이근 대위는 역대 최강 난이도의 훈련으로 출연자들의 혼을 쏙 빼놓았다. 이날 오전에만 4명이 훈련을 포기함으로써 점심을 먹기도 전에 이 프로그램 사상 가장 많은 탈락자가 발생했는데,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이런 훈련을 모두 견뎌내고 나라를 지키고 있는 대한민국 UDT/SEAL 장병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7. 요즘 시세로 따지자면 ‘비트코인’보다는 ‘이근코인’이다
최근 방송가와 유튜브에 떠도는 말, 바로 ‘이근코인’이다. 뭐가 됐든 일단 이근 대위만 출연시키면 해당 프로그램이나 영상이 ‘떡상한다(갑자기 화제가 되고 조회수가 치솟는다)’는 의미.
<가짜 사나이>의 열풍을 타고 2018년 방송작 <두니아, 처음 만난 세계>는 물론이고 2018년 디스커버리 채널 방송작인 <퍼스트 맨 아웃>, 2014년 EBS 방영작 <두뇌게임: 천재들의 전쟁>, <세계견문록 아틀라스: 서바이벌 어드벤처>, 심지어 이근 대위가 현역 시절 출연한 2011년 방영작 까지, 쏟아지는 이근 급물살에 황급히 노를 젓는 형국으로 앞다투어 공식 유튜브 채널에 재업로드 되었다(물론 조회수 역시 고공행진 중이다).
노골적으로 “이근코인에 자진 탑승하겠다”를 출사표로 내건 JTBC <장르만 코미디> 중 ‘장르만 연예인’, 지난 일요일 방송된 SBS <집사부일체> 등 이제는 유튜브를 넘어 방송가까지 이근코인의 물결이 넘실대는 중.
기획 이채영 글 김진영 사진 유튜브 캡쳐, 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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