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천만시대, 나도 내 가족도 당뇨로부터 자유롭다고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만약을 대비한 보장을 해둬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보험사 부장들은 당뇨병을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임복영 날씨가 제법 따뜻해지고 있어요.
이정하 그러게요. 날씨가 좋아져도 지난 해부터 내내 외출이 조심스러운 시국이니 실내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그만큼 확실히 체중이 늘어난 것 같아요.
임복영 지난 설 연휴를 시작으로 홈쇼핑에서도 가장 자주 보이는 상품이 다이어트 상품이라고 하더라고요. 안 그래도 당뇨가 있는 친정어머니께서 지난 설 명절 연휴 기간 동안 찐 살을 빼야 되는데 라는 말씀을 여태 하세요. 체중관리가 중요한 병이다 보니 더 그런 것 같아요.
정택준 당뇨 인구 천만 시대라고 하잖아요. 정말 한 집 걸러 당뇨 환자가 있는 것 같아요. 장모님도 당뇨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셨거든요.
이승훈 한 집 걸러 한 집이라는 말이 정말 맞는 거 같네요. 저희 장인어른도 올해 79세인데, 40대 중반에 당뇨 진단을 받으셨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하루 중 절반을 헬스장에서 지내시는데, 팔씨름을 하면 제가 못 이길 정도죠. 그런 장인어른을 보면 당뇨에 걸려도 저렇게 관리하면 되는구나 싶다가도 당뇨는 완치가 안 되니까 평생 안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무섭더라고요.
이정하 완치가 안 된다는 점도 무섭지만, 당뇨가 더 무서운 이유는 합병증 때문이죠. 당뇨병으로 돌아가신 경우 대부분 합병증으로 그렇게 된 경우가 많아요. 당뇨 환자들이 암이나 급성심근경색 같은 중대 질병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고 하더군요.
임복영 당뇨 환자들이 중대 질병 관련 보험을 더 꼼꼼히 알아봐야 하는 이유겠네요.
정택준 간편심사보험이 2016년 초반에 나왔을 때 가장 많이 강조한 부분이 당뇨와 고혈압이에요. 왜냐하면 많았기 때문에 당뇨와 고혈압이 있어도 가입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거죠. 지금도 간편심사보험 광고는 당뇨를 굉장히 강조해요. 덕분에 당뇨가 있는 분들도 쉽게 가입할 수 있게 됐죠.
이정하 당뇨 보험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하나 얘기하자면, 우리 회사 상품팀에 당뇨 보험을 맡은 직원들이 있는데, 그중 실제로 당뇨 때문에 고생하는 분이 꽤 있어요. 보험 상품을 만들 때 자신의 당뇨 수치를 선뜻 드러낼 만큼 열정적이었죠. 보험을 만드는 사람들이 체감을 하니까 당뇨가 있는 유병자들도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이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정택준 당뇨가 있어도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은 많이 생겼지만 당뇨 자체를 보장하는 보험은 거의 없지 않나요?
이정하 보험사마다 당뇨에 대한 보장 범위가 많이 달라서 확실히 대답하긴 어려워요. 중요한 점은 당뇨 관련 진단보험이 등장했다는 것이죠. 이 보험이 나오면서 당뇨 진단 기준이 중요해졌어요. 공복혈당이나 무작위 혈당만으로는 당뇨를 진단할 수 없으니 2~3개월간의 혈당을 측정해 평균치를 나타내는 당화혈색소를 기준으로 당뇨를 진단해요. 다만 그 기준이 보험사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를 자세히 살펴볼 필요는 있죠.
이승훈 그런데 당뇨 보험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는 사람은 많지 않은 편이에요. 일반 사람이 보기에 당뇨 환자는 생각보다 멀쩡하거든요. 그래서 당뇨라는 증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인지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니 ‘당뇨 보험이 굳이 필요한가?’ 하고 소홀히 여기는 거죠. 보험사에서 당뇨진단금을 보장할 때 암처럼 진단금을 일시에 지급하지 않고 10년 동안 매년 지급하는 상품도 있었어요. 그만큼 당뇨는 당장의 목돈보다는 장기적인 관리 자금이 필요한 질병이기 때문이죠.
이정하 저도 사실 당뇨가 크게 와닿지 않았어요. 그런데 최근 회사 동료의 혈당측정기로 검사를 해봤는데 혈당 수치가 200mg/dL이 넘게 나온 거예요. 126mg/dL이 넘으면 당뇨라는데, 이 정도면 당뇨병 수준인 거죠. 그때 처음 당뇨에 대한 공포감이 확 들더라고요. 다행히 점심에 먹은 떡볶이가 원인이었다는 걸 알고 한시름 놓았죠. 제 경우처럼 당뇨에 대한 공포감을 직접 느껴봐야 그 무서움을 알 수도 있지만, 미리 경각심을 갖고 대비하는 게 중요합니다.
정택준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적이 있어요. 영화 <우아한 세계>에서 배우 송강호가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무심하게 “당뇨가 왔네요”라고 하는 거예요. 그러자 송강호가 “당뇨가 감기도 아니고, 어떻게 관리하라고 얘기해줘야지 당뇨가 왔다고 말하면 끝이야?” 하고 버럭 화를 내죠. 이 장면에서 저는 의사 입장에서 보면 그만큼 당뇨 환자가 많다는 걸 알려 준 거고, 막상 환자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당뇨가 닥쳤을 때 덜컥 겁이 난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이정하 보험사에서는 당뇨나 고혈압 같은 질병을 생활 습관병으로 묶잖아요. 암, 뇌출혈, 급성심근경색을 일컬어서 3CI(Critical Illness)라 한다면 생활 습관병은 EARLY CI(조기 중병)라 부르죠. 생활 습관병이 절대 가벼운 병은 아니라는 거예요. 생활 습관병일 때 관리를 잘해야만 더 심한 단계로 이어지지 않죠.
이승훈 제 지인도 당뇨 때문에 신부전증이 와서 일주일에 두 번씩 혈액투석을 해요. 들어보니 혈액투석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새벽부터 줄을 서야 오전에 투석을 받고 끝낼 수 있대요. 한 번 기회를 놓치면 하루 종일 걸리는 거죠. 심부전증뿐 아니라 심장질환, 뇌질환 모두 당뇨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당뇨로 인해 합병증이 오면 몸도 마음도 고생이지만 치료비 부담도 만만치 않아요.
이정하 결국 당뇨는 관리 서비스가 굉장히 중요하네요. 진단금이 많이 필요한 질병은 아닐 수 있지만, 당뇨 환자가 여러 합병증에 대해 진단받고 수술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보험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에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헬스케어 서비스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러한 서비스까지 보험사에서 제공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당뇨 보험의 진단금 500만원에 헬스케어 서비스까지 더해진다면 평생 건강 관리를 해야 하는 당뇨 환자로서는 훨씬 든든하지 않을까요?
이승훈 아직 우리나라 헬스케어 시장이 완전히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머지않아 큰 발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간편하게 혈당이나 맥박을 체크할 수 있고, 이 수치들이 건강 앱과 연동되어 적절한 운동을 제시해주고, 변화가 없으면 경보도 울리는 식으로 말이죠.
정택준 건강한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게 보험사의 진짜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임복영 우리나라도 나날이 식습관이 서구화되고 연령층이 높아지면서 고령화사회로 가고 있는데, 보험사가 보장에 그치지 않고 국민의 건강을 케어하는 쪽으로 역할을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기획 우성민 사진 박충열(스튜디오 텐) 일러스트 조성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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