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시인의 <봄길>이라는 시를 아시나요?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모습'을 이야기하는 시인데요. 스프링보드 지원사업 현장에서 만난 3개의 단체들도 마치 그런 모습입니다. '장애'라는 벽을 넘어, 새로운 길을 만들고, 또 스스로 길이 되어 가고 있는 공익 프로그램의 현장을 소개합니다.
# 청각장애인들의 소리를 찾아가는 길
<듣고싶을지도>
<히어사이클>은 누구도 소리로부터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비영리단체입니다. 모두가 소리를 경험하고, 소통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왔는데요. 청각장애인과 난청인을 위한 청각보조기기 지원 및 활용 교육, 청취 환경 시스템 개선 활동들을 전개해왔습니다. 이번 스프링보드 지원 사업을 통해서는 청각장애인들이 청취보조기기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청취보조 시스템 접근성 지도’를 제작합니다.
지난 8월 2일, 서울시립미술관에는 (사)히어사이클과 함께 28명의 청각장애 성인 28명들이 모여 청취보조시스템에 대해 배우고 직접 사용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청취보조시스템이란 공공장소에서의 청취를 보완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소리를 보청기 또는 인공와우로 직접 전달해주는 기술입니다. 가령 보청기 이용자가 미술관에서 오디오 가이드를 듣는다면, 청취보조시스템을 이용해 보청기와 오디오 기기 간 충돌을 피하고 선명한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최근 공공장소에 청취보조시스템이 설치되고 있지만, 어디에 설치되어 있는지 확인하기가 어렵고, 이러한 시스템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국내에서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청취보조시스템을 배울 수 있는 '특별한' 만남임과 동시에, 모두에게 보장되어야 하는 청취권에 대해 이야기하는 '당연한' 만남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날 참여자들은 청취보조시스템 중 ‘히어링 루프’, ‘T-Coil(텔레코일)’을 직접 착용하고 체험해볼 수 있었는데요. 시스템을 다루는 법을 배울 뿐만 아니라, 자신의 청취권을 적극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히어사이클은 12월까지 청각장애 성인들과 월 1회 청취보조시스템 체험을 진행합니다. 또 이들과 함께 청취보조시스템이 설치된 공공 장소를 직접 조사해 청취보조시스템 접근성 지도인 ‘듣고싶을지도’를 제작합니다. 제작된 지도는 공공 데이터로 배포되어 더 많은 이들의 청취권 개선에 기여할 예정입니다. 정보접근성의 격차를 해소하고 자립적 소통 촉진 개인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히어사이클을 응원해주세요!
# 함께 달리는 곳이 곧 길이다
<오티즘 러닝 클럽>
<한국자폐인사랑협회>는 자폐성장애인과 가족의 권익을 대표하고 삶의 질 향상 및 사회통합 활동을 위해 만들어진 국내 유일의 자폐성장애인 중심 비영리단체입니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자폐성장애인과 그 보호자를 위해 가족지원, 권익옹호, 자립지원, 인식개선 등의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해왔는데요. 이번 스프링보드 지원 사업을 통해서는 발달장애인의 건강증진과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오티즘 러닝 클럽(Autism Running Club)', '오티즘 레이스'를 개최합니다.
지난 7월 22일, 오티즘 러닝클럽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오티즘 러닝클럽은 발달장애인과 가족, 그리고 비장애인 건강파트너가 함께 걷고 달리는 맞춤형 건강관리 프로그램인데요.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1:1 건강 파트너로 매칭되어 매주 1회씩 바르게 걷는 법, 달리는 법을 함께 연습합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건강파트너가 1km를 직접 걸으며 서로 호흡을 맞추는 동안 보호자인 '오티즘 패밀리'팀은 약 2km 거리의 러닝을 완주하며 온전히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 건강도 챙길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오티즘 러닝클럽 활동에 올해는 총 140명의 참가자가 함께 달리며 발달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건강한 길을 열어갈 예정입니다.
오티즘 러닝 클럽의 대미(大尾)는 '오티즘 레이스'입니다. 매주 1회의 연습을 마친 오티즘 러너와 건강 파트너가 함께 4.2km의 코스를 완주하는 건데요.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하는 오티즘 레이스는 11월 1일 월드컵공원 평화광장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오티즘 런닝 클럽에서 함께 달리지 못하더라도 오티즘 레이스에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참가비는 오티즘 건강지원사업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되어 발달장애 가족들의 건강 증진에 기여하게 됩니다. 제6회 오티즘 레이스 참여 신청은 9월 1일부터 공식 홈페이지에서 접수가 가능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함께 달리며 한국자폐인사랑협회를 응원해주세요!
# 새로운 길을 그리다
<장애 화가 창작 워크숍 Drawlogue>
<대한사회복지회 암사재활원>은 1992년 개원 이래 돌봄이 필요한 중증 장애 아동들에게 안정적인 주거 환경과, 생활‧의료 같은 필수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자립을 위한 경제교육, 사물놀이, 연극 프로그램 등의 다양한 특화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번 스프링보드 지원 사업에서는 장애화가들이 예술가로서 자립할 수 있도록 창작 워크숍과 전시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암사재활원은 장애 화가들을 위한 창작 멘토링 워크숍을 통해 올해 말 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 암사재활원은 이번 스프링보드 지원사업을 통해 총 24명의 장애화가를 선발하여, 기획-창작-전시의 전 과정을 지원함으로써 예술가로서의 자립과 성장을 돕습니다.
뿐만 아니라 장애화가의 부모님을 위한 교육도 함께 진행된다는 것에서 이 사업의 의미가 더욱 큽니다. 장애화가의 부모 중 96.3%가 미술 비전공자이기 때문에, 장애 화가인 자녀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데 부담과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는데요. 암사재활원은 장애 화가 부모님들을 위한 멘토링 교육을 통해 그들이 느끼는 교육적, 정서적 돌봄의 부담을 줄이고, 가정에서도 장애화가가 독립적으로 창작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사회적 멘토링 커뮤니티를 구축합니다.
이번 가을 암사재활원은 서울과 평창에서 멘토링 창작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새로운 공간은 창작 활동에 긍정적인 자극과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핵심적인 요소이지만, 지금까지의 장애화가 지원 프로그램에서는 늘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번 창작 워크숍을 통해 장애 화가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고 스스로 기획하는 경험을 얻고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번 창작 워크숍에서 완성되는 작품들은 오는 11월 말부터 총 9일에 걸친 전시회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될 예정입니다. 전시 기간 중 아티스트 토크도 진행된다고 하니, 장애 화가들이 자신의 열정과 창의성을 세상에 선보이는 소중한 발판이 되는 것은 물론, 그들을 돌보고 지지해온 가족들에게도 뜻깊은 시간이 될 것입니다. 새로운 길을 그려나가는 장애 화가들과 암사재활원의 그림같은 꿈을 응원해주세요!
스스로 길을 만들어, 모두에게 봄길이 되고자 하는 스프링보드 지원사업 참여 단체들과 함께 라이나전성기재단은 끝까지 함께 달리는 러닝메이트가 되겠습니다.
사진 unsplash, 사단법인 히어사이클, 한국자폐인사랑협회, 대한사회복지회 암사재활원